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바로 7월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었다. 미국의 독립기념일은 크리스마스-연초 바로 다음가는 1년 중 2번째로 큰 공휴일이다. 수많은 가게들이 할인 행사를 하고, 사람들은 놀거리를 찾아 헤맨다.
우리는 작년에도 갔었던 4th of July Fireworks w/ SF Symphony에 올해도 갔다. 저녁 8시부터 시작하는 행사였고 우리는 그보다 한시간 전에 갔지만 들어가는 길이 꽉 막힐 정도로 차들이 많았다.
그도 그럴것이 행사가 열리는 Shoreline Amphitheatre는 구글 본사 뒤에 위치한 행사장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앉는 자리도 있지만 그 뒤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있다.
하나하나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몇천명은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넓은 잔디밭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게다가 길도 좁은 편이었기에 차가 막힐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우리도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아래를 보았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가 들려주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과자도 먹고, 떠들기도 했다.
초반 1부는 작년과 거의 비슷했다. 우선 미국 국가와 함께 모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미국에서는 독립기념일 뿐만 아니라 다른 행사들에서도 꼭 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한다.
그럴때마다 나는 왼쪽가슴에 손을 올리는 대신 그저 뒷짐을 지고 국기를 본다. 나는 아직 미국 시민이 아니니까.
그리고 심포니는 각 군대마다 해당되는 군가를 연주했다. 아마 육군, 해병대 등등으로 나뉘지 않을까싶다.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들이었지만 어느 군대의 군가인지는 몰랐다.
사회자가 말해준대로 은퇴하거나 복무중인 군인들은 자기가 복무했던 군대의 군가가 나오면 일어섰다. 그러면 주위의 사람들은 박수를 쳐준다. 내 주변에서 일어선 사람은 없기에 박수를 칠 일은 없었지만 웅장한 군가들은 듣기에 좋았다.
중간의 인터미션이 끝나고 나서는 작년과는 사뭇 다른 노래들을 들을 수 있었다. 심포니들의 음악으로만 구성된 작년과는 달리 올해에는 초청가수가 있었다.
올해의 초청가수는 바로 Jessica Vosk. 뮤지컬 <위키드>의 15주년 때에 브로드웨이에서 주인공 엘파바 역을 맡은 제시카는 이날 총 3개의 위키드 노래를 불렀다.
"The Wizard and I", "I'm Not That Girl", 그리고 "Defying Gravity"로 구성된 3개의 노래는 내가 마치 뮤지컬 공연장에 있는듯한 기분을 주었다.
올해 11월에 나온다는 위키드 영화를 보고싶게 만드는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뮤지컬 역시 보고싶다.
3개의 노래가 끝나자 하늘은 깜깜해졌다. 불꽃놀이의 시작이었다. 심포니가 스타워즈의 노래(왜인지는 모른다. 워낙 웅장해서 그런걸까. 작년에도 그랬었다.)를 연주하기 시작하자 잔디밭 뒷편에서 폭죽들이 날아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며 이런 얘기를 들었다. 불꽃놀이는 어른이 된 우리 모두가 동심으로 돌아가게 만들어서 재미있다고. 다 큰 어른들도 차 가득 막히는 길을 뚫고 한참을 기다린다. 그리고 하늘에 터지는 화려한 불꽃놀이를 보며 기뻐하고 재밌어한다.
이 재미는 어른과 아이할것없다. 어쩌면 미국인들이 독립기념일마다 불꽃놀이를 즐기는건 그날만큼은 동심으로 돌아가고자하는 마음인걸까. 놀거리 없는 노잼도시 산호세에서 보낸 나름 재밌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