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회사에서 지위가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면접관으로 들어갈 일이 많아졌다.
그해 채용인원과 면접을 지원한 사람들을 보면, 대충 현재 취업시장이 얼어붙어 있는지, 아니면 어느 정도 활력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난 지금의 취업시장이 최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어느 때나 취업은 힘들었다. 내가 졸업한 2001년에도 취업은 힘들었고, 바늘구멍이라고 했다.
공무원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름 공부 좀 한다는 학생이 모인 대학교였음에도, 강당에 마련된 중소기업 박람회에 적은 연봉으로도 입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았다.
취업이 잘 안 되는 이유를 내 나름으로 판단하자면, 너무 대기업 위주로 학생들이 지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물론, [대기업이 많이 뽑으니깐요]라고 반문할지도 모르지만, 대한민국에는 대기업만 있는 게 아니다. 근데, 그들이 그렇게 들어가길 바라는 것은, 높은 연봉과 안정된 지위가 우선일 것이다. 또는 높은 연봉이 아니더라도, 공사나 공무원 쪽에 몰리는 이유도 안정된 직장을 바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위 말해 그런 좋은 일자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취업시장은 좁아져 있고, 취준생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본다. 매년 학생들을 쏟아져 나오는데, 그 학생들을 받아줄 곳은 한정되어 있고, 누구는 초봉을 4천, 5천을 받고 있는데, 중소기업은 아직도 2천, 3천을 얘기하고 있으니, 같은 대학 같은 과를 비슷한 성적에 졸업하고서도, 또 이렇게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차이를 느껴야 하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떻게 해결할 길이 없다.
우리 회사도 외국계 회사로서, 매년 사람은 뽑지만, 그 수가 한정적이다. 소수의 인원을 선발하는데도 수백 명이 몰리기도 한다. 그 안에서, 허수 지원자를 분리하는 작업도 상당하다. 그래서 올라온 사람들과 면접을 하고 있자니, 사실, 그들의 말을 길게 들을 것도 없이, 처음 자기소개만 들어도, 그가 어떤 사람이며,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대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다만, 취준생들에게 바라는 것은 있다.
이를 위해, 학생들 뿐만이 아니고, 학교나 사회도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에는,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좋은 기업들이 얼마든지 있다. 이런 기업들을 스카우트나 잡코리아에서 찾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좋은 기업을 찾아주고,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한편, 국가에서도 그들이 목소리를 들어주고, 응원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형식적인 수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회사가 마음 편히 인력을 늘려도 될 만큼의 지원을 위해, 금액적인 지원뿐만이 아니라, 시스템적인 지원도 적극 활용해야 할 것이다.
면접관으로서, 쉽게 사람을 뽑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래서 관련 서적을 읽고, 관련된 글들을 많이 읽어 보고, 그리고 실제로 면접관으로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 얘기를 들어보았다.
취춘생에서 기대하고 바라는 건, 그렇게 크지 않다. 이제 대학 갓 졸업한 학생들에게 회사의 어려운 문제를 맡길 리 만무하고, 그런 업무를 주지도 않는다. 또한, 처음에 입사하면, 입사 후 몇 년간은 [내가 이런 일 하려고 회사에 들어왔나..]싶은 정도의 업무를 하면서 보내는 일이 많을지도 모른다.
내 생각에, 면접관들이 생각하는 가장 뽑고 싶은 취준생은 열의가 있는 사람이다. [난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 이 회사를 꼭 다니고 싶습니다]라는 것이, 그의 말 하나하나에서 묻어 나와야 한다.
나도 내 회사는 아니지만, 내가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열정을 가지고 회사일을 하는 사람이지, 말만 청산유수처럼 말한다 해서, 그런 사람을 선발하진 않는다. 비록 말은 더듬을지언정, 얼굴이 빨개지고 당황한 기색을 보인다 하더라도, 면접관은 그 안에서 당신의 진면목을 반드시 발견할 것이니, 그런 믿음을 가지고, 면접에 임하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면접까지 가는 길이 순탄하지 만은 않겠지만, 일단 면접까지 가면, 면접관들이 물어보는 핵심을 잘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그 회사의 관한 내용 정도 숙지하고 간다면, 오산이다.
