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처럼 무조건 살아남겠습니다!
초등학교 6년! 똑같은 건물에 매일 등교해야 되는 지겨움을 참았습니다.
중학교 3년! 끓어오르는 청춘과 호기심을 스스로 구겼습니다.
고등학교 3년! 아침 7시 30분에 등교 해 저녁 10시에 하교했습니다. (아오지 탄광인 줄?)
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남자 셋 여자 셋'(오래된 시트콤, 기억나시나요? 나이가 많아 죄송합니다;)을 꿈꿨던 대학생활!
하지만, 공강 시간에 가는 노래방! 별 의미 없이 매일 술 마시고 엠티 가는 생활에 회의를 느꼈습니다.
심심했던 차에 하필이면 교과목 공부가 재미있게 느껴서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남들 다 논다는 대학교 1학년 2학기에 공부를 했더니 4.5점 만점 학점을 받았습니다.
친구들처럼 아르바이트를 하고 싶었습니다. 편의점에서, 호프집에서... 장애인이라서 고용을 못한다는
사장님께 '월급 반만 주세요, 1/3만 주세요'라고 애원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습니다.
홧김에 중학생 2명, 고등학생 1명! 3명 과외를 동시에 하면서 돈을 벌었습니다. 다행히 그중 두 명은 공무원으로 임용되기 전까지 2년을 넘게 가르쳤습니다. 인연이 맞았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은 아르바이트 자리도 구할 수 없는 현실! 뒤늦게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라는 깨달음을 뒤늦게 얻은 저는 세상에 대한 실망감을 안고 스스로, 제 발로 대학교 1학년 2학기 겨울방학에 공무원 고시학원 수강권을 끊었습니다.(뒤돌아보니 제가 간절하게 원했던 '직업'입니다.)
제 나이 20살! 25살 언니들과 친해졌고 언니들처럼 집중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휴학을 하려고 결심했던 차에 학과 사무실로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이번 학기 학점이 너무 좋아서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을 받게 됐어요!"
"아, 정말요?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졸업 때까지 전액 장학금은 너무 큰 건데... 혹시 다른 조건은 없나요?"
"음... 휴학만 하지 않고 연속해서 다니면 돼요."
휴학하고 공부하려고 했던 저의 계획은 '전액 장학금'이라는 말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 비싼 대학교 학비를 마다할 수 있는 서민은 어디에도 없을 것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다시 과외를 하며 대학교를 다니게 됐습니다. 그리고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을 했습니다. 대학 졸업 후 '백수'가 되는 것보다 '휴학 중인 대학생'이 되는 게 유행이었습니다.
공무원 공부를 준비하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당연히 '7급'이 목표였습니다. 조바심이 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를 알기에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공부했습니다. 시험 삼아 본 9급 시험이었는데 운이 좋게 1년 만에 국가직, 지방직 모두 합격했습니다. '여자가 가정생활하면서 일하기엔 지방직이 좋다'는 이상한 논리로 지방직 공무원을 선택했고, 임용됐습니다.(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동사무소에 발령 받은 첫날 깨달았습니다.)
그렇게 공무원이 됐습니다. 면접 합격 소식을 듣고 너무 기뻐하셨던 아빠는 그날 저녁, 친구분들과 축하주를 얼마나 드셨는지 제정신으로 집에 들어오시질 못했습니다. 엄마는 저를 낳았을 때 '인간 구실 못 하고 그저 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던 의사 선생님 얘기를 또 하셨습니다.
"이것 보라고! 병원에서도 너를 포기했는데... 결국 이렇게 잘 컸잖아."
그리고 며칠을 우셨습니다. 하늘이 분명 있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어려서부터 동생 몫까지 해야 된다고 강요받았던 언니는 안도했습니다. 저는 언니에게 '내 걱정하지 말고, 언니만 생각해.'라고 말해 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돈 버는 것! 쉽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 주머니에서 내 주머니로 돈을 옮기는 것! 치열하고 더럽고 치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잘할 수 있다! 꿋꿋하게 이겨내야겠다!'라는 마음가짐으로도 버티기 힘듭니다.
조기 은퇴! 파이어족! 경제적 자유!
이런 단어들! 많은 직장인들을 더 힘들고 구차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버티는 사람들이 '능력 없는 월급루팡'으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세요!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 수년 전 내가 간절하게 꿈꿨던 자리입니다! 무뚝뚝한 아빠를 울게 만들었던 자리입니다! 엄마를 하염없이 울게 했던 자리입니다! 내 가족과 함께 살고 있는 집을 살 수 있게 했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새끼를 키울 수 있게 해 준 자리입니다!
경제적 자유! 투자! 회사 다니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좋은 물건, 기회를 놓칠 수 있지만 기회는 또 옵니다. 따박따박 들어오는 내 월급! 가장 큰 투자종목입니다. 내가 갖고 있는 가장 커다란 투자종목을 스스로 버리지 않겠습니다.
내 발로 먼저 나가지 않겠습니다. 어떻게 들어온 회사인데...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참가자들을 떠올려보세요. 깜짝 놀라고, 무섭고, 옆 동료를 죽이는 인간성 상실을 극복하며 매 회 게임을 치른 참가자들처럼 직장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양보할 수 없는 진급의 세계를 뚫고, 슬프고, 짜증 나고, 억울했던 그 모든 시간을 통과해 이곳에 있게 된 것입니다. 어마어마한 자리입니다. 456억이라는 거액의 상금을 내 손으로 포기하진 않겠습니다.
임용 후 16년! 내 생활 없이 조직에 헌신하며 보냈습니다.
이제는 제가 회사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내 발로 나오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 팔, 내 다리 맘껏 흔들어 보겠습니다. 제발 나가라고! 쫓아낼 때까지 붙어 있어 보려고 합니다. 어차피 그만두려고 했던 곳 미련 없이 마지막 불씨를 태워보겠습니다.
개인별 성향과 직장이 다르니 각자만의 '오징어 게임' 이 있겠지만 월급쟁이 규칙은 똑같습니다. 무조건 버티면 이깁니다. 이정재처럼 인간적인 면으로 이길 수도 있고, 깡패처럼 싸워서 이길 수도 있고, 한미녀처럼 자신을 팔아서 이길 수도 있습니다.
엄청 소심해서 방금 커피를 마셨는데도 과장님께서 커피를 권하면 기쁜 얼굴로 커피를 마셨던 저입니다. 1년간의 휴직 끝에 복직을 앞두고 많은 생각이 들던 중, 문득! 당하기만 하고 제 발로 나가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대한 직장을 이용해 보고 강렬하게(?) 전사하려고 합니다.
소심한 성격에 맞게 제작된 <저만의 회사 이용법>을 조심스럽게 펼쳐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