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고통스러운 먹고 살기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만큼 큰 고통은 감내해야 되는 게 맞나?

by 최서연



다들 돈을 벌지 않고 쓰기만 하면 돈이 없듯이 나도, 돈을 벌지 않고 있는 돈 긁어다가 써대기만 했더니 당연히 돈이 없어졌다. 그래서 또 일을 해야 했다. 돈이 있어야 뭐라도 하니까. 독립 출판한 책을 서점에 입고시키고 싶었고 그러려면 인쇄비 정도의 돈은 있어야 했는데 나는 돈이 하나도 없었다. 직장은 다니지 못할 것 같아서 아르바이트를 구했다. 아르바이트도 점점 구하기 힘든 나이가 되어가고, 내 나이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만으로도 욕을 먹을 수 있는 나이였다.


‘저 나이에 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을까.’


그래도 돈이라도 있어야 뭐라도 할 수 있으니까. 돈이라도 있어야 병원도 계속 다니고, 모든 것이 의미 없다고 생각되는 와중에 그나마 의미 있다고 생각되는 출판이라도 할 수 있고, 먹고살 수 있으니까. 돈이 참 무서운 거다. 하루 종일 일할 자신은 없어서 일주일에 5 일, 5 시간.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에는 집에 누워있었다. 내 에너지는 그것이 한계라고 느꼈다. 솔직히 그것도 한계를 넘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사람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끼고 싶지 않았고, 예전 같으면 그냥 넘겨버리고 말았을 사소한 말에도 마음이 무너졌다. 아무 의미 없고 그냥 무시하면 될 얘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하지 못하고 무너져버리는 내 마음이 얼마나 나약하고 무력해 보이는지. 그때는 어찌할 방법이 없다.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아득해지기만 할 뿐이다. 나는 두 달을 채우지 못하고 또 출근을 하지 못했다. 패배자가 된 것 같았다. 아르바이트 하나 버티지 못하고, 출근도 못하는, 이 병신 같은 인간. 언제까지 도망칠 거야. 언제까지 도망 다니기만 할 거야. 언제까지 도저히 못 버티겠다고 징징대기만 할 거야.


세상에서 생계를 유지하고 산다는 것은 왜 이렇게 큰 고통을 감내하고 바꿔내야만 하는 것일까. 내가 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만큼 큰 고통은 감당해야 되는 게 맞나? 아무리 생각해도 등가교환에서 너무 많이 벗어나 버린 것 같은데, 어쩌다 이렇게 비용이 너무 높게 책정되어버린 것일까. 하나도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기쁘지도 않은데, 왜 내가 살아서 이 고통을 지속해나가야 하지? 그냥 다 죽으면 안 되니까, 그럼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 의미가 없어져 버리게 되니까, 생명은 소중한 거라고, 죽지 말라고 하는 거 아닐까. 사실은 아무 의미도 없는데, 진짜로 아무 의미도 없다고 하면 다들 슬플 테니까 ‘우리끼리는 그냥 생명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소중한 걸로 합의합시다.’라고 정해놓은 것 같다.


“나는 합의한 적이 없으니 거기서 빼주세요. 당신들 인생은 의미가 있고 소중하고 빛나는 것이지만 제 것만 예외적으로 고장 난 것이라고 인정할 테니까 저는 제발 빼주세요. 모두가 의미가 없다고 인정하고 알아주기를 바라지도 않을게요. 그저 저만 이런 것이고 그게 맞으니 저는 빼주세요. 저는 더 이상은 못하겠습니다. 생명이 소중하다면 이렇게 고통스러운 생명은 구원해주는 것이 존엄한 것 아닌가요?”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고역이었고 버텨봤자 결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자살했다고 전해지는 사람의 소식이 슬프지가 않았다. 그 사람이 평안하길 바랐다. 고통에서 벗어나서 평안해졌다면, 정말 다행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다, 다른 것은 다 되었고 그저 평안하기만을 바란다, 너의 고통이 끝나서 다행이다, 제발 그곳에서는 여기서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를, 그저 평안하기만 하기를. 마음속으로 빌었다.


그리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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