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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장면 vs. 짜장면, 당신의 선택은?

무지갯빛 음식 일기 - 무. 음. 일기

by 선선

우리가 중식을 먹을 때면 언제나 고민하는 것이 있다. 탕수육 부먹 vs. 찍먹 전에 태초부터 존재했던 질문이랄까. 바로 짜장면을 먹냐, 짬뽕을 먹냐 하는 것 말이다. 지금은 문명이 발달하며(?) 짬짜면이라는 엄청난 발명을 통해 짬뽕과 짜장면을 둘 다 동시에 즐길 수 있지만, 그래도 중국음식을 먹을 때면 언제나 가장 먼저 고민하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짜장면 대 짜장면이라는 질문에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아, 물론 같은 짜장면 다른 느낌 그런 건 아니고 우리나라 짜장면이냐 중국 짜장면이냐 하는 문제다. 사실 짜장면(짬뽕도 마찬가지)이 완전히 중국음식이 아니라 한국에 들어오며 변형된 것은 이제 거의 대부분의 한국인이 알고 있을 것이다. 근데 중국의 짜장면은 무엇이 다른지 알고 있는가. 자, 지금부터 두 보기를 줄 테니 무엇이 자신의 취향에 더 맞을지 고민해보시길.



A. 한국의 짜장면

우리나라에서 짜장면이 갖는 인기란 이제 입 아프게 얘기하지 않아도 모든 사람이 알 것이다. 심지어는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래의 가사도 너무 유명할 정도로(물론 짜장면 때문만은 아니지만) 짜장면은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국민 음식이다. 실제로 여전히 치킨, 떡볶이 등 쟁쟁한 메뉴들을 제치고 배달 음식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알겠지만 한국식 짜장면은 춘장에 야채, 고기 등을 볶아 만든 것을 국수에 비벼 먹는 요리로 그 원형은 중국의 짜장면에서 가져온 것이나 한국에 들어오면서 맛이나 만드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중국의 짜장면보다 더 단맛이 강하며 전분이 들어가고, 향신료를 쓰지 않기 때문에 남녀노소, 심지어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까지 모두 쉽게 즐길 수 있는 음식인 것이 특징이다. 다만 지역이나 식당에 따라 짜장면에 들어가는 재료가 다른데, (나는 그렇게 먹어본 적이 없지만) 계란 프라이나 삶은 계란, 혹은 메추리알까지 얹어서 나오는 곳도 있다고 한다. 메추리알은 극히 드문 케이스지만 실제로 티브이 프로그램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보면 계란 프라이를 얹은 짜장면을 그리워하는 경우도 많다. 그 외에도 오이를 얹어주거나, 완두콩 등을 얹어주는 곳도 있다. 이러한 것만 봐도 짜장면이 얼마나 한국에 널리 퍼져있고 대중적인 음식인지 알 수 있는데, 심지어는 4월 14일을 블랙데이로 지정해서 화이트데이나 밸런타인데이에 선물을 받지 못한 솔로들이 짜장면을 챙겨 먹는 날이 된 걸 보면 한국 사람들이 얼마나 짜장면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그 외에도 이삿날에는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등의 암묵적 문화와 짜장면으로도 모자라 짜파게티 같은 짜장라면까지 즐기는 걸로도 한국 짜장면의 대중성을 설명할 수 있지만 그 예시가 너무 많으니 이쯤에서 정리하도록 하겠다.

011e2ca463a28b0f76e120cc7b40a30d.jpg (출처: https://nl.pinterest.com/pin/582442164283355289/

참고로 짜장면을 먹고 난 후 국물이 남아있는 게 침 때문이라는 소문이 있었는데, 이건 그냥 물이라고 한다. 짜장 소스에 녹말이 들어가기 때문에 나중에 침과 만나 점성을 잃어 물이 드러나는 것이라고 하는데 사실 너무 자세한 설명을 찾아서 읽다가 포기해버렸다.(문과) 아무튼 침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고 먹을 것!


B. 중국의 짜장면

짜장면을 원래 좋아했던 나는 중국에 갔을 때 드디어 현지의 짜장면을 먹게 되는구나 하고 무척 설레었었다. 과연 중국의 짜장면은 무슨 맛일까, 그렇게나 한국의 짜장면과 맛이 다를까 궁금했었는데 마침 베이징에 갔을 때 먹을 기회가 생겨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짜장면을 시켰던 기억이 난다. 일단 중국의 짜장면을 소개하자면 炸酱面이라고 쓰고 말 그대로 짜장면이라 읽는다. 춘장(酱)을 튀긴다(炸)는 의미에서 만들어진 단어로 이 단어가 한국에 그대로 전해져 온 것이다. 다만 엄청나게 대중적인 한국 짜장면에 비해 중국에서는 짜장면을 주로 동북 지역에서만 볼 수 있다. 베이징, 산둥성 일대 정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음식으로 원래도 중국은 지역 간 음식 문화 차이가 크긴 하지만 남쪽으로 내려간다면 짜장면을 찾아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나도 상해에서 거주했을 때 눈이 빠지도록 동북 음식점에서 짜장면을 찾았으나 한 번도 먹을 수 없었다는 슬픈 이야기. 한국과 달리 모든 중국 사람이 짜장면이라는 음식을 아는 건 아닐 테니 짜장면을 모른다고 해도 너무 무시하거나 실망하지 말아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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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가 베이징에서 먹었던 짜장면인데 한국에 비해 소스는 적고 면과 소스 외에 숙주나물, 콩, 오이, 무채 등이 다양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스가 지나치게 없어 보이는 건 기분 탓은 아니고 실제로도 좀 적어서 아쉬웠는데, 옆에 다른 양념들이 있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추가하여 먹으면 그 맛이 딱 알맞다. 나 같은 경우에는 식초와 매운 소스(라장)를 넣어먹는 걸 좋아하는데 양념을 첨가해 먹으면 새콤한 맛이 나면서도 너무 퍽퍽하지 않고 딱 알맞게 느껴진다. 그래도 한국의 짜장면보다는 소스의 맛이 좀 덜 느껴지고 조금 퍽퍽한 느낌이라 아마 호불호가 갈릴 듯하다. 그러나 원래 짜장면이 어땠는지, 중국의 짜장면은 어떤 식으로 만들어지는지 알기에는 충분했던 경험이었으니 혹시 중국 동북지방에 여행을 간다면 중국 짜장면을 꼭 한 번 시도해보는 게 좋겠다.




사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한국식 짜장면을 두고 중국식 짜장면을 선택하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선택지이다. 그래도 최소한 대중적 음식인 짜장면이 원래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난번에 인터넷을 하다가 '현지에서 먹힐까'라는 프로그램 클립을 본 적이 있었다. 유명한 셰프 분께서 중국에 가서 한국식 짜장면을 만들어 파는 그런 내용이었는데 나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난다. 모두가 맛있게 먹었는지가 중요하다기보다 다르면서도 비슷해 보이는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문화를 즐기며 행복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대에 서로의 음식 문화를 이해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없다는 게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아무튼, 오늘 점심으로 짜장면은 어떠신지.


* 배경 사진 출처: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901151706076798?did=PA&dtype=3&dtypecode=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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