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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는 키워야겠고, 글은 써야겠고

by 달보


나의 글쓰기는 어느 날 새벽에 일어났다가 시작된 거였다. 처음부터 글을 쓰려고 일어난 건 아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직장만 믿고 살아갈 순 없으니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에서였고, 다른 하나는 훗날 아이가 태어나면 새벽에 일어나야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작심삼일이 겹겹이 쌓여서인지, 이유가 그럴듯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벽 기상을 습관으로 들이는 건 생각보다 수월했다. 아무리 늦잠을 자도 아침 7시 이후에 일어나는 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어느덧 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거듭나 있었다.


육아는 결코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겠지'라는 생각은 육아 경험이 없을 때나 할 법한 귀여운 착각이었다.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수면 시간이 들쭉날쭉했다. 돌이 지나니 어느 정도 규칙적으로 변하긴 했지만 우리 아이는 저녁 8시쯤 자서 새벽 4시에서 5시 사이에 깬다. 가끔 6시 이후에 일어나기도 하는데 거의 드물다.


새벽 기상은 단순히 새벽에만 일어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전날 일찍 자야 하고, 일찍 자기 위해 저녁을 일찍(가능하면 작게) 먹어야 하고, 저녁 약속도 피해야 하며, 늦어도 밤 10시 전에는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한다. 그렇게 열심히 준비해놓고 새벽에 일어났을 때 아이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큼 허탈한 순간도 없다.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고 몸도 가누지 못하는 아이는 한없이 귀엽지만, 전날부터 계획했던 것들을 하지 못하게 될 때의 착잡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새벽 4시 전에 일어나 카페에 가보기도 하고, 새벽은 포기하고 저녁에 카페를 가보기도 하고, 아이를 혼자 놀게 두고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다른 건 몰라도 글쓰기와 운동만큼은 꼭 하고 싶은데, 그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 못해 안달이다. 육아는 듣던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걸 몸소 체감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만한 보람은 있다. 퇴근했을 때 내 얼굴을 보고는 환하게 웃으며 상상 이상의 속도로 기어오는 아이를 한아름 안으면 모든 게 녹아내린다. 가뜩이나 얼굴도 귀엽게 생긴 천사 같은 아이가 스스로 볼에 입을 맞출 때는 온몸의 피로가 사라지는 듯하다.


그조차 조금만 지나면 곧 다시 글을 언제 써야 할지 걱정이 앞서지만 그래도 어쩌랴. 낳았으니 열심히 키우고, 현실적인 문제들은 겸허히 받아들이는 수밖에. 주제파악 못 하고 성질만 급해서는, 욕심 부리느라 우왕좌왕하는 나를 옆에서 지켜보며 배려하고 응원해주는 아내를 만난 게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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