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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흔적.

by 이서진

'나이테'는 나무의 줄기를 가로로 잘랐을 때 나타나는 둥근 테다.

1년에 한 줄씩 생겨 나무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다.


사람도 '주름'이 생긴다.

삶의 여러 흔적 중 하나인 주름!

그 흔적을 몸과 마음에 고스란히 지닌 연령층이 바로 노인이다.

노인...

시간의 흐름과 삶의 무게를 온몸에 지니느라 고되 보인다.


그들은

순백의 하얀 영혼으로 돌아가기 위해 또 다른 고통과 수고를 감내하고 있다.


점점... 순수한 갓난아이로 되어간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머리카락도 없어지고

말귀를 못 알아듣게 된다.

그중 절반은 실제로 청력이 약해져 못 듣게 되고

절반은 들려도 못 들은 척해야 된다.


알아도 모르는 척해야 되는 답답함.

자신의 영향력과 존재를 스스로 줄이면서도

어리광 한번 부리지 못하고

홀로 조용히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감당해야 되는 노인.


그 어떤 꾸밈도 노인을 보호해 졸 수 없다.

오로지 자신의 순수함만으로 세상과 맞서야 된다.


내가 노인이 된다면

내 몸에 남겨진 삶의 흔적을 감당할 수 있을까?

'처음'으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을까?


아직 난, 삶의 흔적을 마주 할 자신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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