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애바다 Nov 30. 2021

비슬산   바람개비  공화국

wifi 통하다

   동생이 전화를 했다.     

   

   작은형, 이번 주에 시골 부모님 산소에 한번 다녀올까?"

   , 그래, 어린이날부터 어버이날까지 연휴니까, 5 4 10시에 출발하자.서울 3번 출구 근처 도로에서 만나자."내가 대답했다.          

   

   같은  하늘 아래 살면서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일 년에 겨우 몇 번, 명절 때 나만 나는,그것도 지방 큰 형님 집에서 만나는,둘째와 셋째 사이였다.아내 와 각자 아들,딸 둘있는 단출한 식구다.아이들은 목하 짝을 찾아다니느라 바쁘고,아내들은 무슨 구청에서 주관하는 각종 교양강좌,수영,수묵화,산약초등 청강에,동창, 친구 모임에 바빴다.


    무슨 친구 아이들 결혼식이 그렇게 많은지,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예식에 참석하는 것처럼,거의 매주 예식장 찾아다니느라,바빴다. 따라서,아내들은 자연스럽게 이번 여행에서는 빠졌다. 아이들은 대학을 졸업하고다들 취직하여 제각기 밥벌이를 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정년퇴직이 임박한 처지라,별 바쁠 것도,서두를 것도 없는 그런 위치라,한가했다. 구입한 지 십 년이나 오래된  승용차라 바람소리가 창문 틈으로 새어 들어왔지만,그런대로 고장이 없어 아직은  쓸만했다.      


   언제나 다 큰 어른, 개구쟁이 동생 녀석이 플라스틱 페트병으로 만든 바람개비를 오래된 철사 옷걸이를 펴서 꿰어,  여남개나 만들었다. 어깨에 매는 가방에 가득 담아 가지고 차에 탔다. 시골집, 옛날 텃밭, 조상님들 산소 등에 설치해서 바람개비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서는 상세한 바람개비 통신 사용설명서를 건네주었다바람개비 설치 후에, 좌측 상단 하늘에 수신처를 입력하고, 검색 창이라고 생각되는 하늘의 우측 상단에 관련어를 입력시키면, 통신이 시작된다는 것이었다.

  

   "미친자슥 또 시작하네. 그렇게 할 일이 없냐?" 는 나의 반응에 싱글벙글하면서

   "흐흐 나이 들수록 젊게 살아야 한다 카이" 동생의 댓구였다.          

늦은  밤에 큰형네 집에 도착하니내외 둘이서 집 앞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서 일어났다. 큰 조카,큰 질녀 둘 다 결혼하였고,작년에 벌써 정년퇴직하여 고향 시골에서 텃밭이나 일구는,조금 나오는 연금으로 은퇴 생활을 시작하였다. 부모님이 물려준 그대로를 약간의 보수를 하여 지내고 있다.      

   아래채에서 자고 다음날 일어나 산소에 갔다. 

   ", 세월이 빨리도 지나간다. 니들이 벌써 머리에 백발이 성성하니"

     큰형이 입을 떼었다. 형제관계란 묘해서,형이 보는 동생은 언제나 어린  동생이었다. 셋째 막내 동생은 언제나 막내로서 분위기를 잡아갔다. 

   "에이 형들은 멘 날 나만 보면 심부름 못 시켜 안달했지" 내가

   "서열을 생각해 봐라. 자슥 니임무와 할 일이 뭔지 항상 일깨워줬을 뿐인데"


    슬산 기슭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니할아버지할머니부모님 산소가 보였다. 산소에 큰 절을 하고,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가지고 온 소주와 오징어과일을 먹었다. 동생이 근처 팔뚝 굵기 정도 소나무에 눈높이 정도에 네 개를 걸었다. 형형 색색의 음료수 페트병이 바람개비가 되어 계곡 바람을 타고 잘도 돌아갔다. 큰형에게도 바람개비 사용 설명이 시작되었다. 조상님들과 교신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미친자슥, 교신은 우에 하노?"

   "각자 집 베란다에 설치하면그것이 안테나가 되어 꿈에 접속이 되어 나타것이다라는 생뚱맞은 소리를 했다. 장난 삼아

   "그래 하나뿐인 개구쟁이 동생을 한번 믿어보지 뭐" 큰형은 놀리듯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몇 군데 어릴적 추억이 깃든 연못과냇가들판을 둘러보았다.           

동생은 큰형 베란다에도 방문 기념이라며,페트병 바람개비를 한 개설치 했다. 들판의 바람을 타고 페트병 바람개비는 잘도 돌았다.   

        

      서울3번 출구 근처에서 동생이 승용차에서 내리며

   설치하는 요령은 전과, 알았재?

   라며 빨간색 콜라 페트병 바람개비를 한 개 남겨주었다. 며칠 후 동생이 전화를 했다. 자기 집 아파트 베란다에 바람개비를 설치하고 나서어젯밤 꿈에 어머니를 만났다는 것이었다. 어찌나 생생하든지 아직 도그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는 것이었다. 

