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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Oct 04. 2022

공무원의 자살에 대하여.

한 번씩, 잊을만하면, 소식이 들려온다.


누군지 모르지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공무원의 자살' 뉴스.


스쳐 지나가듯 흘려보내듯 잠시 언론에 노출되는 그분들의 죽음이 나는 참 안타깝고 공감된다.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면 되지, 죽긴 왜 죽어!"라고 말하지만 같은 공무원인 나와 동료들은 안다.


생업을 포기하는 건 누구에게나 힘들지만 특히 공무원의 퇴사는 누구도 공감해주지 않는다.


'그것도 버티지 못하냐? 밖은 더 힘들다.'라는 가시 돋친 말들.

가까운 관계인 사람들의 실망 어린 눈빛!

'돈 버는 거 다 힘들어. 조금만 지나면 낳아질 거야.' 내 마음을 1도 공감해 주지 않는 서러운 위로!


버티면서 영혼 없는 좀비가 되고, 내 시간과 생각의 주도권을 뺏긴 그야말로 공노비가 되거나,

마음이 썩어 문드러져 머릿속까지 새카맣게 될지언정 그들도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공감된다. 누군지도 모르지만 눈물이 난다.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지.


2019년 6월 공공데이터 포털에 공무원연금공단이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임용 5년도 안 돼 공무원을 그만둔 경우가 전체의 55%라고 한다.

데이터 상세 | 공공데이터 포털 (data.go.kr)


역시 나는 5년 내에 그만뒀다는 그분들을 모르지만, 마음속으로 축복하고 진심으로 응원한다. 무엇을 하든 꼭 성공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때 그만두지 않으면 나가기가 정말 힘들다. 오히려 죽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부모님은 임용 첫날 '앙~'하고 울면서 퇴근한 나에게

'3개월만 버티면 3년 버틸 수 있고, 3년 버티면 30년 버틸 수 있다'며 무조건 버티라고 하셨다. 장애인으로 태어나 인간 대접받으려면 무조건 참고 버티거나 지금 바로 같이 죽자고 하셨다.

엄마를 죽게 할 순 없었기 때문에 나에겐 오로지 버티는 것만이 답이었다.

물론, 버틴 덕분에 밥은 먹고살지만 난 병들었고, 나의 아들에게 우울증이 그대로 전가되는 것을 보고도 못 본 체하면서 일하러 간다. 또, 그곳으로 매일 간다.


지난 8월부터 지금까지 매일 야근, 주말 이틀을 온전히 쉰 적 없었다. 더 신기한 것은 내 주변의 대부분이 그렇게 일을 당연스럽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내가 힘든지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하던 중 지하철에서, 운전하다가 차 안에서 그냥 눈물이 뚝! 흐르더니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서 오늘 그냥 쉬었다. 낮에도 울고 오후 늦게 간 신경정신과 의사 선생님 앞에서도 울었다.

그리고 약 처방이 늘었다.


물론, 사랑하는 둥이(남편도 엄마도 아닌 오로지 둥이!)가 있기 때문에 어떻게서든 힘을 내 살 것이다. 난 여기서 울면서 힘을 내며 살겠지만

문득 전혀 모르는 어떤 분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공감하고 싶었다.

그리고 또 모르는 어떤 분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싶었다.


진심으로 추모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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