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옹지마

Ⅰ. 풍경·여행

by 이들멘

몇 년 전 봄에 아내와 함께 강원도 삼척으로 ‘만 원짜리’ 횡재 여행을 다녀왔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프로그램이었다. 청량리역에서 KTX 산천호를 타면서 시작되었다. 진부(오대산)역에 도착한 후 버스를 타고 동해안으로 이동했다.


묵호항을 내려다볼 수 있는 ‘논골담길’이 시작이었고, 그다음은 '이사부사자공원'이었다. 바다를 끼고 펼쳐진 천하일품의 경치는 지금도 눈에 삼삼하다. 마지막 일정은 바닷가를 따라 신나게 달리는 해양 레일바이크 타기였다. 상당히 긴 거리를 달려야 했다. 물론 내리막길이니 힘들게 페달을 밟지 않아도 되었지만 나는 페달 밟기에 진심이었었다. 멋진 바다의 풍경과 '해저 도시의 신비로움'을 연출한다는 터널의 모습은 단지 주마간산(走馬看山)하였다. 페달 밟기에 집중하다 보니 결국 문제가 생겼다. 핸드폰이 없어진 것이다. 그걸 알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매표소로 달려가 분실신고 했다. 오후 4시경이었다. 담당자는 기계적이고 무뚝뚝했다. 바로 찾으면 즉시 연락해서 전달해 드릴 것이고, 시간이 걸려서 찾으면 택배로 보내주겠다고 했다. 장담은 절대로 할 수 없다고 못 박았지만 그래도 찾을 수 있다는 약간의 희망이 보였다. 담당자가 저렇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그런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는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4시 30분경 아내의 핸드폰으로 033 xxx oooo 라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순간 "찾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033으로 시작하는 전화가 다른 데서 올 가능성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나 ‘서울에서 김 서방 찾기’ 같이 막막함이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바로 쫓아갔다. ‘찾았다’라는 연락이 왔으니 “황영조 기념공원 앞에 있는 건널목으로 가세요”라고 한다. 그 사람에게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에 "정말 고맙다"라고 인사했다. 밖으로 나와 서울에서 함께 내려온 가이드에게 연락하자 “버스 이외에 승용차 한 대가 더 있으니 그걸 타고 가면 된다"라고 했다.


마침 황영조 기념공원은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내비게이션을 찍고 10분 정도 가니 건널목 관리소가 보였다. 그곳에 계시던 분이 나와서 "잃어버린 핸드폰을 찾으러 왔느냐?"라고 하면서 건네주셨다.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면서 나에 대한 정보가 정말 많이 들어있는 분신과 뜨겁게 재회했다.

핸드폰을 분실하고 다시 찾기까지 30여 분의 시간은 '악몽'이었다. 하지만 해프닝이 아무 일이 없었던 듯이 마무리되었고, 5시에 일행들과 함께 귀경하는 KTX를 탔다. 인생은 새옹지마(塞翁之馬)다.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도 있는 법이다. 아무리 힘들고 황당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일희일비하지 말고 꿋꿋하게 버티다 보면 전화위복이 된다. 문득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도 파리올림픽을 보면서 옛 영광을 떠올리며 더위를 시키는지 궁금했다. 올림픽 마지막 날의 하이라이트인 마라톤에서 우리나라 선수가 혜성처럼 등장해 황영조의 영광을 재현해 줬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오늘이 입추이긴 하나 아직은 밖으로 나가는 게 고역이다. 후덥지근한 무더위가 조금 누그러지는 가을이 되면 강원도 삼척에 다시 가보고 싶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달리면서 동해 바닷가의 멋진 풍광을 온전히 즐겨보기 위해.


keyword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이전 04화우문현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