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래도 먹고살 수는 있어서 다행이다

답답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길을 잃는다

by 최서연


나는 또 하루에 9 시간씩, 일주일에 5 일 이상 시간을 보내야 할 곳을 찾았다. 그 대가로 매달 정해진 날에 얼마간의 돈을 주는 곳. 당장에 버는 돈 없이 까먹기만 하면서 꽃 학원을 다니다 보니 밥 한 끼 챙겨 먹는 것마저 사치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즐거웠던 꽃꽂이가 점점 짐처럼 느껴지기 시작했고, 당장 돈을 벌지 못하는 기간과 그 기간에도 밥을 챙겨 먹어야 하는 내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기분 좋게 꽃을 꽂을 수도 없게 되었다.


답답하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이 길을 잃는다. 내가 이 직업으로 구직을 할 수 있을까, 언제쯤 과정이 끝나고 취직을 할 수 있을까, 몇 달이나 남은 이 시간을 어떻게 버텨야 할까. 끝없는 의심과 고민을 하기에는 꽃에 대한 열정이 그렇게 뛰어나진 않았던 것 같다. 매달 정해진 날에, 약속된 돈을 주는 일에는 없는 열정도 긁어내서 쥐어짜듯이 버텨내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서 밀려나지 않고 버틴다는 것은 얼마나 큰 열정과 의지일까. 그렇게 자신의 꿈으로 가는 길에서 버티고 버텨내며, 한 달마다 그 지속성과 진통제를 투약하는 월급이 없음에도 그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이 새삼 신기하다.



역시나 또 처음에는 괜찮았다. 나는 무엇에 대해서든 지나치게 좋은 첫인상을 가지는 걸까? 사람도 그렇고, 일도 그렇고. 모든 것에 대해서. 처음에는 다 좋다고 생각하다가 점점 싫어하는 점을 발견하고, 참지 못하고, 이내 뛰쳐나오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내가 이상한 건가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그 매장에서 나오는 음악이 좋았고, 혼자서는 하릴없이 보내기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듣는 사람도 없는 인사 소리로 채우는 것 이 좋았다. 뭐라도 하고 있었으니까. 뭐라도 할 일이 있었고, 그것이 월급이라는 것으로 치환되어 나올 것이니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를 버티는 일은 너무나 고역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뭐라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이 자꾸 비집고 들어오니까 뭐라도 해야 했다. 처음 며칠은 또 희망찬 생활을 시작했다. 이 곳에서 한동안 일하면서 성 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희망으로. 그렇게 성장해서 자리라는 것을 잡으면 그 사람도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하지만 문득 마음이 조급해졌다. ‘내 남은 인생에 네가 더 이상 없는 거면, 그럼 어떡하지?’ 살아 버티는 건 이렇게 힘든데, 이렇게 살아 버티는 의미도, 이유도 없는 남은 시간들이 실감 나는 순간이면 나는 숨이 막혀왔고, 끝도 없는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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