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문항이란 수능 수학에서 등급과 백분위를 가르는 최고 수준의 문항을 일컫는 말이다.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수학 공부를 하는 거의 모든 학생들이 12년의 마라톤 끝에 만나게 될 문항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예시로 2017년도 11월에 시행된 2018학년도 수능 가형(자연계열) 30번 문항을 소개한다.
이 문항은 전국 정답률이 약 1.9%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에 도전한 100명의 학생 중 2명이 안 되는 학생만이 답을 구한 문제이다. 이 문제는 단답형 문제이고 답은 21이었다.
수능 단답형 문제의 정답들이 자연수이긴 하지만 몇 자리 수인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답을 찍을 수도 없거니와, 잘 모르는 수학 문제의 답은 0아니면 1이라는 말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이다.
우선 이 문제는 f(x)라는 함수의 기하학적 모양을 예상해서 극소(아래로 볼록한 곡선의 최저점)가 되는 t값의 패턴을 발견하고, 이를 활용하는 방법으로 풀 수 있다. 또한, 함수 g(x)가 두 함수의 곱의 적분으로 주어진 문제이므로 이에 착안하여 풀이하면 된다. 즉, 부분 적분법이라는 대수적 적분 방법을 이용하고, 이를 통해 발견되는 수의 패턴을 인식하여 해결할 수 있다.
12년의 긴 시간을 달려 이러한 킬러 문항을 만나게 될 학생들이 반드시 짚어봐야 할 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아무리 어려운 문제라고 하더라도, 고등학교에서 다루는 문제의 풀이는 크게 ‘기하적’ 풀이와 ‘대수적’ 풀이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효율적인 풀이의 핵심은 수험생이 대수나 기하의 한 가지 영역에만 얽매일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기하적’ 해결과 ‘대수적’ 해결을 오가야 한다는 점이다.
수학의 발전 과정을 보면, 고대 그리스 시절과 같이 기하학이 수학의 전부라고 생각하며 수학을 발전시키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1,000년 이상이 흐르며 기하학의 발전은 정체되었고, 대수학의 발전이 수학의 발전을 이끌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대수학을 기반으로 새롭게 재발견된 기하학이 정체되었던 수학 발전의 새로운 원동력이 되었다. 이러한 수학적 발전과정이 교육적으로 적합하다는 전제하에 많은 나라의 수학 교과과정이 만들어지고 시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는 연산의 기초를 다지는 데 중점을 두며, 중학교의 교과과정은 주로 기하학의 학습에, 고등학교의 교과과정은 주로 대수학의 학습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게 된다.
이렇게 학습한 대수학으로 새롭게 기하학을 해석해 대수와 기하의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수학 교과의 목표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중학교 때 기하학의 학습에 많은 노력과 열정을 쏟는 것은 장기적으로 보면 학생의 수학 교과 능력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선행학습에만 치우쳐 중학교 수학을 소홀히 하고, 대수적으로 많이 치우친 고등학교 초·중반의 교과과정에만 전념한다면 기하적 기본이 약한 학생이 되기 쉽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기하도 안 되고, 대수를 기반으로 하는 기하도 안 되는 애매한 상황에 처할 수 있음을 꼭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