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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미 Nov 28. 2022

꽃 피는 봄에 다시 만나자

11월 26일, 희야와 수기와 미야 쌍문역 1번 출구 식당에서 점심 먹고 카페로 옮겨 커피 마시고 신나게 수다를 떨었다. 50 플러스 얼마를 더 해야 하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눈뜨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에 50년이면 강산이 다섯 번만 탈을 바꿔 썼겠느냐고, 도봉산 만장봉도 비와 바람과 볕에 닳았을 거라고 그러나 우리는 여전히 그 초등 6학년 때의 모습이 남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우리들 각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씀으로 대해 주셨던 담임 선생님 이야기에 눈물을 흘렸고 그분이 계셔서 오늘 우리가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내가 기억하는 누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맞아떨어질 때면 셋이서 손뼉을 쳤고 내가 알지 못하는 누구들에 대해서는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된 데 감사하며 또 손뼉을 쳤다. 


특히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시절, 서울로 편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변방에서 채 1년도 함께하지 않았던 그 시기가 이렇게까지 생생할 수 있을까 싶기도 했다. 서로를 통해 누군가와 닿고 더 절실하게 닿고 싶었지만 끝내 그 누군가의 소식은 알 수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길고 긴 이야기 끝에도 나는 많은 동창이 모인다는 모임에는 참가하고 싶지 않다고 알렸다. 이렇게 셋이 만나는 것만도 얼마나 기쁜 일이냐고 손잡으며 초겨울의 온기를 나눴다. 살아만 있자고, 건강하면 더할 수 없이 좋은 일이겠지만 아파 병원에 누워 있더라도 살아만 있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냈는지는 단 두어 마디의 말속에 다 녹아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을 실감하며 '꽃 피는 봄'에 다시 만나자고 약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은 그녀들을 포함한 여러 동창이 연중행사로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6학년 몇 개월을 함께했을 뿐인 나를 너무도 곱게 기억하고 있고 반갑게 맞아준 그녀들에게 감사한다. 눈길에 미끄러지지 말고 눈 내리면 아예 집 밖에 나올 생각 자체를 접으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꽃 피는 봄이 오면 내 곁으로 온다고 말했지.' 이 뒷부분의 가사는 내 멋대로 개사하여 며칠 동안 내내 흥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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