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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 고생한것에 대한 보상심리

by 강아



회사 동료가 생일이라서 축하해 주었다. 원래 점심약속을 노조회의가 있단 말로 취소하니 그녀도 윗분과 식사가 있는 모양이었다. 내게 말하면 물론 이해해 줬을 텐데 거절하는 게 싫어 내가 말할 때를 기다린 것이다. 그런 그녀의 성향도 존중한다. 그런 세심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한텐 더 잘해주고 싶어진다.


가고 싶던 브런치가게가 있어 그곳으로 갔다. 날은 봄날이었고 예약하지 않았지만 자리가 있었다. 다만 음식이 많이 밀려있어 늦게 나왔는데, 얼추 먹고 나니 시간이 맞았다. 생일초를 피자에 꽂고 축하해 주었다.


타인이 행복한 걸 보면 기분이 좋은데 나는 왠지 타인과 있으면 어색하다. 얼마 전 두 유부녀가 요가시간 전에 스몰토크 하는 걸 들었는데, 대화에 공백이 없게 스무스하게 넘기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가령 나는 대화를 할 때 공백이 많이 생기는 편인데 그녀들은 아이 밥을 챙겨주는 이야기서부터 디저트까지 챙겨준다고 하는 내용으로 이어지다가 오은영박사의 시간재는 부모로 이어져 결론은 나쁜 엄마인 거 같다로 종결되는 내용이었는데 적절한 추임새와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태도로 말해도 상대방은 자연스럽게 치고 들어 오는 게 탁구 같았다. 아이를 낳으면 그렇게 되는 건가?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정말 능숙했다.


요가선생님은 나를 콩벌레처럼 굴렸고 경직되어 있던 목이 풀려서 시원했다. 요가선생님이 번쩍이는 피부이길래 물었더니 인셀덤을 쓴다고 했다. 그래서 사서 발랐더니 따끔거리지만 피부는 광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뭔가 그렇게 좋은 거 같진 않고 보이기에 좋은 것 같은데 즉각적으로 피부가 좋아 보이니 기분은 좋다.


미국장 하면 밤에 잠이 안 온다. 오늘도 퇴근해서 힘이 없어 소파에 누워있었다. 주말이 되었지만 기분은 그냥 그렇다. 자꾸만 핸드폰을 들여다보게 되고 멍하다. 갖고 있던 주식을 팔았을 때 날아가는 경험을 하는 고수들은 멘털이 어지간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런 경험을 했고 또다시 주말 동안 구매할 주식을 찾아 망망대해를 헤엄칠 뿐이다. 아마 뭔가 얹혀있는 듯한 느낌이 주중에 고생했는데 주말에 보상하는 게 없어서인 것 같다. 퇴근하고 피아노를 쳐서 약간은 해소되는 것 같았지만 노래까지 부르는 통에 오랜만의 목통증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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