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바람에
아이들과 미술전시를 보러 광화문에 찾았다. 주말이라 사람이 많아서 대기를 해야 했다. 대기를 해두고 아이 둘을 데리고 광화문 광장에서 간식을 먹으며 시간을 보냈다. 낮의 햇빛은 뜨거웠고 물이 나오는 분수에서 아이들은 집에 갈 생각이 없는 듯 온몸을 흠뻑 적시고 해맑게 놀고 있었다. 우린 미술관에 들어가야 하니 그런 자유로움은 참기로 했다.
여러 물줄기가 나오면서 물 터널이 생겼고, 그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몇방울의 물을 맞으며 그 사이를 갈 수 있었다. 그치만 타이밍을 잘 못 잡아 물이 멈추거나 나오는 시간엔 약간의 물벼락을 맞을 수 있을것 같았다.
1시간 넘게 기다려 미술관에 들어가 작품을 구경했다. 꽤 오랜 시간 작품을 보고 아이들 색칠하는 것도 기다려줬다. 나오니 아까보다 해가 약해졌으나 분수엔 자유로운 아이들이 아직 있었다. 둘째는 우다다다 뛰어 물줄기 사이로 뛰어갔고, 첫째와 나는 핸드폰을 켜고 물줄기 터널을 가기로 했다.
“엄마, 물 맞으면 어떻게 해?”
큰딸이 걱정하며 물었다.
“괜찮아~ 그냥 이렇게 걸어가면 살짝만 튀길 거야~ 뭐 설마~ 물벼락을… 앜!!!!”
낮에도 봤고, 분명 물줄기 터널 사이로 가면 안전해 보였는데 해가 져가면서 바람이 변수였다. 바람이 살랑 불면서 얇은 물줄기는 방향을 틀어 우리한테로 향했다. 말 그래도 물벼락이었다.
머리로 떨어진 물줄기로 몸 반절이 젖어버렸다. ㅋㅋㅋㅋ 그 모습을 본 둘째는 더 신이 나서 분수사이로 뛰어다녔다. 황급히 둘째를 말리려 뛰어갔다. 해가 쨍쨍하면 금방 마를 텐데 해가 지고 있을 때였고, 갈아입을 옷도 없었다.
첫째와 나는 웃음이 터졌고, 우리 셋은 그곳을 벗어나 청계천으로 향했다. 다행히 걸어 다니면 천천히 말랐고 집에 가는 길엔 보송해진 상태로 갈 수 있었다.
자신만만해하며 뛰어들었는데, 뭐든 직접 경험해 봐야 그 결과를 알 수 있고 상황에 따라 그 결과는 다양하게 변할 수 있다는 걸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ㅋ
그래도, 뜨거운 여름엔 또 한 번 뛰어들어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