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풍경·여행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심장 전문 의사 로버트 엘리엇이 쓴 <스트레스에서 건강으로 - 마음의 짐을 덜고 건강한 삶을 사는 법>이라는 책에 적혀 있다. 비가 오는 건 사람들이 마음대로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늘이 점지해서(?) 발생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비 오는 날은 그에 맞춰 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하면 된다.
나는 나이가 들었으나 다행히 아직은 책 읽기를 좋아한다. 비가 오고 날씨도 후덥지근해서 밖으로 나가지 않고 실내에서 독서한다면 이솝 우화 『개미와 베짱이』에 나오는 베짱이가 부럽지 않겠다.
어제저녁 《알라딘》에 인터넷으로 구매를 신청했다. 비 오는 요즘 읽으려고 선택한 책은 두 권이다. 하나는 『아주 세속적인 지혜』, 또 하나는 『평범한 인생』이다.
먼저 『아주 세속적인 지혜』. 블로그에서 우연히 〈나이 들수록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6가지’>란 글을 보았다. ‘뭐지?’ 궁금했다. 이렇게 6가지라고 적혀 있었다. (1)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는다. (2) 성공을 확신한다. (3) 적을 공격하지 않고 이용한다. (4)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춘다. (5) 밝고 해맑은 성품을 지닌다. (6) 향기로운 말을 한다. 6가지에 대해 3, 4줄씩 설명이 있었고, 마지막에 이 내용은 『아주 세속적인 지혜』이란 책에 나와 있다고 했다.
또 한 권은 <질문지 독서 모임>에 참석했던 지인이 추천했던 책이다. 책 전체 이름은 기억나지 않았으나 ‘평범’이라는 글자가 있었다. 《알라딘》에서 ‘평범’이라는 글자를 치니 여러 권의 제목이 떴다. ‘이거구나 싶어’ 『평범한 인생』이라는 책을 클릭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문 앞에 갖다 놨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얼른 포장지를 뜯었다. 책은 두 권 모두 그렇게 두껍지 않았고, 달콤한 책 냄새가 났다.
『아주 세속적인 지혜』의 표지를 보니, 여섯 그루의 나무 속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여섯 그루의 나무는 〈나이 들수록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6가지’>를 상징하는 것인가? [400년 동안 사랑받은 인생의 고전]이라는 부제가 작은 글씨로 표시 상단 우측에 있었다. 띠지에는 “평생을 가지고 다니며 읽어야 할 인생의 동반자다.”라는 쇼펜하우어의 말이 있었다.
『평범한 인생』의 표지에서 이 책이 소설이라는 걸 처음 알았다. <카렐 차페크 장편소설>이란 글자가 있었기에. 한글 제목 아래 외국어 글자가 있다. 내가 아는 외국어 글자가 아니라서 작가가 어느 나라 사람인지 더욱 아리송했다. 표지의 약 칠십 퍼센트를 차지한 중년 남성의 얼굴은 평범하면서도 강렬했다. 『평범한 인생』을 살지 않은 사람의 모습처럼. 얼굴에서 형상이 뚜렷한 부분은 오직 눈뿐이었다. 정말 주인공은 ‘평범한 인생’을 살았을까?
두 권의 책이면 <비 오는 날>이 이어지는 요즘 한동안 소일거리로 충분하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에 딱 어울리는 재미있는 일이다. 지금까지 『평범한 인생』을 살았어도 〈나이 들수록 남에게 존경받는 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 ‘6가지’>를 찾아보기 위해 『아주 세속적인 지혜』 속에 빠져들어야겠다. <비 오는 날> 동안만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