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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마다 새롭게 Jul 05. 2022

내 생애 가장 찬란한 순간을 찾아서

어느 암환자의 고백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모든 사람에게는 그들만의 찬란한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앞으로 살면서 더 찬란한 순간이 올 사람도 있을 것이고 어떤 사람은 그 찬란한 순간이 지나갔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 나는 오늘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은 어쩌면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암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인 지금이 찬란한 순간이라면 사람들은 뭐냐고 반문을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오늘 문득 아…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구나 싶었다. 특별히 행복했던 하루였던 것도 아니다. 특별한 이벤트나 기쁜 소식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 모든 것들이 없는 그리고 세상 사람들은 가장 최악 일거라 생각하는 암 투병 중에 그런 생각을 하다니 내가 봐도 내가 좀 미쳐가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에 투병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알게 된 것이 진정한 사랑에 대한 정의이다. 어릴 적부터 나를 괴롭혔던 그 아프고 시렸던 가슴속에 묻혀 있던 사랑의 감정들이, 해소되지 못하고 내 나이 50이 넘을 때까지 나를 흔들었던 감정들이 이제는 뭔가 잘못된 것인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겼으니 말이다. 암이라는 녀석이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그 달콤한 추억에 속고 그때를 후회하며 그리워하면서 살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젊은 시절이 찬란하고 아름다웠다면 지금 자신의 모습은 얼마나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나처럼 나이 들고 항암치료로 머리카락도 없고 최악의 외모를 가지게 된 시간을 당신은 가져본 적이 있었는가? 죽음과 가장 가까이 있는 질병인 “암”을 몸에 안고 살아가는 시간을 가져본 적이 있는가? 

몸이 약해지면 마음은 더욱 약해지는 건가 보다. 체력이 바닥을 치고 몸에 잔인한 통증이 엄습하면 살고자 하는 의욕이 가장 먼저 꺾인다. 이런 고통을 부득불 이겨내면서 살아야 한다면 그냥 포기하고 싶고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먼저 드니 말이다. 고통의 한가운데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그대로 눈을 감아버리고 싶어 진다. 그래서 자꾸만 밤낮 가리지 않고 잠을 자다 깨다를 반복했던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고통이라는 단어를 몸에 체험하듯 싸우다 보니 이젠 그 고통이 어느 정도 가시고 치료의 끝자락을 향해가는 이 시간은 마치 평온과 평안이 가득한 듯하다. 

어쩌면 그래서 지금이 가장 찬란한 순간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하게 된 건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진심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찬란한 순간에 머물고 있다. 많은 것 들로부터 진실을 보는 눈이 생기고, 인생에 대한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이야 말로 가장 빛나는 나 자신과 맞닥뜨려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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