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문현답

Ⅰ. 풍경·여행

by 이들멘

D-Day인 10월 2일 출발 시간 8시에 맞춰 10분 전에 도착했다. 하지만 갈 분들은 대부분 버스에 타고 있었다. 그분들은 단골 멤버들이었다. 그분들에게 인사를 하면서 버스 맨 끝의 빈자리에 앉았다. 보통 다른 행사에 참여할 때는 앞쪽 좌석에 앉는데, 이번에는 예외적인 상황이 된 것이다.


목적지인 진천 농다리를 향하여 버스는 시간에 맞춰 정확하게 출발했다. 올림픽 도로를 거쳐 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길이다. 길에는 무척 많은 차가 쏟아져 나와 있었다. 옆에 앉은 선배가 말했다.

“오늘도 막히나 보네. 예전 차가 별로 없어 시원하게 달릴 때가 좋았는데.”

현장에 도착하니 진천군에서 나온 여자 해설사가 농다리 유래를 이야기했다. 농다리의 ‘농’자가 농구(籠球)할 때 쓰는 바구니 ‘농’자라는 말이 귀에 꽂혔다. 진천에는 이번에 처음 갔으나 농다리에 대해서는 들어봤다. 그리고 이미 가본 아내의 설명도 머리에 입력되어 있었다. ‘농다리는 물을 건너가기 위해 놓여 있는 돌’이라는.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예전 개울을 건널 때 사이사이 놓여 있던 돌을 상상했다. 해설사의 이야기를 들을 때도 그 연장선으로만 생각했었다.


잠시 후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우선 물이 돌다리를 놓아서 건널 만큼 적지가 않았다. 그리고 큰 돌이 하나씩 놓여 있는 게 아니고 돌무더기를 쌓여 있어서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거로 보였다. 몇백 년 전에 쌓은 돌무더기가 형태를 보전하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이번에는 보수공사를 하는 관계로 농다리를 직접 밟고 건널 수가 없어서 아쉬웠지만.


옆에 있는 보조 다리를 이용해 건너가니 파란 하늘이 반겼다. 전형적인 가을 날씨를 만끽할 수 있고 도회지에서 느낄 수 없는 깨끗하고 선선한 바람이 가슴을 탁 트이게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출렁다리가 보였다. 일행 중 한 분이 말했다.

“요즘은 어디를 가나 출렁다리가 있어. 출렁다리 놓기 경쟁을 하나 봐.”

“저기 보이는 게 최근에 만들어진 출렁다리라고 하니 현재까지는 가장 긴 다리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나도 아는 척하며 말했다. 주변에서는 출렁다리, 그 아래로 흐르는 물 그리고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연신 핸드폰을 눌러댔다. 어떤 분은 자기를 반드시 집어넣은 사진을 고집했다. 배경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장소에 있는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반면, 나는 사진 속에 사람을 포함하지 않고 자연 풍경만 담으려고 한다. ‘사람마다 취향이 참 다르다’라는 걸 확인했다.

출렁다리 입구에 도착하니 풍경은 더 멋졌다. 사람들은 흔들거리는 다리를 건너며 비명을 질러댔지만, 파란 하늘과 넘실거리는 초록색 물이 흐르는 모습에 자리를 내줬다. 출렁다리 아래를 흐르는 초록색 물은 ‘초평호수’라고 했다.


역시 우문현답이다. ‘어리석은 질문에 현명한 답’을 했다는 원래 의미의 우문현답(愚問賢答)이 아니라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뜻의 우문현답을 확인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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