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음을 거부하지 않기

by 강아

할 게 없는 날엔 서점에 간다. 그냥 슬렁슬렁 산책한다는 기분으로 가면 기대가 없기 때문에 거짓말처럼 끌리는 책을 선물처럼 발견하기도 하는데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진짜 할 게 없는 날이었다. 중요한 일도 끝냈고 그렇다고 너무 머리 아픈 전문지식은 보고 싶지 않은 그런 날 서점에 갔고 거기서 늙음에 관한 책을 보게 됐다.


흰머리가 생기고 기미가 생기면서, 어느 날 엄마가 '흑자 없앨 수 없나'라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 '마음은 아직 이십 대야'라고 했던 말까지 연상되었고, 모두가 '늙음'이란 가치를 부정적이고 쓸모없다고 여기는 현대에서 다른 관점을 보여주는 책일 것 같았다.




일반적으로 남성 작가이겠지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여성이었다. 안정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것이 아니고 결혼은 2번 실패했고 수도 없이 남자를 바꾸며 열몇 살 어린 남성과 살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 솔직하게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녀가 말하는 어투가 확정적이고 솔직해서 점차 호감이 갔다. 글을 쓰는 직업이었고 부유하진 않았지만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사는 그녀는 사회의 시선에 맞춰 살지 않아도 된다는 본보기여서 왠지 모르게 용기가 생겼다.


과거에 '삶은 대부분이 실수로 이뤄져 있고 그렇기에 고통이다'라고 여긴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자는 '실수 뒤에도 삶은 계속되고 언제나 다른 길과 출구가 있다. 그러니 때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삶을 명쾌하게 바라보는 호기로운 작가의 말들은 내게 '너무 심각하게 살 필요 없어.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위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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