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한식에 대해서 얘기해보려한다. 이역만리 미국에서 한식 먹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인들은 밥심으로 산다고 하지 않나. 특히 느끼한 미국 음식들을 매일매일 먹다보면 매콤하고 맛있는 한식이 땡기기 마련이다.
만약 사는 곳이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면, 축복받은거나 다름없다. 가격은 터무니없더라도 요리할 수고도 필요없고 그냥 가서 사먹으면 된다.
고등학교를 한인이라곤 그 지역을 통틀어서 백명도 안되는 촌구석 중서부에서 살았었다. 그때 동네에는 한식당이 딱 하나 있었는데, 한국인들은 아무도 그곳에 가지 않았다. 나도 멋모를 시절에 한번 가본게 전부였다. 가격은 터무니없고, 김치는 괴상했다. 한국인이 하지않는 한식당이었다.
물론 한인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라도 별반 차이없다. 실리콘밸리에는 한국인 / 한국계 미국인만 대략 3만명이 산다고 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한식당들마다 차이가 크다.
내가 가본 실리콘밸리의 한식당 중 맛집을 몇개 꼽아보자면:
대호(Milpitas): 집에서 해먹기 힘든 갈비찜이 대표 음식이다.
홍콩반점(Santa Clara): 가족들이 여기에 오면 꼭 간다. 지난번에 4일동안 왔을때는 무려 두번이나 여기서 먹었다. 여기 쟁반짜장은 어지간한 한국 중식당들보다도 맛있다.
짬뽕(SF): 이 집은 양념게장이 예술이다. 짜장면이랑도 잘 어울리니 둘이서 가서 하나씩 시켜먹으면 된다.
이외에도 가격말고는 다 분식같은 롤하우스나 늘봄, 장터 등 다양한 한식당들이 산타클라라 한인타운에 모여있다. 하지만 조금 수고만 들이면 집에서도 해먹을 수 있으니 자주 가지는 않는다.
다만 한식당들에게는 큰 단점이 있다. 가격이 비싸다는 것이다.
특히 이제는 스시 오마카세마냥 프리미엄 식당이 되어버린 KBBQ는 남이 사주는데가 아니면 갈 생각이 없다. 차라리 집에서 구어먹고 말지.
집에서 해먹으려면 여러 수고가 든다. 식자재를 마트에서 사와야하고, 재료들을 손질하고, 요리하고, 그 과정에서 생긴 접시나 조리도구들을 씻어야한다.
하지만 이 모든 수고들을 보람차게 만드는게 바로 요리다. 내가 원하는대로 재료와 양념을 조절할 수 있고, 새로운 요리를 하나 둘 배워가면서 성장하는 맛이 있다.
물론 요리를 선뜻 시작하기는 쉽지 않다. 부모님에게서 어지간한 조리도구들은 전부 받은 나 역시 거진 1년은 간게밥과 라면을 제외하면 요리다운 요리는 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바꾸게 된건 내 여자친구였다. 여자친구가 요리를 좋아하기도 했고 함께 하는 요리는 혼자하는 요리와는 달리 재밌었다.
그리고 마트에서 파는 냉동식품 중에서 꽤나 맛있는 것도 많았다. 냉동 장어나 양념게장을 하나 사온뒤, 간단한 요리들과 곁들여 먹는건 편하면서도 맛있게 한끼를 해결하기에 좋다.
이번에 한국에 가서 크게 놀랐던건 가격이었다. 한국에서는 둘이서 맛있는 들기름 막국수와 육전을 먹어도 20불이 채 안나온다.
한국에서만 누릴 수 있는 사치다. 그러나 미국에서도 내가 직접 만든다면, 비슷한 가격대에서 막국수와 육전을 먹을 수 있다.
옛날에 미국으로 온 한인들은 한식 먹는게 그리 힘들었다고 한다. 재료를 찾으려해도 없는게 많고, 한식당들도 거의 없었다고 한다. 양배추 김치을 만들면서 조금이나마 그리움을 달랬다고 한다.
하지만 오늘날은 많은게 달라졌다. 이 부근에만 한인마트가 3개다. 재료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다. 심지어 냉동식품이나 밀키트도 살 수 있다.
미래에는 한식당들이 더 많아질까? 모르는 일이지만 왠지 그랬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격이 조금만 내려서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