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과정

by 강아

지난 세월을 돌이켜 보면 정말 많은걸 배우고 다녔다. 회사원으로 평생을 살수 없다면 무엇으로 먹고살것인가 해서 배운것만도 수십가지였다.


목공을 배운건 독서모임에서 아마추어인 사람이 거의 프로급의 작품을 만든걸 보고 난 후부터였다. 나도 어떤 작품을 남기고 싶단 생각은 목공학원을 다니게 했지만 소음과 톱밥을 견딜 수 없었고, 기계를 무서워해서 조금만 엇나가도 구멍이 나는 나무를 보곤 이 길은 내 길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 이후에 배운건 의류제작이었는데, 완제품을 입는게 아닌 내가 디자인한 옷을 입고 싶단 생각에서 배우게 되었다. 이 또한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옷을 만들고 싶어서였는데, 섬세하다고 생각한 나였지만 미싱에 서툴러 직물이 울기만 해도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았다. 기성제품을 사입을 수 있다는것이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아껴준다는 점에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한벌의 옷을 만들고는 옷은 사입기로 했다.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거 하나쯤은 있을거 같아서 배운건 포토샵이었다. 미적인 감각이 있고 뭔가 꼬물거리며 집중하는걸 좋아하는 나는 이번엔 성공할줄 알았지만 역시 이길도 아니였다. 우선 각각의 기능을 따라하는데도 벅찼으며 손으로 그리면 쉬울것 같은 캐릭터를 이렇게 애써 만들어야하는지 이해를 하지 못했다. 역시 외주작업을 주는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이때 깨달았다.


아참, 꽃도 배웠다. 생물을 다루는 일은 사람을 다루는 일보다 쉬운 것 같아서 배웠지만 나의 노고가 들어가는 일은 모두 힘들구나를 이걸 하며 배웠다. 아름다워보이는 꽃다발은 수많은 작업을 통해 숙련된 작업자의 결과물이라는 걸 알았는데 내가 한 꽃꽂이는 어딘가 모르게 빈 공간이 있고 선생님이 한 것보다 어설프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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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과정을 거치고 나서 앞으로 해야할 것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결정하는 요소는 '그 공간을 빠져나오며 드는 감정'이었다. 하는 동안이 시간가는줄 모르고 하고 난 후에 충만감이 느껴지면 그게 내 할일이었다. 하지만 앞선 네가지는 하는동안 시간이 안가고 나오는 길에 소진된 기분이 들었다. 그럼에도 각 과정을 다 수료한건 한번의 수업으론 알 수 없으니까 들었던 건데 과정을 마치고 나니 빠른 포기를 하는것이 나을 법도 했다.


돌아서 온 길은 결국 음악이었다. 하는 동안에 시간이 잘가고 하고 난 후에 충만감을 느끼는 일이 음악이었지만 돈이 안된다는 이유로 십년간 외면해왔다. 리스너로 만족하면 어때라고 생각한것이 '앞으로 남은생은 소진된 기분으로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바뀌었고 결정적인건 음악을 하면서도 가난한 삶이 아닌 자산계획을 세워 주어진 돈으로 삶을 향유하고 있는 누굴 보고선 점차 확고하게 바뀌고 있다. 정치상황도 시끄러운 판국에 더이상 그런일로 열받으며 내 시간을 소모하긴 싫다. 올해가 가기 전 내게 맞는 일을 하며 마음을 터놓고 온전히 의지할 대상이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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