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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눅눅한과자 May 21. 2024

초. 중. 고를 동네에서 나와야 진짜 강남인?(2)

학군, 학연과 지연의 집합체




 10년쯤 전이었나, 지인에게 들었던 말이다.


 "요새는 강남 산다고 다 인정받는 게 아니래. 그 동네에서 학교 다녔어야 진짜 강남인이라던데?


 웃기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엄밀히 말하면 거부감이 들었다고 해야 하나. 돈 벌어서 이 비싼 땅덩어리 위에 살고 있으면 되지 사람 과거까지 들춰내서 계층을 나누는 그들의 세계가 불편했다. 비록 사실 여부는 직접 확인할 수 없지만 마음 한편에 자격지심(自激之心)이 일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을 이유로 강북으로 전학 왔다. 그전까지 살던 곳은 강남 8학군과는 도로 하나를 건너 마주 보고 있는, 그냥 '강의 남쪽'인 동네였다. 비록 주요 학군지는 아니었지만 나름 교육열이 높았던 곳이었기에, 당시 중학생이던 형의 진학 문제로 걱정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공교롭게도 우리 가족이 다시 이사 온 시점은 내가 수능시험을 치르고, 대학교 합격통지를 받은 직후였다. 이번엔 도로 하나를 건너서, 정말 8학군 지역으로.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초-중-고 학창 시절만을 강북에서 보낸 후 성인이 되어 '준 강남입성'을 한 것이다. 비록 브랜드 아파트, 대단지, 학원가 등 흔히 말하는 진정한 의미의 '강남'의 조건을 갖춘 곳은 아니었지만 행정구역상으로나마 상급지로 이주한 데에 대해 부모님은 매우 만족하셨다. 그런 나에게, 학창 시절을 보내않았으면 가짜라니(물론 아무도 이런 말을 적은 없다)!


 하지만 십 수년이 지난 지금, 아내와 친구가 대화하는 모습을 보며 그날 들었던 '강남인'의 기준에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나도 친구 녀석도 그간, 특히 결혼 이후 서울 각지를 전전하며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둘 다 이 지역에 정착했을 때, 한 동네를 떠나지 않고 살아온 '찐 강남인'과 누가 더 말이 잘 통할지는 불 보듯 뻔한 일것이다. 그렇다고 그 대화 속에서 과시하려는 의도가 느껴지진 않았다. 그냥 동향(同鄕) 친구에 대한 반가움만 있을 뿐.


 나만해도 얼마 전 고등학교 후배인 회사 동기와 밥 먹으며 먹으며 모교(母校) 이야기에 여념 없지 않았던가. 이어서 전혀 예상치 못한 학교로 배정받은 이야기, 당시 학교별 분위기, 대학 진학률 등 그 동네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점심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출신 학교란 사람들에게 있어 학창 시절의 이야기이자, 자기가 살던 동네에 대한 추억이자, 상대와 대화의 물꼬를 트는 공통 화제이다. 결국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누군가와의 만남을 갈망하는 건 보편적인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강남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다. 물론 '명문'이라는 이유로 약간의 자부심이 첨가되다 보니, 사회적인 시각과 이미지가 투영되어 그들이 굉장한 특권의식을 부리는 것으로 해석되는 건 아닐까 싶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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