   동생의 그 말에 믿거나 말거나설치해 보기로 했다. 바람개비는 물레방아처럼 잘도 돌아갔다. 아파트 베란다에도 바람개비를 돌릴 정도의 바람이 분다는 것이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 큰 아이들이 좋아했다. 

아빠 멋있다. 와!" 

흐흐, 아빠는 원래 멋있는 사람이야"           

    그로부터 며칠 후 정말 깜짝 놀랄 일이 정말로  벌어졌다. 바람개비가 무선 안타나(wifi)처럼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녹화 비디오처럼,끊임없이 과거의 장면들이 방영되듯야구장의 사 번 타자가 홈런을 휘두르는 순간이 재생되듯,슬로우 비디오,파노라마로 탄생하는 것이었다바람개비는 바람이 없는 날에도 좌로 우로 고개를 돌리다가도, 방향을 갑자기 바꾸어 가며,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최초의 교신 내용은 아버지의 소달구지를 타고, 맑은 아주 맑은 냇물이 흐르는 넘치는 길을 갔다. 어머니는 미나리 같은 물풀을 베고, 묶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어서 와서 좀 도와주지" 그러셨다.

   "일찍 출발했는데, 이제야 도착했다"라고 했다.

맑은 냇가에서 도란도란 여러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교신이, 기억의 회로가 지짓 거리며 끊기고 말았다.

     

   사라호 태풍이 불어 농작물이 비바람에 쓰러지고 물에 잠기고아이들 등록금 마련할 방법이 없었던 아버지 배추 밭 한가운데 있었다. 배추가 키가 작아 태풍 피해를 덜 봤다. 궁리 끝에 배추를 오리 밖,오일장날 내다 팔기로 한 것이었다.


    리어카에 배추를 잔뜩 실었다. 등굣길 아침에 큰형과 나는 오르막 고개를 두 개나 넘어 장터 외진 곳에 배추를 내려놓고 학교로 향했다. 어린 동생을 업은 어머니는 외진 곳을 택했다. 점심때가 되어도 한 포기도 팔지 못했다.

   오후가 되자 아기는 젖을 달라고 울어댔다. 부끄러워서 사람이 많은 시장통에서 차마 아기에게 젖통을 드러내 놓고젖을 물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아이들 얼굴과 등록금을 생각하자눈에서 눈물이 쏟아져 나왔다. 갑자기 어디서 났는지 용기와 힘이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배추 사이소!태풍에도 안 씨러진 튼튼하고 맛있는 배추라 예!"

   "아지매! 보이소 ! 보이소 ! 배추 사이소김치 담그는데 최고인 배추라 예"

사람이 구경을 하니,사람들이 서서히 몰려왔다. 금방 동이 났다. 그 후로 어머니는 자주 이렇게 말씀하셨다. 

   "입이 서울이다" 

   "사는 입에 거미줄 안친데이"          


    밤 낮 주야로 농사에 정진한 결과 조금씩 형편이 좋아졌다. 장날 재봉틀을 한 대 구입하여 리어카에 실었다. 내리막길에 아버지가 앞에서 방향을 잡고뒤에서는 엄마랑 내가 천천히 내려가게뒤로 당기며 내려갔다. 그때 어린 동생이 리어카에 올라타려다가 발이 리어카 바큇살에 끼였다. 간신히 발을 빼내자,발등의 흰 뼈가 보였다. 흰 고무신이 뜯기고, 피로 금방 물들었다          


   초등학교 일 학 입학한 느 토요일 봄날이었다. 학교 수업을 일찍 치고 싸릿문을 고, 으로 터벅터벅 어 왔다. 집안이 조용하였다. 내가 처마 밑만큼 방문 앞에 다다르자고요가 깨어지는 돌쩌귀 소리와 문풍지가 펄럭이며갑자기 방문이 와락  열렸다. 두 분께서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있었다.  

, 벌써 오냐?"    그로부터 얼마후 동생이 태어났다. 


   어느 일요일 외갓집 식구들과 리어카를 한 대씩 끌고,낙동강의 줄기 하천 원당천에 야유회를 갔다. 야유회나 소풍이라기보다는 소 먹일 꼴도 베고아이들을 자연 속에 풀어놓아 놀게 하고 싶은 마음이 더컸을,봄나들이였다. 아이들은 개구리도 잡고뱀도 잡고그리고 종달새를 하루 종일 잡으러 쫓아다녔다. 해질 무렵석양을 등에 업고 소꼴을 리어카 한 가득 싣고 돌아왔다          


   그 당시 시골에서 도시놀러 가는 것은한국에서 해외여행 가는 것만큼,친구들에게 자랑거리였다.도시의 철로가의 큰 집 방문은 기차의 궤도 바퀴 굴러가는 소리나,꿱 소리 지르며 지나가는 기차를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레었고모든 것을 이룬 것 같은 성취감이 있었다.


