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를 좋아하는 남자가 최고인 이유
남자들은 파스타를 별로 안 좋아할 것이라는
암묵적 편견 같은 것이 존재한다.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으려나?)
그와 만남을 시작한 극 초기 시절,
나는 그를 데리고 국밥집을 그렇게도 많이 다녔다.
당시 내가 미국에서 일하다 귀국한 지 얼마 안되어
한식에 완전 꽃혀있기도 했었고
우리의 첫 만남은 12월 겨울이었다.
뜨끈한 순대국밥 설렁탕 같은 것이 너무 땡겼다.
그렇게 서울 시내 맛있다는 국밥집을
얼마나 다녔을까
어느날 볼멘소리로 그가 말한다.
우리도 분위기 있는 곳 좀 다녀보자~
파스타도 먹고 피자도 먹고 하는 데로.
오... 그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데
그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가자고 먼저 조르는
신선한 발상도 그렇지만
더 재밌었던 것은 그 이유였다.
남자들이 언제 레스토랑을 한 번 가 보겠어?
여자친구랑이나 가보지.
부모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
남자들끼리 만나면 어디 파스타 먹으러
가겠니.
아.. 그는 외로운 모태솔로 공대생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슬픈 사실을 잠시 잊었다.
내가 너를 파스타의 세계로 인도할 구원자였구나...
미안하다. 그 사실도 모르고
남자들끼리 언제든지 먹으러 갈 수 있는
국밥집 같은 곳에서만 데이트를 했다니.
그 후로 부러 시간을 내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러 종종 가곤 했더랬다.
그는 엄마 따라 나온 어린아이처럼 참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그나저나 그가 파스타를 좋아해서 다행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렇게 해주면 한식을 차려주는 것보다
설거지 거리가 확 줄어든다.
파스타 만만세 ^^
+
2020년 현재
오래된 첫사랑이었던 그와 저는
3년차 부부가 되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