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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친정부모님 용돈을 끊자고 했다.

by 이서진

그냥 그런 날이었다.


아들의 담임 선생님,

미술치료 상담 선생님,

소아정신과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할 때마다 울게 된 그런 날이었다.


생각보다 아들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가

그저 지나간 시간이 후회돼

우는 것 밖에 할 게 없었던 날이었다.


남편에게

나의 직업이 무슨 의미가 있냐며, 집에서 아들을 케어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


남편은...

친정 부모님께 드리는 용돈을 끊자고 했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학원도 다 끊는다고 했다.


아들, 친정엄마...

남편은 내게 중요한 게 무엇인지 잘 안다.


무엇보다 장애인인 내가

직업도 없이 살면,

사람들에게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의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다음 날, 하루 종일

엄마에게... 드리는 용돈 중 일부를 드리지 말까? 잠시 고민했다.


퇴근 후 집에 오니 날 맞이하는 엄마의 표정이 어두웠다.


엄마는 일본에 있는 형부가 코로나에 확진된 것 같다고 하셨다.

일본은 개인이 코로나 치료비를 부담해야 되는데

어떻게 하냐며 걱정하셨다.

여행사에 다니던 언니는 코로나로 인해 아르바이트생으로 전락했는데

격리 중인 형부로 인해 그마저도 못 나가게 됐다고..


여태껏 외손주 봐주시느라 고생한 친정엄마에게,

더구나 멀리 살고 있는 큰 딸의 안위를 걱정하는 엄마에게,

내 새끼 돌봐야겠으니 당분간 용돈을 못 드릴 것 갔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산다는 것은... 참 무겁다.

겨울이라 옷이 두꺼워서 그런지 유독 삶이 무겁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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