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부터 반신욕이 좋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하지 못했던건 집에 욕조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욕조가 있는 집으로 오고 난 이후에도 바로 반신욕을 하진 않았다. 왠지 반신욕은 나이브한 느낌이랄까 '퇴근후 누리는 직장인의 여유' 보다는 '어르신이 건강을 위해 하는 혈액순환 촉진행위' 에 가까웠기 때문이었다. 예전에도 해본적은 있었지만 하체를 담그고 있으면 상체에 땀이 난다고 하던데 그런 것도 겪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하게 되었는데 이유는 따로 없고 1. 빈 화장실에 안쓰는 욕조가 있다. -> 2. 그럼 써볼까 해서 써보게 된 것이다.
마침 최근에 전자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유튜브같이 짧은 영상을 보는 것보다 만족도가 높았다. 그래서 전자책을 읽으면서 classic FM의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들으며 물에 들어가 있으면 어느정도 삶에 대한 만족감이 들기도 했다. 왜 인간은 안좋은 일을 겪고 나서야 아무일이 없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지. 상가 공실을 겪고 나서야 임차인이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인지 알게 되는지. 욕조에 누워있으면서 몸을 이완시켰다.
몸이 찬 편이라 온도는 항상 수전 왼쪽 끝까지 돌려놓고 물을 트는데, 땀이 나는 것도 날마다 다르다. 어떤 날은 현저히 적게 나고 어떤 날은 그렇지 않다. 인체의 신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