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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Sep 05. 2024

글쓰기는 누구나 못한다

ep 1. 아무나는 할 수 없는 글쓰기


글쓰기는 언어를 익힌 사람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생각하는 게 다른 만큼 글쓰기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입니다. 글쓰기는 대단한 게 아닙니다. SNS에 계정에 글을 업로드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주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도 모두 글쓰기라고 볼 수 있으니까요. 알고 보면 글쓰기는 일상 속 깊이 한 자리 꿰차고 있는 아주 친근한 행위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없잖아 있는 듯합니다. 일기를 쓰나 에세이를 쓰나 글을 쓰는 건 매한가지인데, 일기는 일기라고만 생각하고 에세이 쓸 때는 '글을 쓴다'라고 생각하는 것처럼요. 하지만 일기랍시고 휘갈겨 쓴 글이 그 어떤 에세이보다 나을 때가 있고, 에세이 작가라는 사람이 출간한 책에 실린 내용이 내가 쓴 일기보다 더 일기 같아 보이기도 하는 게 현실입니다. 요컨대 글쓰기를 글쓰기 이상으로 여기는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면, 숱한 글쓰기 강의를 들어도 유의미한 변화가 있진 않을 거예요.


인간은 뭔가를 시도하려 할 때 이유를 찾으려고 드는 습성이 있습니다. 글쓰기를 하기 이전에 왜 글을 써야 하는지를 곱씹는 것처럼요. 물론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이유가 확실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여러 가지 방면에서 좋은 이점을 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쓰기에 대한 의지도 남다를 테고, 어떤 주제의 글을 쓸지에 대한 가닥도 어느 정도 잡힐 테니까요.




회사 근처 산책로에서 날씨 좋아 찍은 사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why'가 필요한 건 아닙니다. 글쓰기에 대한 명분이 바로 잡힌 상태에서 글을 쓰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저는 아무 생각 없이 새벽에 일어났다가 우연히 글쓰기를 시작했고, 꾸준하게 쓰다 보니 'why'를 찾은 경우입니다. 이처럼 왜 글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명분 따위는 개의치 않고 저처럼 글을 쓰게 된 사람들이 대다수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힘을 줘서 좋을 건 별로 없습니다. 지난날들의 경험을 떠올려 보면 거의 모든 일들이 그러한 것 같아요. 그러니 이제 막 글을 쓰려하는 분들일수록 왜 글을 쓰는지에 대한 건 나중에 천천히 생각하기로 하고 일단 뭐라도 써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쓰고 싶으면 그냥 쓰면 됩니다. 더군다나 막상 글을 쓰다가 'why'를 찾았다고 한들, 시시때때로 변하는 주변환경과 마음의 특성을 감안하면 그 'why'도 갈대처럼 왔다 갔다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고로 중요한 건 가볍게, 할 만큼만 적당히 글쓰기에 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에게 "글 한 번 써 보세요."라는 말을 건네면 아마 머뭇머뭇거리다가 몇 글자 쓰다 말거나, 뭘 써야 할지 계속 고민만 하다 포기하는 이들이 대부분일 거라 예상됩니다. 근데 그들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일기를 써 보세요."라고 한다면 과연 쓰지 못할 사람들이 있을까요.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극히 단순합니다. 글쓰기는 어렵고 남다른 행위라고 생각하고, 일기는 별 일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글쓰기는 일기와 다름이 없고, 일기는 곧 글쓰기입니다. 본질적으로 전혀 다르지 않은 일기와 글쓰기를 서로 다르게 생각하고 구분 지어 생각하면, 당연히 글쓰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집 밑에 분리수거 하러 갈 때면 자주 보는 노을 풍경


'글을 쓰면 명료한 사고를 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퍼스널브랜딩을 하려면 글을 써야 한다'


위와 같은 말들이 틀린 건 아니지만, 아직 글을 써 보지도 않은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도 되지 않는 불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사고가 명료해지고 스스로와 친해지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런 경험을 하는 건 아니거든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미래에 다가올 일을 섣불리 그려놓고서 글을 쓰면 후에 겪을 일은 실망하게 될 일밖에 없지 않을까요. 인생은 대부분 마음처럼 흘러가지 않으니까요.


글을 쓸 때뿐만 아니라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긴 한데, 가장 중요한 건 경험을 통해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얻어가는지라고 생각합니다. 왜 글을 써야 하는지,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은지 등은 본인이 직접 글을 써 보면서 스스로 알아내야 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입을 모아 좋다고 떠드는 것도 내겐 얼마든지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는 걸 감안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글쓰기를 처음 하는 것일수록 별 기대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생각하고 써 보는 게 좋아요. 특히 글쓰기는 꾸준해야 남다른 이득을 보는 활동이기에 되도록 작게 시작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풀에 지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온갖 정성을 들여 쓴 글이라고 해서, 무심코 써낸 한 문장의 글보다 더 낫다고 볼 수도 없는 게 글쓰기만의 묘한 매력입니다. 그러니 꼭 글쓰기를 처음 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저처럼 매일 글을 쓰는 사람도 무리해서 좋을 건 별로 없다고 봐요. 전 항상 힘을 빼려고 노력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결국 방전되고 말 것 같거든요.

  

현재 본인 상태에 맞게 사고하고 행동해야만이 건강하면서도 독보적인 글을 부른다고 생각합니다. 지치지 않아야 '다음'이 있고, 꾸준해야 유의미한 성장과 발전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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