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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Aug 09. 2022

고객 관계 : 영원한 건 없다

  기업 내에 Tier-1 고객, Key Account, Top Tier, 1군 고객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해 중요한 고객을 구분해 관리한다. 각 기업마다 '중요'의 기준은 다를 것이고, 내가 근무했던 곳에서는 구매 규모가 큰 고객 혹은 고객사 규모가 커서 향후 구매가 커질 가능성이 높은 고객을 명칭 했다. 담당했던 제품도 한 고객사(F고객, 이하 F)가 50프로 이상, 많을 땐 60프로를 넘기도 했고 또 다른 고객사(G 고객, 이하 G)는 관계에 따라 20~50%에서 매출을 기록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래 그림과 같이 F와 관계가 좋을 때는 G와 별로이고, F와 서운할 때는 G와의 관계가 좋았다. 동시에 두 고객과의 관계가 좋았다면 실적의 피크를 찍었을 텐데, 지난 10년을 돌아보면 둘 사이 관계가 오르내리며 매출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조금씩 성장 궤도를 그렸다. 


F/G 고객 매출 트렌드 (가상. 이해를 돕기 위한 그래프)


  F와 거래한 지 십 년이 넘었는데 돌아보면 늘 관계가 좋았던 건 아니었고, 그 기간 동안 고객과의 관계도 여러 차례 오르내림을 겪었다. 어떤 고객과의 관계도 그냥 1년 이상을 간 적은 없었다. 잠시 다른 곳에 집중하다 그 고객을 소홀히 하면 여지없이 3~4개월 이후 비즈니스가 하락세를 그렸고, 공을 들이고 끊임없이 새로운 제안을 한 고객에게는 5~6개월 후면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 비즈니스에도 공짜가 없었다. 반면, 또한 노력은 결실을 보여주어 일의 성취감은 여지없이 경험했다. 


 F, G 고객과 관계가 좋지 않았던 때를 좋게 하기 위한, 관계 회복 방안으로 세 가지를 꼽자면, 


고객 관계 유지를 위한 팁 셋


첫 번째는 새로운 콘셉트의 제품이나 신기술 제안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미리미리 Risk Management(위기관리)를 해 한 고객에게 몰빵 하지 않고, 두세 고객으로 매출을 분산시켜 놓아야 한다. 
세 번째는 고객사 담당자를 늘 손바닥 리스트에 올려두고 자주 연락을 취해야 한다.


  B2B(Business-to-business, 기업 간 거래) 사업에 있어 공급사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 혹은 제품을 고객사에 제안하여 미래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개인이 장기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에 투자할 때도 현재 가치보다 미래 가치에 초점을 두어야 하듯이, 기업 간 거래도 그러한 것 같다. 지금의 기술 기업들에게 있어 기술적 우위는 바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를 나타내고 신기술의 성공은 실적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늘 새로운 기술을 쫓고 있다. 

  B2B 공급사들은 자주 거래하고 있는 고객사에게 시장과 제품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요청하지만 고객사들은 대부분 제때, 제대로 공유하지 않는다. 고객사들은 공급사의 기술을 기반으로 한 기술 주도형 제품에 갈증을 느끼기 때문이다. 

  Market-pull(시장 주도형) 제품은 그 시작이 시장이기 때문에 실패할 확률은 낮지만 또 대박을 칠 가능성도 낮다. 왜냐하면 대체로 누구나 예상 가능한 아이디어나 시장 반응으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반면 Technology-push(기술 주도형) 제품은 신기술이 제품화되어 시장에 성공하면 소위 대박이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의 시장이 압도적 공급 과잉과 기술 자체 우위만으로는 더 이상 성공이 보장되지 않아, 실패할 확률이 높아져 기업들은 이 둘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렇듯, B2B 비즈니스에 있어 고객사와 관계를 지속적으로 좋게 유지하려면, 공급사는 새로운 기술, 차별적 아이디어를 반영한 공급 제품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제안해야 한다. 이건 F, G 두 기업 모두에게 예외 없이 적용된 경험이다. 


  한편 담당자 선에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들기도 한다. 

  라면을 예로 들면, 우리가 국물 스프를 C 고객에게 제공하는데, C 기업이 이제 국물 라면은 줄이고 비빔라면에 집중하기로 의사결정을 한 경우, 우리의 공급량은 점차 줄어들게 된다. 또 다른 예로, C 고객이 국물 라면의 시장점유율을 키우려는 전략을 수립하여, 그중 핵심 자원으로 스프를 선정하였고 이를 외부 구매에서 내재화, 즉 직접 개발하여 생산하기로 결정한 경우 역시, 머지않아 공급량이 줄어들게 된다. 

  경영진이 교체될 때 이와 같은 영향이 있기도 하고, 시장 움직임에 따라 자연스레 생기기도 한다. 어쨌든 공급사는 영향을 받게 되는데, 이럴 때를 위한 가장 큰 방어책은 두세 개 혹은 네 개 정도 기업에 매출 비중을 적절히 분산시켜 놓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 한 종목에 몰빵 하지 말고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담으라는 것처럼, 고객사도 하나에 올인해서는 안된다. 물론 사업 초기에는 한 기업에 집중하여 규모를 키워 안정화를 시켜야 하지만, 사업이 안정권에 들면 유사한 규모의 기업을 둘셋은 더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가 닥쳤을 때 새로운 기업을 찾고자 한다면 늦다. 미리 생각하고 준비해 위기관리를 해 두어야 한다. B2B에서 새로운 고객과 비즈니스를 뚫는 데는 적어도 1년은 족히 걸린다. 


  세 번째는 사소한 것일 수 있지만, 고객사 담당자와 수시로 크고 작은 업무 관련 연락을 하는 것이다. 고객과 소통 채널이 영업 등 특정 부서로 정해진 회사가 있을 수도 있는데, 여기서 의미는 고객사에 우리가 끊임없이 옆에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야 하고, 우리는 고객사로부터 끊임없이 그들이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고민을 갖고 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등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 멀어지듯, 고객사와 연락이나 만남이 뜸해지면 신규 프로젝트 비딩이나 시장 정보 등에서 멀어지게 된다. 자주 연락하고 대화 나눈 사람(공급사)에게 그래도 작은 팁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게 일반적 사람의 마음이다. 규모가 제법 되는 고객사와는 정기적인 소통 채널, 예를 들면 매주 화요일 00시 전화 콘퍼런스나 분기 1회 기술 교류회와 같은 정기적이고 공식적인 소통 채널을 정해두어 움직이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 간의 어떤 관계도 햇볕이 드는 따뜻한 상황을 늘 유지할 수 없는 것처럼, 고객사와의 관계도 그러하다. 달고 씀을 반복하는 관계를 가져가게 되는데 비즈니스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그 쓴 과정을 어떻게 관리하고 쓴 기간을 어떻게 다시 달달하게 만드느냐에 따라 사업의 전체적인 안정화가 달려있다. 기업의 목표는 사업 전체의 안정적 성장이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기업의 비즈니스에서도 그러한 것 같다. 어떤 고객과의 관계도 영원하지 않았고, 쉽게 유지되는 건 없었다. 열심히 두드려 G 고객의 문이 열리면 F 고객의 문이 닫히고, 다시 F에 집중하다 G에 소홀해지면 여지없이 G의 문이 서서히 닫혔다.  F도 G도 잠시도 그냥 두어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노력하고 애쓴 결과는 또 분명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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