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정 Dec 18. 2020

파스타

파스타를 좋아하는 남자가 최고인 이유



남자들은 파스타를 별로 안 좋아할 것이라는

암묵적 편견 같은 것이 존재한다.

(요즘은 또 그렇지도 않으려나?)


그와 만남을 시작한 극 초기 시절,

나는 그를 데리고 국밥집을 그렇게도 많이 다녔다.

당시 내가 미국에서 일하다 귀국한 지 얼마 안되어

한식에 완전 꽃혀있기도 했었고

우리의 첫 만남은 12월 겨울이었다.

뜨끈한 순대국밥 설렁탕 같은 것이 너무 땡겼다.


그렇게 서울 시내 맛있다는 국밥집을

얼마나 다녔을까

어느날 볼멘소리로 그가 말한다.


우리도 분위기 있는 곳 좀 다녀보자~
파스타도 먹고 피자도 먹고 하는 데로.



오... 그 때의 기분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데

그가 분위기 있는 레스토랑을 가자고 먼저 조르는

신선한 발상도 그렇지만

더 재밌었던 것은 그 이유였다.


남자들이 언제 레스토랑을 한 번 가 보겠어?
여자친구랑이나 가보지.
부모님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고
남자들끼리 만나면 어디 파스타 먹으러
가겠니.



아.. 그는 외로운 모태솔로 공대생이었던 것이다.

나는 그 슬픈 사실을 잠시 잊었다.

내가 너를 파스타의 세계로 인도할 구원자였구나...

미안하다. 그 사실도 모르고

남자들끼리 언제든지 먹으러 갈 수 있는

국밥집 같은 곳에서만 데이트를 했다니.


그 후로 부러 시간을 내어 레스토랑을 예약하고

파스타와 피자를 먹으러 종종 가곤 했더랬다.

그는 엄마 따라 나온 어린아이처럼 참 좋아했다.

그가 좋아하니 나도 좋았다.




그나저나 그가 파스타를 좋아해서 다행인 이유는 따로 있다.



이렇게 해주면 한식을 차려주는 것보다

설거지 거리가 확 줄어든다.

파스타 만만세 ^^





+

2020년 현재

오래된 첫사랑이었던 그와 저는

3년차 부부가 되었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편의점 식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