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풍경·여행
“강원도에 계실 때 알고 지냈던 사람인데, 온라인에서 뵙고 반가웠어요. 그런데 선생님의 블로그 글에 사진을 올렸었는데 삭제되었네요. 왜 그러셨어요?”
갑자기 이름이 없이,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이런 메시지가 떴다. 전혀 오리무중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보이스 피싱인가?’라는 생각에 일절 답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지?’라는 호기심에 궁금증도 있었다. 상대방은 아무런 답을 받지 못해서 오기가 났는지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
‘온라인에서 활동하시는 걸 보고 너무 반가워서 사진을 올렸는데 게시물을 왜 삭제하셨어요?’
그렇게 한 적이 없었으니 그런 오해를 받는 게 너무 억울했다. 그래서 용기를 냈다.
‘한 번 더 확인했으나 블로그에 올린 게시물을 삭제한 게 없습니다.’
‘어제부터 핸드폰으로 접속하면 [페이지에 연결할 수 없습니다. 게시물이 삭제되었거나 다른 페이지로 변경되었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블로그에 접속이 안 된다.’라는 회신이 다시 왔다.
‘미치겠네. 차단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속에서 열불이 나며, 상대방에 대한 궁금증도 더해졌다. 상대방도 내가 일부러 삭제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조금은 누그러졌는지 글의 강도가 부드러워졌다.
‘며칠 뒤에 다시 접촉해 보겠습니다. 글 많이 쓰세요. 인생은 다 이야기인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제는 내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래서 메시지로 물었다. ‘누구세요?’
역시 짧은 답이 돌아왔다. ‘OOO’
그제야 이해가 됐다. 아귀가 맞았다. 20여 년 전 춘천에서 일했다. 그때 강원도 전역을 돌아다녔다.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차를 몰았다. 춘천에서 가까운 홍천, 횡성에 자주 들렀다. 그곳에 공단이나 업체가 많이 있었기에 업체 사람들을 만나러 갔던 것이다. 강원도 제일의 경제도시 원주에는 더 자주 갔었고. 가끔은 영동고속도로를 탔다. 대관령을 넘어 강릉, 속초, 양양에도 자주 갔었다. 강원도에는 춘천에서 사업을 하는 네, 댓 명을 포함하여 지금도 연락하며 지내는 사람이 꽤 있다.
봄에 동유럽으로 여행을 갔었다. 그때 체코 프라하 호텔에서 핸드폰을 분실했다. 허망하게 곁을 떠나면서 많은 것들이 함께 사라졌다. 우선 그동안 틈틈이 찍어두었던 사진들과 이별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켜켜이 쌓인 메모 또는 아이디어를 더는 볼 수 없게 되었다. 예전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었던 보물인데. 무엇보다 답답한 건 전화번호가 달아난 것이다.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과의 유일한 연결 수단이었는데,
요즘은 누구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는 않는다. 핸드폰이 있으니까. 하지만 ‘핸드폰을 분실하면 낭패다. 이번에 내가 겪은 소동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이어진 인연으로 인해 ‘위로’를 받고 용기로 재충전하는 기회가 되어 감사하다.
‘예전에 생각도 안 했는데 작가가 되어 네이버에서 나오니, 얼마나 멋지신지∼.’
이 말은 이번 여름 무더운 더위를 한 방에 날릴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