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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책임이 따르는 미국 회사

by 황금토끼

이제 내가 일한지도 어언 2년이 다 되어간다. 첫 취업이라 떨리는 마음에 실리콘밸리에 정착했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라니.


나도 어느덧 신입이라는 타이틀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졌다. 올해 여름방학에도 인턴이 왔는데 어색하기도 하고 그래서 쉽사리 친해지지 못했다.


오늘은 미국 회사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들을 말해보려고 한다. 자유의 나라, 미국답게 회사 역시 직원들에게 상당한 자유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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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들 들어봤을지도 모르지만 복장이 자유롭다. 동부 뉴욕에서 일하는 금융가들이야 암묵적인 복장이 있다고 들었지만 실리콘밸리는 아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입고 출근한다.


청바지나 면바지처럼 일반적인 복장부터, 반바지 츄리닝까지. 그 누구도 다른 사람 복장을 보고 지적하지 않는다. 다만 예쁘게 입었다면 스몰토크의 일부로 마음에 든다고는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출퇴근이 자유롭다. 우리 회사는 하이브리드 출근제(월/금 재택, 나머지 출근)를 운영하고있지만 깐깐하게 지켜지지는 않는다. 나도 얼마 전에 시애틀 본가에 갔다온다고 일주일을 온라인으로 일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회식(offsite)은 언제나 일하는 시간에 있다. 모두가 일할만한 점심 + 오후 시간대에 있는 Offsite는 재밌는 활동들을 한다. 지난 2년 동안 우리 팀은 탑골프, 고카트, 유리공예 등을 했었다.


일하는 시간 역시 자유롭다. 카페에 갈때 우르르 몰려간다거나 일하면서 롤 방송을 보는 직원도 있다. 바로 뒤에 매니저(상사)가 있는데도!


하지만 이 모든건 직원이 훌륭한 성과를 낸다는 가정 하다.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이 자유롭듯, 회사 역시 생산성이 떨어지는 직원을 자를 자유가 있다. 트럼프의 "You're fired!"가 가능한건 고무줄처럼 유연한 미국의 고용법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책임을 진다. 주어진 업무들을 보다 생산성있게 처리해야하는 책임. 큰 힘에는 큰 책임이 있듯이 큰 자유에도 큰 책임이 따라오는 셈이다.


게다가 생산성이 훌륭하더라도 해고되는 경우가 있다. 재작년부터 시작한 Layoff의 바람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개인의 생산성 또는 귀책 사유를 문제로 Fire되는 것과 Layoff는 완전 다르다. 주로 팀 단위로 이뤄지는 Layoff는 생산성이 높은만큼 돈도 많이 받는 시니어 레벨(부장급)과 당장의 수입이 없는 R&D 팀 위주로 이루어진다.


개인이 아무리 열심히 해보아야 Layoff에서 살아남는건 운의 레벨인 셈이다. 다행히 나는 살아남아서 아직 돈 받고 일하는 중이다.


언제 잘릴지 모르는 위태로운 자리이지만 나는 미국 회사가 마음에 든다. 책임이 따르더라도 나는 자유로운게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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