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안 하는 기쁨

by 강아

예전에 독서모임에서 싫은 걸 뺀 게 좋은 거냐, 좋은 게 많은 게 좋은 삶이냐를 묻는 질문이 있었다. 그땐 정말 좀 고민이 돼서 답을 하지 못했는데 이젠 답할 수 있다.


삶에서 긍정적이란 건, 마이너스 때문에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가령 회사라는 불편한 걸 경험하고 나서야 그걸 안 하는 삶이 행복임을 알 수가 있고 결혼이란 걸 해봐야 혼자 사는 삶의 기쁨을 알 수가 있는 것이다.


취업을 하지 않았다면, 일을 안 하는 기쁨에 대해 알 수 있었을까? 회사원의 삶을 경험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삶은 어땠을지 궁금해지긴 했을 것이다.




가령 오늘 난 회사에서 워크숍을 가는 일정이었는데 가지 않았다. 가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는 불편함이 예상이 되었고 마주쳐야 할 안 친한 사람들이 떠올랐다. 물론 내 생각, 계획과는 다르게 현장에선 우연들이 발생하지만 가고 싶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워크숍이 있으면 '가기 싫다'라고 생각하면서도 꾸역꾸역 갔을 것이다. 왜냐? 그게 회사원의 본분이기 때문이다. 일하고 싶지 않은데 일을 하고, 가고 싶지 않은 회의에 참석하는 건 그게 회사원의 명분이기 때문이다.


요가원에 회사일정 때문에 못 간다고 말을 해두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 생각대로 행동해도 생각만큼 큰일이 나지 않는단 걸 안다. 내가 워크숍에 가지 않는 건 나에게는 이슈지만 타인에게는 그저 한 사람 빠졌단 것뿐이다. 내가 생각하는 만큼 '저 사람 왜 저래'라고 욕할 건더기도 아니고 설사 그렇더라도 그걸 신경 쓰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예상처럼 출장명령에는 이름이 올라가지 않았고 팀장도 이유를 물어보지 않은 채 쌩 가버렸다. 이유를 물어본다고 한들 '가기 싫어서요'라고 대답했을 것이지만 말이다. 동료는 '안 가세요?'라고 물었지만 '저녁 일정이 있어서요'라고 하자 수긍하고 가버렸다. 실제 요가 수업에 가니 강사는 물었다. '못 온다더니 왔네. 회사사람이 안 왔다고 뭐라고 하는 거 아냐?' 하며 웃었지만 '이젠 그런 거 노상관이에요'라며 아쉬탕가를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강제로 했어야만 하는 시간'을 내 선택/자유로 '특정'한 것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꽤나 기쁨을 준다는 걸 경험했다.

이전 29화안하무인의 장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