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나는 비로소 한국에 다녀오게 되었다.
고등학교 2년과 대학교 4년, 그리고 직장생활 2년 끝에, 드디어 한국을 갈 수 있게 되었다.
9년전에는 부모님 돈으로 비행기 값을 치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내가 정당하게 번 돈으로 비행기 티켓을 산 것이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옛말이 있다. 9년이 지난 한국은 얼마나 다른 모습일까. 나는 설레는 마음과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서부터 인천 공항까지는 대략 12시간이 걸린다. 다행히도 돌아갈때는 10시간 밖에 안걸린다.
12시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한국은 경악의 연속이었다.
우선 물가에 가장 놀랬다. 9년 전의 나는 물가를 체감하는 나이가 아니었다. 마트를 가더라도 가격표를 보지 않았고, 어린 나이의 나에겐 만원, 이만원도 큰 돈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물가는 캘리포니아의 절반도 안되었다. 편의점 가격이 미국 마트와 엇비슷했고, 외식 가격은 비교할 수 없었다. 가격표를 보자 괜스레 지갑이 헐거워졌다.
그리고 날씨가 경악스러웠다. 물론 캘리포니아의 날씨가 좋다는건 머리로 알고있었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던가. 2년이 지난 지금, 나는 캘리포니아 여름도 덥게 느껴졌고, 겨울도 춥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씩 날씨에 대해 투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차원이 달랐다. 공항을 내리자 뜨거운 공기가 내 숨통을 들이막았다. 어릴적에 필리핀을 갔을때 느꼈던 그대로였다. 게다가 갑자기 내리는 스콜과 조금만 풀밭에 가도 나를 노리는 모기들. 물론 내가 떠날즈음에야 여름이 끝이 났는지 아침 저녁으로 선선해졌다.
"한국의 사계절은 진짜 뚜렷하다." 이 한마디가 절로 나왔다. 교과서에도 적혀있지 않은가. 이번에는 교과서가 옳았다. 그래서 얼마나 좋은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은 확실히 대중교통도 매우 잘 가꾸어져있었다. 다만 이 점에 대해서는 만족감과 불편함이 공존했다.
미국에서 차 없이는 아무데도 못간다. 대마 피는 노숙자를 앞에 두고 버스를 한시간 탈게 아니라면 꼼짝없이 집 안에 박혀있어야 한다. 아니면 비싼 우버를 타거나.
반면 한국에서는 차 없이도 살기 편하다. 버스와 지하철이 오밀조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교통에 대해서 나는 지금껏 장점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 여행을 통해 단점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이건 다음 글에서 보다 자세히 적을 생각이다.
물론 사람 불쾌하게 만드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국을 마음껏 즐겼다. 머리도 단정하게 자르고, 남해안으로 여행도 가고, 온갖 외식도 즐겼다. 교보문고는 한국에 있는 3주 동안 8번은 들렸던거같다. 올리브영은 열번이 넘을거고.
돈 쓸 구석이 없는 캘리포니아와는 사뭇 달랐다. 사고싶은 것들도 많았고, 놀거리도 많았다. 그렇게 9년만의 한국은 만족스러웠다. 내 기억 속 한국과는 많은게 바뀌었지만, 그리고 느낀 점이 다양하지만, 총평을 말하자면 만족스럽다 정도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