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하는 일

by 강아

쇼팽 발라드 4번을 연습한다. 고등학생 때 피아노를 전공하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 레슨은 오랜 기간 받았지만 발라드는 도전하지 못했었다. 테크닉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듣는 것에 족했었다. 하지만 조성진이 연주하는 걸 듣고 정말 아름다운 곡이란 생각이 들며 직접 쳐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연습실에 가서 한 시간씩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집에 사일런트 피아노를 들여놓고 연습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 음정이 맞나 싶으면 유튜브를 들었다. 예전에는 유튜브라는 플랫폼이 없어서 완곡을 들을 수도 없어서 피아노 선생님께 의지해야 했는데 참 좋은 시대다. 전반적으로 느리지만, 일단 음정을 정확하게 친 다음 속도를 빠르게 하려고 연습하고 있다. 처음 부분은 그나마 수월하게 칠 수 있지만 복잡한 부분은 끊임없는 반복 연습밖에 방법이 없다.


인생과도 비슷한 거 같다. 오늘이 내일인 거 같고, 내일이 또 반복되는 것 같은 권태 속에서도 그 끊임없는 계속됨이 한 인간의 인생을 만들어 가는 것 같다. 예전에는 그런 무료함에 날 파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요새는 그냥 한다. 퇴근하면 귀찮아도 일단 피아노 앞에 앉으면 계속하게 된다. 더 잘하고 싶어서다.


그러다 보면 음악가가 작곡한 걸 완벽을 향해 연주하는 임윤찬과 같은 연주가는 그 끊임없는 연습 속에 자신을 얼마나 혹사시켜야 했을지 가늠도 안 온다. 그들은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이게 직업이니까.

예전엔 연주가의 길을 걷는 걸 포기하게 하신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래서 안일한 회사원의 길을 걷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연습하다 보면 이 길이 얼마나 힘든 걸 아니까 애써 발을 돌리게 한 부모님의 사랑에 대해서도 알 것 같기도 하다.


연습을 하다 보면 배고픈 걸 잊고 연습하는 때가 오는데 그들은 어쩌면 자기 자신을 잊을 수도 있는 몰입의 시간을 갖는 몇 안 되는 축복받은 사람이구나 싶기도 하면서도, 끝없는 고난이 있기에 관객의 박수와 같은 선물을 받는 걸 보면 그들은 어쩌면 신의 달란트를 받은 사람일 것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연주가의 길이 힘들다는 걸 알면서도 연주가를 꿈꾸기 시작한다. 계속하다 보면 길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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