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산(3,776m)은 야마나시 현과 시즈오카 현의 태평양 연안에 있다. 오르는 산이라기보다 보는 산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주변 도쿄등 100km이내에서는 볼 수 있다. 눈덮인 모습이 장관이다. 유명 화가들 그림 다수가 있다. 구름이 걸려 있는 위치에 따라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우리의 백두산처럼 신성시한다. 후지산은 그들에게는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최근 후지산이 폭발 임박이라는 뉴스를 자주 접한다. 언제 분화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 과거 781년부터 17번 분화했고, 마지막으로 분화한 1707년 폭발 후 300년이 지났고, 기저의 둘레가 125km에 이른다.
후지산 분화구
인근 유명 관광지 하코네에서는 계란을 온천물에 익혀서 판다. 껍질 색깔이 거뭇거뭇하다. 유황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일대가 화산지대임을 말해 준다. 한때 연속되는 지진으로 화산 분화 폭발우려로 관광이 통제되기도 했다. 관광지 상점 매출 급감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경 (진도 9.1) 후쿠시마 대지진 때, 요코하마 회사 근무 중 몸이 창문을 뚫고 밖으로 튕겨져 나갈 것 같은 공포를 체험했다. 서류 보관 캐비닛에서 서류가 쏟아져 나왔다. 휘청이는 건물 내에서 움직이는 책상을 부여잡고 안간힘을 썼다. 15m 쓰나미가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처 원전이 멈췄다.
방사능 오염 확산으로 외국인들 탈출 러시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굿굿이 버티어 냈다. 맡은 책임감 때문이었다. 그 후 여진이 시도 때도 없이 계속 일어나 한밤중 침대가 흔들, 건물이 삐거득 삐거득 소리를 냈다.
하늘에서 본 후지산
현재 가장 큰 걱정거리는 규수 앞바다에서 시즈오카 현 쓰루가 만까지 약 750km 해구를 진원으로 하는 서일본 대지진의 가능성이다. 그리고 인구 1,400만 명이 몰려 있는 도쿄 바로 밑에서 일어나는 직하 지진이다. 이는 후지산 폭발, 일본 침몰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생활은 계속된다. 등산도 그러하다. 인간 삶의 터전이 지구이기 때문이다.
토노다께(탄자와)산에서 본 후지산
후지산 등산은 7월 초순부터 9월 초순 세 달 정도만 일반인 등산이 가능하다. 군데군데 눈이 쌓여 있거나, 얼음이 얼어 있어 위험하므로 안전관리 차원에서 통제를 한다. 첫 등산은 2006년 7월 중순, 부랴부랴 100엔샆에서 지팡이를 사고, 접근로 검색하고, 도시락, 우의 등을 준비해서 초행길 단독 등산에 나섰다. 옆지기는 발목이 취약하다. 등산 중에 주위의 등산객이 자꾸 그 지팡이를 힐긋힐긋 쳐다보았는데, 알고 보니 그것이 노인용 지팡이였다.
첫 등산은 막연한 호기심에서 목표는 중간 六合目 정도 올라 가다가 내려 오는 것으로 정했다. 그런데 인간 욕심이라는 것이 어디 그런가? 중간에 고산병 증세로 포기할까 말까 갈등이 많았다. 앞 사람 발 뒤꿈치만 보고 따라 가다 보니 정상에 도달했다. 그로부터 매년 정상에 올랐다. (10차례 정도)
요코하마 간나이 역
접근로는 요코하마 출발, 国府津駅 (고즈 역, 역 직원들이 고덴바행 연결 열차 안내를 열심히 함, 필히 하차해서 지하통로로 이동 고텐바행으로 갈아타야 함), 御殿場駅(고덴바역), 지상 좌측 매표소에서 왕복 버스 승차권을 구매하여 ふじあざみ ライン(須走ルート) 五合目(표고 약 2,000m)에 도착하였다. 즉, 須走(스바시리) 루트를 이용했다.
후지산 올라가는 버스 내부
五合目에서 출발 정상에서 하산 완료까지 7시간 정도 소요된다.(등산 5시간, 하산 2시간). 안내 책자에는 도쿄 등 동서남북 여러 방향으로 접근 가능하여 4 등산로 루트가 표시되어 있다. 연간 방문객은 300만 명 정도, 정상 가는 사람은 28만 2,000명, 대부분은 5 합목까지 관광 차원 방문이다(2017년 기준/한국인 세계 명산 질문 응답자 인기 5위, 월간 <산> 조사)
五合目 주차장
五合目 주차장
버스 안에는 새벽 일찍 집에서 출발해서 잠을 설쳐서 인지 하품을 하는 등산객도 있었다. 친구 연인 커플이 많았다. 밤에 등산 시작해서 새벽에 떠오르는 태양을 감상하는 열성팬들도 있다. 五合目 주차장에 도착하여, 유료 화장실(100엔, 여기를 놓치면 자연 상태에서 체외 자동 배출 시스템 이용. 이후 등산로 매점 숙소에서 해결 가능)에서 일 보고 등산 진입로 양쪽 상점(각종 메뉴, 도시락, 나무 지팡이-사람 키 높이 등산 날짜 장소를 인두로 지져 등산 확인, 산소통-모기약 스프레이 1/2 크기, 음료수 등 판매) 앞의 요란한 호객 행위에 잠시 혼미해진다.
