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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 처음으로

고른 자전거

by 라이크수니

어릴 적 여의도광장이 있을 시절 종종 난 가족들과 함께 자전거를 탔었다.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을 타는 사람들 사이사이를 신나게 달리던 장면들이 생각이 난다. 내 기억에 있는 자전거는 엄마가 신문 구독을 하면서 받은 삼천리 자전거였던 것 같다. 그 자전거를 타고 중랑천을 신나게 달리던 때도 생각이 난다. 자전거를 타고 바람을 가르며 달리면 기분이 참 좋아졌다. 그렇게 난 자전거 타는 걸 좋아했다.



그 자전거가 녹이 슬어갈쯔음 난 지금의 신랑과 연애 중이었다. 만난 지 백일 선물로 신랑이 커플자전거를 선물해 줬었다. 그땐 다른 사람이었다. 김포에 살고 있던 신랑은 내 자전거를 전해주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창동까지 왔다. 꽤 먼 거리였는데 그런 열정으로 나에게 참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었는데, 자기 거를 만들고 나니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받았던 자전거에 귀여운 스티커도 붙이며 12년간 잘 탔다.








12년 된 자전거는 여기저기 녹슬었지만 잘 가긴 해서 자전거 속 타이어만 몇 번 바꾸고 문제없이 타고 다녔다. 새로 이사 온 곳에선 자전거를 더 자주 탔고, 올해 봄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려고 보니 자전거가 망가져있었다. 12년을 탔으면 오래 타긴 했지, 13년 인지도 모르겠다. 자전거를 다시 타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적당한 걸로 주문을 했다. 신랑과 사이가 나빠 말을 안 하고 지내고 있어서 조립을 다 해서 오는 자전거로 시켰었는데, 배송이 불가하다는 전화를 받았다.



다시금 자전거 검색을 하고 했지만 마음에 드는 건 너무 비싸거나, 조립이 안되어 온다 하니 쉽지 않았다. 그러는 중 신랑 지인이 자전거 하나를 줬다. 지하주차장에 그대로 뒀길래 한번 타보니 엉덩이가 아팠지만 탈만 했다. 다른 날 또 타려 하니 자전거는 없었다. 신랑이 타고 어딘가에 둔 거 같았다. 정확한 위치도 알려주지 않는 신랑 치사하고 야속했다.




동네 주변엔 자전거 판매하는 곳도 없었다. 더 나가서 사야지 사야지 했으나 자전거가 있는데 사기가 좀 아까웠다. 다시금 신랑에게 자전거 위치를 물어보니, 이번에도 정확하지 않은 위치들을 알려줬다. 아파트를 빙빙 돌아봤지만 보이지 않았고, 슬슬 짜증이 올라왔다.



거참 자전거 하나 사면 될 것을 뭘 그리 못 사고 있는지 말이다. 운동하러 다닐 때도 자전거를 타고 다녔고, 아이들과 주말에 스타필드를 갈 때면 자전거를 타고 갔었다. 이번주말 아이들은 자전거를 타고 나는 걸어서 스타필드에 갔다. 이번엔 기필코 자전거를 사서 타고 가야지!! 그렇게 몇 개월을 끌고 끌어 드디어 내가 직접 고른 자전거를 샀다. 태어나 처음인 듯하다 내가 골라서 산 내 자전거는 말이다.




새 자전거를 받아서 아이들과 집으로 돌아올 땐 자전거를 타고 왔다. 아직 어색하지만 천천히 잘 길들여서 오래도록 함께 다녀야겠다. 아침에 아이들 아침을 다 챙겨주고 일찍 운동 가려 준비를 했다. 자전거를 타고 아이들 등굣길에 인사를 해주고 학교를 지나 한적한 도로에서 음악을 들으며 자전거를 타고 도로를 내려갔다.



마주 오는 바람에 기분이 좋아졌다. 헬스장 앞에 자전거를 걸어두고 운동을 끝내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 햇살이 뜨거웠으나 자전거 덕분에 기분 좋게 집에 왔다.




태어나 처음으로 내가 직접 고른 자전거,

점점 내 취향의 것들로 내 주변을 채워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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