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자연은 좋은데

벌레는 싫어

by 라이크수니

40대가 되기 전에도 나는 자연을 참 좋아했다.

20살이 되기 전 비가 오고 난 후 밖에 나오면 흙향이 올라오는 그 향이 너무나 좋았다. 그리고 아파트 단지 내 제초 작업을 하는 날이면 풀향이 나서 좋았었다.



어릴 적 부모님과 주말이면 여행을 다녔고, 등산도 자주 다녔다. 그 덕일까? 아니면 난 그냥 자연이 너무 좋은 걸까? 이사오기 전 뒷산에 올라가는걸 참 좋아했다. 혼자 물병 하나 챙겨서 산을 올랐었다. 이슬비가 내리던 어느 날 우비를 입고 혼자 산을 오르기도 했었다. 살짝 무섭긴 했지만, 몽환적인 분위기와 흙향과 풀향이 가득한 산속을 거닐면 참 좋았다. 진주에서 힘들게 적응하며 지낼 때 두통이 생기면 종종 산을 갔었다. 산을 다녀오면 두통이 나아졌었으니 말이다.




지난달 오랜만에 강의를 갔다. 나는 강의를 가면 끝난 후 주변 커피숍을 미리 검색을 해두었다가 들리곤 한다. 3시간 4시간 동안 이야기를 하다 보면 목이 아프기도 하고, 아직은 건강한 체력이 아니라 쉽게 지치곤 한다. 그럴 때면 풀이 많은 곳을 찾아 조금 쉬다 온다. 이날도 열심히 찾아 두었던 커피숍을 왔다.


브런치 메뉴는 참 실망스러웠지만, 커피와 야외자리는 너무나 좋았다.

평일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산속에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한동안 아무도 없어서 혼자 전세를 낸 듯 산속에서 초록초록한 나무와 풀을 보며 쉬었다.








산을 오를 때나, 자연을 찾을 때면 내가 항상 무서워하는 벌레를 피할 수 없다.

혼자 등산을 할 때면 휘적휘적거리거나, 꺅! 비명을 지르며 등산을 한다. 난 아이 둘을 낳으면 손으로 벌레를 때려잡는 여자가 될 줄 알았다. 아이 둘을 낳아도 벌레는 너무나 무섭고 싫다. 이날 산속에 앉아 있으면서도 벌레를 피해 자리를 이리저리 옮기고, 비명을 지르며 앉아있었다.




온전히 자연을 느끼려면 벌레도 받아들여야 하는데, 쉽지 않다.

요즘엔 거리에 러브버그가 너무 많다. 길 다니며 갑자기 날아드는 벌레의 모습에 몇 번을 꺅! 소리를 지르며 피해 다닌다. 아파트 단지 내를 산책하다가도 몇 번을 소리를 지른다. 벌레들은 그런 나를 잘 아는지 나에게 더 많이 달려드는 것 같다.




나도 안다. 벌레들에겐 내가 더 무서운 존재일 거라는 걸 말이다.



아무래도, 죽을 때까지 난 자연을 좋아하지만 벌레는 무서워하는 변함없는 사람일 듯싶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