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상

Ⅰ. 풍경·여행

by 이들멘

두 달 이상 더위에 시달렸는데 며칠 전 폭우가 쏟아진 이후 거짓말처럼 기온이 뚝 떨어졌다. 이른 추석도 끝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루틴을 즐겨야겠다.


글쓰기 연습은 100일 목표로 했는데, 오늘이 99일째이니 줄기차게 달려왔다. 중간에 포기하고픈 생각도 많이 있었다. 왜냐하면 글쓰기의 주제를 임의로 정해서 쓰는 게 아니라 매일 아침 블로그에서 제시하는 제목을 보고 써야 했기에 한 장을 채우기가 정말 쉽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고비였다. 특히 어제 블로그에서 제시한 제목을 보고 눈앞이 캄캄했었다. 당황스러워 한 줄도 쓸 수가 없었다. 아침에 나가야 할 일도 있어 시간에도 쫓기다 보니 더욱 그랬다. 결국 예전에 쓴 글을 찾아봤다. 하지만 완성된 글은 없었고, 쓰려고 시도했던 게 두 편이 보였다. <맨드라미>와 <흰 꽃>이란 제목의 글이었다. 읽어보니 도저히 한 편의 글로 마무리할 수준이 아니었다. 그래도 고지 달성이 눈앞이니 억지로 한 장을 채웠다. 문득 지인의 말이 떠올랐다.

“매일 쓰시는 글을 읽어요. 그런데 어떤 날을 쓰기 싫은 글을 억지로 썼다는 걸 알겠습니다.”

바로 어제 쓴 글이 그랬다. 하얀 건 종이고, 검은 건 글자라는 정도의 글이기에 부끄러운 생각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순전히 100일 목표 달성이라는 일념에 개발새발 하면서도 염치를 무릅썼다.


이야기 독서는 동년배들에게 자연스럽게 말할 기회를 주자는 의도로 추진한 일이다. 많은 동년배를 만났다. 그들은 등산도 가고, 골프도 치고 친구도 만난다고 했다. 그런데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 고정적으로 할 일이 없어 무료하다고 했다. 특히 누군가에게 자가의 서사를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젊어서부터 뭐를 하든 나 이외에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겠다는 소신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다. 이야기 독서는 동년배들의 무료함을 조금이라도 해소해 주겠다는 나의 오지랖에서 시작했다. 도구는 책이다. 사람들은 지적 허영심을 채워줄 수 있는 책에 가까이 가려고 하지만 건강 등의 이유로 막상 그렇게 하기는 쉽지 않다. 나는 그 간극을 메꿔주는 수단으로 질문지를 생각했다. 책을 직접 읽지 않고 질문지만 보고서도 자기의 경험이나 느낌,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3년 전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초창기에 시작한 멤버 중에 네, 다섯 명은 현재도 함께 하고 있다. 안국동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석하는 인원도 늘어났다.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데, 대부분 참석자가 끝나면 아쉬워서 그다음 달 모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자원봉사센터에서는 새로운 자원봉사 분야로 정착시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 새로 시작한 강동노인복지관에서 만난 동년배들은 의심 반 호기심 반으로 대들었다. 두 번 정도 진행해 본 결과, 나이 든 사람들의 자존감을 살릴 수 있는 소일거리로는 안성맞춤이라는 분위기가 강했다.


짧기는 하겠지만 이제 본격적인 가을을 즐길 수 있다. 더위로 더뎌졌던 일상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제 100일 블로그 글쓰기는 끝난다. 글쓰기의 새로운 일상은 뭘로 할까? 이야기 독서도 더 단단히 뿌리 내릴 일상이 펼쳐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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