등산 초입 (五合目 입구)
혼란을 수습 후 조그마한 신사 앞을 지나 두 사람이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 등산로로 올라간다. 앞사람 따라가면 된다. 군데군데 로프, 나무표지판으로 길을 안내한다. 등산로와 하산로가 별도 분리되어 있다.
고고메(五合目)
五合目
고산지대 식물들은 낮은 자세로 비스듬히 누워 모진 폭풍한설을 견디어 내고 있다. 검은 화산재 위에 오는 비는 금방 지하로 스며들어 사라져 버린다. 야생화는 항시 물 부족으로 가끔 지나가는 구름이 주는 습기 이슬로 생존하며 풍파 세파를 묵묵히 이겨 내고 있다. 그 순간을 놓치면 생존할 수 없다. 야생화의 꿀을 빨기 위해 날아다니는 나비를 칭찬해 주고 싶다. 가끔 나타나는 나무 터널과 나무뿌리가 삭막한 마음을 달래 준다.
화산재는 풍화 작용과 인간들의 발자취로 끊임없이 부서지고 쪼개어져 모래 알갱이, 결국 먼지가 된다. 지하 깊숙히 있던 펄펄 끓어 폭발하던 분출 용암이 푸른 하늘로, 우주로 비상한다. 자연의 선 순환을 목격한다. 멀리 하산하는 긴 등산객 행렬의 발자국을 따라 먼지가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마스커 필요하다.
六合目
六合目
나무를 거의 볼 수 없다. 잿빛 산과 구름 햇빛 그리고 발아래 저 멀리 인간 세상이 보인다. 야생화가 띄엄띄엄 보인다. 위로 보이는 것은 잿빛 화산재의 산, 매점 숙소, 등산객 그리고 하늘 구름뿐이다. 숨쉬기가 조금 급해진다. 발아래 멀리 자위대 부대가 있어 훈련 포사격 소리가 자주 들린다.
七合目
七合目
10차례 정도 후지산 등산 경험 중, 몇 번 동료들을 안내한 적이 있었는데, 고산병 발생하기 시작하는 지점이다. 고산병의 특징은 호흡곤란, 두통, 심장 박동 빨라짐이다. 한 번은 회사 친구가 갑자기 등산 포기를 선언했다. 고산병 발생했다. 본인 의사에 따라 즉시 하산했다. 해인이 되돌아가는 길을 잘 모르는 초행길이라 동행 귀가하였다. 다음날 혼자 등산하였다. 정상에서 판매하는 열쇠고리(날짜 세김)를 선물로 주었다. 또 다른 해, 고산병 증세 발생한 동료가 있었다. 귀가 길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그 자리에서 헤어져 각자의 길로 갔다.
八合目
八合目
왕자가 하룻밤 묵었다는 숙소 지붕에는 강풍에 지붕 날라 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큼직한 화산석으로 군데군데 눌러 놓았다. 햇볕에 일광욕 중인 숙박 객용 이불도 바람에 펄럭이며 널려 있다.
이곳저곳에 피로에 지친 등산객이 널브러지기 시작한다. 흠이 아니다. 건장한 체격의 외국군인(아마도 미군)들이 반바지 차림, 티셔츠차림에 체력 단련 차 오르고 있다. 호기심 많은 외국인 등산객이 자주 보인다. 어떤 이는 산악용 자전거를 어깨에 둘러매고 오르고 있다. 체력단련 겸, 하산 때 스릴을 만끽할 목적인 것 같았다. 아기를 목마에 태워 등산 조기 교육 중인 젊은 슈퍼맨도 보인다.
가끔 연로한 아버지의 소원을 풀어 주기 위해 등에 업고 등산하였다는 뉴스도 있다. 같은 동양권이라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인 사고방식이 비슷한 거 같다. 과거 조난당한 사람들 위로하는 조그마한 돌 조각상(옷을 만들어 입힘)이 있고, 주위에 동전들이 흩어져 있다.
