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둥이
토미는 긴 주둥이를 이용해 이불을 파헤쳐 제일 따뜻하고 아늑한 곳으로 들어올줄 아는 대단한 강아지였습니다. 긴 주둥이로 한번에 인형 세개를 물 수도 있었고, 내가 버려둔 요거트 통을 알뜰하게 핥아 설거지도 할 줄 알던 강아지였습니다.
그렇게 유용한 주둥이지만 잠을 잘땐 거슬렸는지 토미는 긴 주둥이를 숨겨 어딘가에 고정을 해야 푹 자곤 했습니다. 토미집에선 쿠션틈에 주둥이를 꽂았지만, 나와 함께 자던 매일 밤 토미는 내 겨드랑이에, 사타구니에, 내 손바닥 아래 주둥이를 턱 턱 놓곤했습니다. 겨드랑이 아래 토미 주둥이가 있다는건 내 옆구리 옆에 길게 누웠다는 거고, 사타구니에 토미 주둥이가 있다는건 다리 사이에 길게 누웠다는 거고, 내 손바닥 아래 주둥이를 넣었다는건 잠자는 내내 토미를 만질수 있다는 거였어요. 그렇게 토미는 긴 주둥이로 내 몸 여기저기에 파고들어 말랑한 살을 대고 따뜻한 온도를 나눴습니다.
그런 토미가 영원히 내 마음 속에 살게된 날부터 이제는 그 주둥이로 내 마음을 파고듭니다. 어찌나 후벼파는지 명치가 뻥 뚫린 느낌에 자주 웁니다.
토미가 없는 여름을 보냈습니다. 토미는 여름마다 피부병이 생겼었죠. 이제는 피부병은 없어 약용샴푸를 안해도 됩니다.
[2021년 9월 유난히 긴 주둥이 9살 스토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