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방울토마토
최근에 키우던 방울토마토가 너무 쑥쑥 자라서, 화분이 비좁게 되었습니다. 그 곳에서 더 키우기에는 무리라고 판단이 되었습니다.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서 이 녀석들 분갈이해줬습니다.
모든 조건을 풍족하게 세팅을 해두었으나, 시들었습니다. 비료도 충분히, 물도 충분히, 햇빛도 충분히, 바람도 충분히 세팅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왜 시들었을까요? 과하게 좋은 환경이었으니까요.
제가 출퇴근 하는 길에 늘 마주하는 식물이 있는데요. 좀 특별합니다. 이 녀석은 하수구에서 자랍니다. 꽤 풍성하게 잘 자랍니다. 하수구에서 지상까지 뻗어 자라는데요. 한 식물이 이런 영감을 주는 경우는 참 드뭅니다. 바위 틈에 핀 꽃이야, 조금 식상한 면이 있죠. 물론, 그것이 주는 처절한 아름다움이 있지만, 비교적 익숙하잖아요.
이 하수구에서 자란 이 식물은 다른 의미에서 영감을 줍니다. 썩은 물이 다니는 곳에서 자란 겁니다. 햇빛조차 잘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자란 겁니다. 맑은 공기가 아닌, 쾨쾨한 매연이 넘치는 도로에서 자란 겁니다.
우리는 ‘아, 내가 집에 돈만 좀 있었어도...’ ‘아, 내가 로또만 당첨되어도...’ ‘아, 코인이 떡상만 했었어도...’ 생각하죠. 풍족하지 않아서, 무언가를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생각은 완전히 틀렸습니다.
풍부한 비료 속에 질식되어 시들어버린 제 방울토마토처럼, 그리고 하수구, 썩어가는 그 토양 속에서 잘 자라고 있는 그 식물처럼,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너무 좋은 환경에서 자랐다면, 우리 역시 썩었을 것입니다. 반대로 너무 나쁜 환경에서 자라고 있더라도, 충분히 놀라울 정도로 잘 성장할 수 있을 겁니다.
결국은 우리에게 달려있습니다. 당신이 너무나도 풍족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지 않다면,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하세요. 당신이 너무나도 척박한 환경에서 지내고 있더라도, 좌절하지 마세요.
지금 처해있는 그 환경이 최선을 다하기에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지금 내 노력을 현실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마인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