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득하게요.
24.드라마 영화 요약본이 유행입니다.
저도 한 때 즐겨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하루라도 젊은 나이에 크고 빠르게 성공하고 은퇴하고 싶어 합니다. 안 그래도 빠른 배달 중에도 더 빠른 배달이 있습니다. 성적도 빠르게 올리고 싶고, 근육도 빠르게 늘리고 싶어 편법이 많이 생깁니다.
톰 삭스(예술가)가 한 말이 있습니다.
‘2년 정도 하면 흥미고, 5년 정도 하면 취미고, 20년 정도 하면 숙달된 것이다.’
지금은 이래저래 논란 중에 있는 사람이지만, 단점은 단점이고, 여전히 배울 점이 있는 사람입니다.
무슨 일이든 간에, 2년 정도는 해야 흥미가 있는 거라고 본다고 합니다. 5년 정도는 해야 취미고, 20년은 해야 좀 잘 하는 거라고 본다고 합니다.
신기한 관점이었습니다. ‘이번 주에 테니스나 쳐볼까?’ 생각이 들면, ‘테니스에 요즘 흥미가 있어요.’ 라고 말 할 수 있지 않나? 하고 생각했었거든요. 이 생각을 반성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란, 취미란, 숙련이란 생각보다 더 무겁다고.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3분짜리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을 3배속으로 들으면 좋을까요? 3분짜리 음악을 1분 만에 들으면 빨리 들어서 좋은 걸까요? 정배속이 제대로 된 감상을 위해선 좋지 않을까요?
내 인생도 벼락같이 하루 빨리 성공해서, 내가 원하는 바를 다 이루고, 다 가지면 좋을까요? 그렇게 빠르게 흘러가면, 내가 내 인생을 감상할 수 있을까요. 즐길 수 있을까요.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러다보니, 원하는 만큼 이루지 못한 현재를 좀 더 편안하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정배속이 저에겐 어느새 진득한 오히려 진짜라는 느낌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당장, 일분일초 시급하게, 하루 빨리 무언가 얻고자 하지 맙시다.
2년이건 5년이건 20년이건 진득하게 할 수 있는 그 무언가를 하고자 합시다.
진득하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