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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글이 Apr 14. 2024

니체가 미쳐버린 이유

범인의 니체 비판


   니체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일까? 고독한 천재, 혁명가, 예언자 등 우리는 니체를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지만 니체는 동시에 광인이었다.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현실에서 40대 중반에 정신착란으로 쓰러져 다시는 일어나지 못했다.



  니체는 기존의 관습, 권위를 철저하게 부정한 사람이다. '신은 죽었다', '도덕은 약자들의 논리다' 같은 명언으로 종교, 도덕을 붕괴시켰다.

  말년에 쓴 '이 사람을 보라'에서 니체는 자신이 왜 이렇게 똑똑한가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으며 스스로를 예수와 동급으로 올려놓는다. '이 사람을 보라' 라는 제목 자체가 성경에 나오는 빌라도가 예수에게 한 말이다.  



  니체는 이상을 버린 인간이다. 사람들은 늘 무언가에 의존하며 살아간다. 돈, 명예, 가족, 사랑, 종교, 과학, 쾌락 등 의존하는 수단은 취향에 따라 수만가지다. 그런데 만일 니체처럼 어느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면하면 어떻게 될까?



 강력한 현실 앞에서 사람은 미치게 된다. 인간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일 정도로 강하지 않다.



  니체도 결국 자신을 이상화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니체는 자신을 폴란드 귀족혈통 100%라고 표현했으며 자신의 친어머니와 여동생은 독일 천민의 피를 타고났다는 패드립도 서슴지 않았다, 또 독일 황제가 자신의 마부로 일하는 걸 원해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오만함의 끝판왕이다;)




  니체철학이 한국사회에 유행하고 있다. 개인적으론 그렇게 유쾌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니체철학은 한마디로 말해 정신건강에 해롭다. 또한 각종 악인들이 자신을 정당화하는데 이용하기 편리하다.



  니체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내 생각에 니체는 절대적으로 순수한 사람이었다. 여기서 순수함이란 순진함, 선함 등을 말하는 단어가 아니다.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표현은 자기 자신도, 타인도 속이려는 마음이 전혀 없는 절대적으로 진실만을 추구하려는 사람이었다는 뜻이다. 그야말로 진리에 온몸을 바친 투사다.



  내가 생각한 니체는 자신의 사상과는 다르게 연약한 인간이었다. 진정으로 강한 자는 입으로 자신이 강하다고 떠벌리지 않는다. 니체는 지성적으론 천재였을지 몰라도 어릴 때부터 지병이 있어 신체적으로 허약했다. 자신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극단적으로 힘, 의지에 열광했을지도 모른다.



  니체가 천재인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하거나 성숙한 사람이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여기서의 건강함, 성숙함이 개인의 행복을 기준으로 하든 사회적 적응도를 기준으로 하든 둘 다에서 니체의 인생은 모자란 인생이었다.





  내 생각에 정신질환과 예술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베토벤이나 고흐처럼 시대를 뛰어넘은 천재들은 모두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었다. 좀 급진적으로 표현하면 미친 사람만이 예술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철학도 일종의 예술이다.





  결론적으로 20대 때 니체철학에 깊게 빠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혼란스러운 시기에 니체철학을 잘못 접했다면 더 깊은 미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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