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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피디아 Sep 23. 2022

입사자와 퇴사자 : 만남과 이별


  고등학교 때까지 만남과 이별은 비교적 단순하다. 입학과 졸업이 만남과 이별이 되어, 학년 시작할 때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나고, 학년이 끝나면 정들었던 그들과 이별을 경험한다. 간혹 학기 중간 전학 온 친구, 전학 간 친구가 예상하지 못한 만남과 이별의 대부분이었다. 이렇듯 학창 시절 만남과 이별은 대략 그 시점이 정해져 있는데 반해 회사에서의 만남과 이별은 그 상황이 더 다양하다. 




  기업은 시장과 고객에게 제품 판매와 서비스 제공을 통해 외부와 관계를 맺는다. 그러나 실제 일하는 대부분 직원들은 회사 밖 사람보다 내부 동료들과 관계를 맺으며 일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그러다 보니 회사를 경계로 한, 업무 중심으로 닫힌 인간관계를 맺게 된다. 


  입사 초기에는 입문 교육이다 뭐다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았지만, 연차가 쌓일수록 새로운 사람들과의 교류가 급속히 줄어들게 되었다. 20대 때는 외부 활동도 여럿 해 낯선 이들과 교류도 하였지만, 5~6년 지나 보니 가족 이외는 회사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가 전부인 사람들이 허다했다. 나 역시 그 무리 중 하나였다.  회사 밖 동호회나 모임으로 외부 사람 만날 노력을 별도로 하지 않으면, 일만 하다 지내다 보면 어느새 단조로운 인간관계를 갖게 된다. 퇴근 후나 주말에도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이 모두 회사로 연결된 이들이었다.


  사람은 익숙한 환경과 관계에서 안정감을 갖는 반면, 지루함과 무료함도 함께 느껴 삶의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도 필요한데 말이다. 



  회사 생활 동안 가장 쉽게 경험한 만남은 매년 비슷한 시점에 들어온 입사자들이다. 연초와 여름 즈음에는 신입사원들이 대거 입사해 온다. 요즘은 경력 사원 채용이 늘어 조직에 들어오는 사람들과 그 시점도 다양해졌다. 


  이렇게 새로 입사한 사람들, 신입 사원이던 경력 사원이던 상관없이, 이들로부터 전해 듣는 그들이 이전에 속했던 조직의 얘기나 그들에 관한 대화로 모처럼 다른 세상을 접하게 해 주었다. 특히나 신입 사원들에게 최근 젊은이들의 사고와 생활 방식, 그들의 관심사들을 들을 때면 너무나 신기했던 경험이 있다. 창 밖으로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것처럼 기분 전환이 되었다. 


  다음으로 잦은 만남은 조직 변동에 따른 것이다. 외부 환경이 바뀌거나 새 경영진이 오면 정기적으로 혹은 비정기적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하는데, 이때 여러 조직이 합쳐지거나, 하나의 조직이 나뉘거나, 새로운 조직이 생기거나, 사라지기도 한다. 이렇게 조직이 바뀔 때 같이 일할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이미 알던 사람을 다시 만나기도 하고.


  이 둘이 회사에서 경험한 만남의 대부분이다. 외부 친구를 만나는 횟수도 줄고, 외부 동호회 같은 모임에는 갈 엄두도 내지 않았고, 만사가 귀찮아진 입사 10년 차 전후가 되니, 회사가 곧 나의 인간관계가 되어 버렸다.


  이별을 돌아보면 퇴사자가 있다. 학교에서의 이별은 그 시점이 정해져 있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데, 회사에서의 이별은 그 시점이 정해져 있지는 않았다. 모두 제각기의 시점을 정해 인사를 하고 회사를 떠났다. 

  지금까지 경험한 퇴사자들은 자발적 퇴사자와 회사 권고로 퇴사하는 분들이 있었다. 

  자발적 퇴사자들은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가장 일반적이고, 가끔씩 다시 공부하러 가는 이들이 있었다. 그 외 다른 사유로 떠나는 분들도 물론 있었다. 미국으로 이민, 개인 사업, 휴식 등.


  퇴사는 인생의 큰 결정 중 하나라 생각한다. 그동안 맺었던 사회적 관계를 새로이 만들어야 하고, 옮겨 간 회사의 시스템과 규칙을 다시 익혀야 할 뿐 아니라, 업무 환경도 여러모로 바뀌게 된다. 

  편안함과 안정감을 등지고 다른 세계로 나아가려는 건, 분명 용기임에 틀림없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말이다.


  여러 번 이직한 분들은 처음 한두 번은 힘들지만, 이 또한 반복되면 적응이 어렵지 않다고도 하기도 한다. 어찌 되었던 새로운 회사와 새로운 사람들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지만. 

  자발적 퇴사자들은 헤어져 아쉽지만, 삶에 새로운 것을 쫓아가니 응원하는 마음 가득으로 송별회를 하였다. 퇴사자와의 인연은 회사를 떠나면 자연스레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연결하고 있던 끈이 점점 약해져 시간을 내 별도로 만나는 게 생각보다 어렵다. 


  회사 권고로 퇴사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회사 경영 상황이 안 좋을 때, 인력 구조조정으로 비용 절감이 필요할 때. 회사는 대상 직원을 선정해 제안을 했다. 지난 10년 동안 두세 차례 크고 작은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목격했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회사가 직원을 강제로 내보낼 수는 없다. 미국처럼 하루아침에 해고 통지를 받게 되지는 않고, 대상자들이 준비할 시간을 수개월 주고 위로금을 주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권고사직은 그때그때 상황과 적용 기준이 달라 회사가 제시하는 조건 또한 다양했고, 회사와 협상하기에 따라 조금 더 유리하게 떠나는 분들도, 소문으로 전해졌다.

  어떤 사람들이 대상이 되냐? 이것 역시 상황마다 기준이 조금씩 달라진다. 한 번은 고과로 선정하다가, 또 한 번은 팀 내 할당제처럼 대상자가 선정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나이가 큰 기준이 되기도 하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었다. 

  이렇게 떠나는 분들은 대부분 원치 않는 상황에서 자존심에 상처를 입어 좋지 않은 기억으로 떠나는 분들이 많다. 주변에서 보기에 안타깝고 미안하기 그지없다. 송별회 분위기 역시 무겁다. 


  하지만 시간 지나 돌아보니 누구나 회사를 그만두어야 하는데 그들은 좀 일찍 떠난 것이고, 다른 일을 찾기 위한 시간을 더 일찍 가진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영원히 그곳에 머물러 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어떤 사람은 이직하려던 찰나에 구조조정이 시작되어, 위로금을 받고 이직한 경우도 있었다.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반면, 머지않아 퇴사, 이직이 아닌 퇴사를 계획하는 이들은 또 이 위로금을 기다리고 있으니 사람은 참 알 수 없는 동물인 것 같다.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생계와 자아발전을 위해 모여서 일하며 인간관계를 맺어가는 곳이다. 입사 초, 중반, 퇴사까지의 시점에서 이루어진 만남과 이별은 어떻게 보면 다양하고, 또 한 편으로는 단조롭지 않았나 싶다. 맺어지는 인간관계는 단조롭지만 만남과 이별은 예측이 어려운 곳이 회사, 직장이라는 곳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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