九合目
九合目
곳곳 경사면 응달진 곳에 얼음덩어리가 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복식호흡이 필요하다. 간단히 말하면 두 번 연거푸 숨을 들이켜고, 두 번 연거푸 내뱉는 것이다. 즉, 산소를 폐 속으로 꾹꾹 눌러 담는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시중의 산소통을 활용할 수도 있겠다. 남들보다 더 빨리 가기는 어렵다. 왜냐면, 등산객 대부분이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호흡이 가빠지므로, 기진맥진하여 천천히 한 발짝 한 발짝 천천히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도리(나무, 출입문 역할)가 보인다. 거의 다 왔다.
頂上
頂上
정상 기념 석비가 있다. 기념 촬영에 빠뻐다. 상점들, 거대한 분화구가 장관이다. 분화구내 경사면 곳곳에 하얀 얼음이 얼어붙어 있다.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잠시 휴식 후 하산 준비에 바쁘다. 춥기 때문이다. 갑자기 체온이 떨어지면, 건강에 해롭다. 비닐 비옷, 바람막이 옷으로 보온하면 좋다.
頂上(식당, 매점, 휴식공간)
식당에서 더운 음식을 먹으면 기운이 난다. 감기약(한 캡슐, 콘택600등)을 상비해서 컨디션 난조시 먹었다. 체온이 올라갔다. 정상에 추위와 굶주림에 야윈, 주인 잃은 배회하는 강아지를 보았다. 신문에도 났다. 희박한 공기가 강아지에게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열쇠고리 등 각종 기념품을 판다. 3개월 영업으로 1년 치를 번다. 산소 물부족 고지대 용암분출 우려등 극한 상황 생활인이지만, 벌이가 솔솔한 것 같았다. 그림엽서를 판매하며 정산 등반 기념 확인 스탬프를 찍어 주고, 엽서를 지인에게 우편으로 부칠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다 봄
下山
코스 이름처럼 달려서(走) 내려오면 먼지도 그림자처럼 따라 내려온다. 모래 잔자갈이 섞인 화산재를 밟고 먼지를 일으키며 미끄러지며 달리듯이 타고 내려오는 묘한 코스다. 급경사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몇 번 넘어졌다. 다이빙하듯 엎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 같다. 내려오면서 공통되는 상념 회의 후회 결론은 ’ 내년에는 결단코 다시 오지 않겠다.‘이다. 그러나 결국은 다시 오르게 된다. 그것이 등산의 매력 묘미인지도 모르겠다.
화산재 바위가 굴러 떨어져 五合目에서 한 등산객이 화산재 바위 덩어리 낙석 사망 사고를 당했다고 신문에 났다. 화산재 덩어리가 아슬아슬하게 연약 지반 위에 놓여 있어 언제나 위험하게 보인다. 폭풍우시 등반하면 그 바위덩어리에 눈이 자주 가며, 힐끔힐끔 눈치를 자주 보게 된다. 그 덩어리가 위치를 이탈, 경사면에서 가속도가 붙어 구르면, 운에 맞길 수밖에 없다. 지반이 약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 다음 해 7월 초에는 오를까 말까 갈등을 하다가 '에라 운에 맡기자'하고 미련스럽게, 결국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하산이 중요하다. 올라갈 때는 힘차게 잘 올라 가지만, 하산할 때는 에너지가 소진되어 다리 힘이 빠지고 풀려, 곧 잘 넘어진다. 목장갑이 필요하다.
하산은 마무리를 의미한다. 집에 무사히 갈려면, 하산이 등산보다 더 중요하다. 옛날 시골 딸 혼인 잔치가 끝난 후 설거지를 하고 마지막으로 마당을 기다란 대 빗자루로 쓱쓱 쓰는 부모의 마음과 닮았다.
어린 자식 키울 때는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그 자식들을 키우고 하나 둘 떠나보내는 어버이같은 심정이 자연스럽게 든다. 모두의 성공적인 인생 등산을 응원한다.
下山
■ 後記
집에서 새벽 5시경 일어나 이른 시각 기차를 6시경 타고 출발해서, 五合目에서 9시경 등산 시작, 2~3시경 정상 도착했습니다. 五合目에 오후 4~ 5시경 하산, 귀가하면 밤 9~10시 정도 되었습니다. 힘든 하루였지만, 좋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글의 사진 찍는 날 등산 때는 날씨가 아주 좋았습니다. 어떤 해 등산은 하루 종일 구름이 끼었고, 어떤 해에는 태풍급 바람에 우의를 입고, 혹시 날아갈까 봐 낮은 자세로 기어가다시피, 기도하는 마음으로 올랐습니다.
인생의 날씨에도 좋은 날, 흐린 날, 궂은날, 장대비, 폭풍, 태풍, 온갖 날씨가 다 있습니다. 때로는 정상에 눈발도 날립니다. 넘어지고 무릎이 깨어지더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