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인이 회사와 공존하는 법

by 강아

예전에는 회사생활을 하며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의 연장이었다. 윗분들과 식사를 같이 해야 했는데 심지어 점심비용도 엔분의 일이었다. 매일 보는 사람들과 할 말도 없어 말없이 고개를 그릇에 박고 꾸역꾸역 먹어서 소화가 안 되는 느낌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다가 한 번씩 약속이 있다며,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다며 빠져나오는 날엔 해방감을 느끼는 식이었다.


매일 저녁을 비공식적인 회식으로 참여하는 게 일상적이었다. 그러고 집에 들어가면 보통 9~10시가 되어 있었고 자기계발은커녕 씻고 뭐 좀 하다 보면 다시 일어나서 회사를 가는 것의 연속이었다. 그땐 주변이 잿빛으로 보였다. 내 의지로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을 때, 엉망으로 망가진 상사들의 개소리를 듣다가 취한 몸을 이끌고 들어오면 타지에서 이게 뭐 하고 있는 건가 자괴감이 들었다.




어릴 때부터 수학여행같이 단체활동을 하면 꿔다 놓은 보리자루처럼 있던 나였는데 성인이 되었다고 달라질 리 없었다. 몇 년을 몸만 워크숍장소에 있고 영혼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 채로 행사에 참여했다. 회사생활도 그러했다. 업무에 대한 애정은커녕 혐오감만 늘어갔다. 그러다 보니 미스가 생기고 그로 인한 동료들과의 불화도 생기는 등의 악순환이었다.


지금은 회식에 목줄 달린 개처럼 끌려가지 않는다. 갑자기 잡힌 회식이면 가지 않고 가기 싫어도 거절한다. 당연히 참석해야 하는 줄 알았던 전사워크숍도 가지 않는다.


이제는 나를 잃어가면서 조직에 충성하지 않게 됐다. 그렇게 그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따라간다고 해서 (그들이) 내 미래를 결정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다. 내가 자산을 마련했을 때도 은근히 그게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시기 섞인 질투나, 사람을 있는 그대로 부려먹으면서 막상 승진시기가 되면 입을 싹 씻는 몰염치한 사람을 직장에서 연속적으로 보면서 결국 그들은 나를 어떤 한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아닌 철저히 수단으로 대한다는 걸 배웠다.


그 이후는 나도 그렇게 됐다. 관계를 좋게 하기 위한 공치사나 기분을 좋게 하려는 말을 하지 않게 됐다. 날 진심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말에 휘둘릴 필요도 없었고 그들에게 맞추기 위해 본래의 모습을 잃을 필요도 없었다. 사람들과 으쌰으쌰 하지 않아도 일은 굴러갔고 남에게 과한 배려를 하는 대신 내 것에 집중했다. 업무를 꿰뚫고 있으면 아무리 상사라도 반박을 못한다는 걸 알게 되었고 타인에게 아쉬운 말을 하는 경우는 없게 됐다. 그동안 배워왔던 악습들은 결국 관례일 뿐이었으며 그걸 깨부수자 나를 지킬 수 있게 되었고 덤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쟨 건드리지 않는 게 좋다'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회사생활이 편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