    하물며,그 기차를 난생처음 타고 부산으로 시집가는 큰집 누나의 부산 결혼식장에 간다는 것은 우주를 나는 것 같은 손꼽아 기다리는 가슴설레이는 대축제였다. 몇 달 전부터 손꼽아 기다렸고시골에서 도시 큰집에 친척 사오십 명이 모여새벽에 기차를 타고 부산 가는 근사한 여행이었다. 

         

    하나, 아침에 일어나 보니,해는 중천에 떴고집안에는 식모와 나뿐이었다. 골방에서 자는 나를 아무도 몰라 안 깨웠던 것이다. 부모님도 당연히 대식구 중에 끼여서 함께 이동 중이라고 생각하셨단다. 그렇게 해서 나의 최초의 꿈은 무참히 무너졌다. 식모가 귀하다는 밀감을 내밀었지만놓아 우는 내 마음을 달래주지는 못하였다. 달래다가 지친 예쁜 식모가 말했다

인자 고마 울거래이!          


   친척 누나 결혼식에 입을 아버지 양복을 찾으려 엄마 손을 잡고 도시갔다. 양복점 주인은 시골 이웃집 친척 아저씨였다. 일층은 양복점이고이층은 살림집이었다. 난생 처음2층에서 내려다본 차가 다니는 거리는 신기했다. 자식에게 넓은 세상을 구경시켜 주려고 하는 부모의 마음을 커서야 깨달았다    

      

    어느 날 시골 동네 담배 가게에 들어섰다. 방안에는 동네 아낙네들이 왁자지껄했다. 계모임을 하는 중이었다. 주인에게 담배를 달라고 하려고 하니, 갓 대학교  입학한지라 좀 머뭇거려졌다. 엄마 친구였던 가게 안주인은 웃으며 담배를 내주었다. 나중에 집에 오니, 어머니가 정색을 하며 한 말씀하셨다. 당당하라는 당부의 말씀 한마디,

"사내대장부가, 담배 사는 기 뭐가 그리 부끄럽더노?"           


   개울 빨래터에 목욕하면서 옆집 아이의 몸에 붙은 거머리를 떼어 주시고, 달래던 모습에서 따스한 마음을 느꼈다. 물이 귀한 동네에서 비교적 마을 아래에 위치하여 우리 집 우물에 물이 많이 솟아올랐고, 물맛이 좋았다.  누구라도 양동이를 가지고 대문을 열고 들어와 물을 길어 갔다.


    어머니는 아버지와 한동네에서 자라고, 결혼하여 동네 처녀들에게는 친언니와 같았다. 자연 동네 처녀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였다. 어떤 때는 무슨 이야기인지 몇 시간이나 이야기하다가, 동네 처녀가 눈물을 찔끔거리며, 물동이에 물을 채워서 머리에 이고 갔다.  어떤 때는 소곤소곤 누가 들을세라, 목소리를 서로 낮추어 이야기를 나눴다.  

        

  모내기철에는 인근 면에서 일손 원정을 온 다 큰 처녀들이 우리 논을 가득 메웠다. 점심으로 밥과 국과 반찬을 커다란 은빛 대야에 가득 머리에, 양손에 주전자를 들고 몇 번이고 날랐다.           

    천수답 우리 논이 여러 필지 있었다. 논 위쪽 산비탈에는 사과 밭이 있었다. 은근히 사과를 사줄 것을 기대하였지만, 내 기억으로는 사과를 사 먹지 않았다.  시장에 가더라도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절대 헛돈을 쓰지 않았다. , 밭의 곡식으로는 작물 이외에는 자투리 땅이라도, 호박 이외에는 심지 않았다. 형제들은 참외나 수박을 기대하였지만 헛일이었다. 오직 자식들 뒷바라지하기 위하여 학비가 필요한 것을, 나이 먹은 한참 세월이 지나, 나중에야 깨달았다.        

   

어떤 동동 구리분 파는, 화장품 파는 아주머니가 머리에 화장품들을 이고 와서 마루에서 열심히 판촉을 했다. 마을 아주머니들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어떤 화장품을 선보이며, 아랫도리를 쓱 문지르며, 이런 데를 바르면 남편이 꼴깍 넘어간다고 하니, 아낙들이 우르르 샀다. 어머니는 결코 그런 말에는 넘어가지 않았다.          

  과거로 되돌아가는 회상의 바람개비는 다음에는 어떤 소식을, 기억을 재생해서  전해줄지 기대가 된다. 동생은 오늘도 친구들에게,친척들에게 바람개비 사용설명서를 열심히 인터넷으로전화로 설명 중이다. 앞으로 어디서 갑자기 나를 호출하는 통신이 도착할지 알 수가 없다. 


   동생이 이미 유튜브에,카카오톡에,네이브에,페이스북 등등에서 유명인사가 된 지 오래다. 어제는 텔레비전에도 출연해서 열심히 강연하는 모습을 보았다. 동생이 지구를 바람개비 공화국으로 만들 날이 가까워졌음을 이제는 부인할 수가 없다. 바람개비가  바람에 시원하게 잘도 돌아간다.

이전 08화 비슬산   금광을   찾아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