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눅눅한과자 Jun 26. 2023

결혼, 그 평균이란 함정(1)

예단, 예물 정하기 ①





  “오빠. 이거 어때, 어울려?”     


  “응, 잘 어울려. 그거 진짜 오랜만에 꺼냈네?”      


  아내의 생일을 맞아 아이를 처가에 맡기고 간만의 외식을 준비하는 중. 그녀는 어깨에 소위 ‘명품백’으로 불리는 가방을 메고 있었다. 결혼을 두어 달 남기고 예물 겸 선물한 것으로, 같이 백화점에 가서 고른 기억이 지금도 생생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때를 같이 추억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다. 모처럼 기분 좋은 날, 분위기를 망치고 싶진 않았으니까.  

   


  

신혼집까지 구하고 나니 한결 부담이 덜어진 느낌이었다. 그동안 해온 일이 상견례나 프러포즈 같이 ‘결혼’ 자체를 위한 일이라면 이제 남은 건 청첩장 제작이나 결혼식 시나리오 작성처럼 ‘결혼식’ 자체를 위한 것이었으므로. 하나의 행사 준비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아뿔싸, 그건 나만의 생각이었나 보다. 어느 날 부모님께서 물어보셨다.

     


  “너네 예단이랑 예물은 어떻게 할 거니?”    

 

  ‘응? 웬 예단, 예물? 결혼준비 막 시작할 즈음에 안 하기로 정한 거 아니었나?’ 란 생각을 하며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그렇다. 요새 집값도 천정부지로 솟는 통에 그런 거추장스러운 과정은 빼고 가능한 한 모두 집값에 보태기로 했었다. 혹시 지나가는 말로 해서 기억을 못 하시는 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전 기억을 상기시켜 드렸다.


  “아니, 그래도 아예 안 하긴 좀 그렇지 않아? 남들도 다 하는데.”     


  그럼 그렇지. 부모님도 기억하고 계셨다. 결혼 준비 직전에 만난 선배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처음에는 다들 최대한 간략히 하자 해놓고선 결국 할 거 다 해. 누구만 주고, 누구는 받고, 이건 하고 저건 안 하고 하느니 그냥 마음 편히 다 해버리는 거지.”     


  심지어 여자친구도 부모님께 같은 말을 듣고 왔단다. 설명은 장황하게 설명했으나 요약컨대 ‘그래도 안 하자니 마음에 걸린다.’는 내용이다. 머리가 아파왔지만, 그래도 어느 한쪽만 하겠다고 주장하는 상황보다는 나은 것 같다는 생각에 뒤늦게 예단과 예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 창 상에 위치한 예단 예물의 개념이니 유래니 하는 것들은 대강 훑어보고 나의 관심사인 ‘무엇을, 얼마나’에 초점을 맞춰 정독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 검색을 포기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결혼준비 과정을 알아보며 나름 필요한 정보를 추려내는데 이골이 났다고 생각했건만, 이번에 아니었다. 그만큼 예단과 예물은 시쳇말로 케바케(케이스 바이 케이스)였다. 다만, 원래의 사전적 의미와는 달리 현재 결혼시장에서 예단은 신부 측에서 시부모에게 보내는 선물로, 그리고 예물은 시부모 또는 신랑이 신부에게 답례로 보내는 선물로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 듯했다.



  답답해진 나는 먼저 결혼한 친구들에게도 전화를 돌려보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누구는 허례허식이라는 이유로 전부 생략했다고 하고, 누군가는 이것저것 물건을 사서 보냈다 한다. 또 다른 친구는 요새 트렌드대로 현금을 얼마씩 주고받았단다.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면 그들 모두 나에게 섣부르게 조언이나 충고를 해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준비한 ‘스드메’니 결혼식장이니 하는 것들은 집안에서 어느 정도 의견은 낼 지언정, 결국 결혼 당사자인 신랑과 신부가 정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과제는 대놓고 부모님을 상대로 주고받을 선물을 정하는 것이었으므로.      


  그래도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비슷한 수준의 집안에서, 상식적인 사람들끼리 의견이 차이나 봤자 얼마나 나겠냐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원래 큰 사건은 방심했을 때 터지는 법이다.


우리가 평소에 격식 있는 차림을 할 일이 별로 없어서일까.  예물을 주고받을 필요성을 그다지 느끼진 못했다.


이전 06화 내 엄마가 그럴 리 없어(6)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