내가 면접을 위해 외운 내용과 몸에서 우러나오는 말은 그 구분이 명확하다. 왜냐하면, 면접관들은 당신보다 월등히 많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가 지원하는 이 회사에 대해서는 많은 것들을 알아보고 공부하였습니다만, 실상 제가 알고 있는 내용들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내용을 지금 면접관님들에게 말씀드려 점수를 얻고자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제가 지원하는 ***분야의 경우, 이와 관련하여, 저는 *** 경험이 있으며, 단순히 관심이 있는 정도를 넘어, ****까지 도전했었습니다. 그를 통해 배운 ***지식들은 반드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회사나 이 업계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는 이 정도 답변이 나는 좋다. 반도체에 대해, 자동차에 대해, 디스플레이에 대해 안다고 말해봐야 어디서 외워온 티가 나면서, 오히려 실수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혹시 면접관들 중에서는 이런 답변을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럼, 면접관들이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해 보라]라고 할 것이다. 그때, 자기가 공부한 내용, 과거 1년간의 관련 기사들을 총합한 내공을 쏟아 내면 된다.
지금 이 업계가 당면한 과제와 관련 과거 수년간의 기사를 보았을 때, 저는 **** ****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 **** 문제 해결에 어떤 방식들이 가능할지에 대한 *****한 생각을 해보았지만, 실제 *****한 것들이 가능할지는 의문입니다. 회사가 저를 선택해 주신다면, 게으름 없이 관련 내용들을 꼼꼼히 파악하여, 선배님들의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 정도 마지막 멘트로 주면, [아, 이 친구가 나름 이 업계에 대한 안목이 깊구나]하는 인상을 줄 것이다.
똑같이 생긴 진열대의 상품에서 선택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남의 눈에 띄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남들이 다 가진 자격증, 남들이 다 가진 봉사내역, 남들이 다 가진 어학연수... 영어점수..이런 걸로 무슨 차별이 될까. 오히려 이런건 어떨까.
저는 그렇게 자신의 스펙을 쌓는 것이 저를 성장시키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각자가 의미를 부여하고, 그렇게 판단해 왔으니, 잘했거나 잘못한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저는 저 나름대로의 성장을 통한 스펙을 쌓고 싶었고, 그런 스펙이야 말로, 앞으로 회사생활에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주도를 포함하여, 2달간 국토종단을 통해, 앞으로의 삶을 생각하고, 자신감과 끈기를 얻었습니다.]라고 하던지, [방학 때마다 비행기표만 들고 그 나라에 가서, 힘들게 생활한 15개국 한 달간의 생생한 경험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말라고 저에게 교훈을 주었습니다.]라고 하던지,
뭔가, 남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살아오면서 무슨 경험이라도 없을 수는 없으므로, 그런 경험들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한 것을 얻었는지, 그런 얻은 것들이 회사에서 어떻게 발휘될 수 있을지를 잘 엮어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과장될 수는 있겠지만, 같은 경험을 두고 자신을 잘 포장하는 것도 실력이다.
남들이 다 하는 뻔한 설명은, 면접자로 하여금 십상하다. 튀진 않지만 설득력 있고, 건방지진 않지만 좌중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것, 뭔가 한방이 필요하다.
지금 JTBC의 뉴스 아나운서인 안나경 앵커의 JTBC 입사 시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면접관 : 안나경 씨는 만약 JTBC 아나운서 면접에서 떨어지면 뭘 할 건가요?
안나경 : 존경하는 JTBC 선배님들과 같이 일 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겠습니다. JTBC에서 청소라도 하고 싶습니다.
몇명 뽑지도 않는 아나운서 시험에 얼마나 많은, 그리고 대단한 스팩의 사람들이 지원을 했을까. 그 안에서 옥석을 가리는건, 정말 고된 일이였을 것이다. 그러다 저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거다. 게임끝이다. 나는 이런 열정 섞인 한마디가 지금 JTBC 메인뉴스의 앵커자리에 올려놨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신입사원들을 잘 뽑아 왔는가...라고 누가 물어본다면, 난 이렇게 답할 것이다.
면접관들이 신이 아냐. 항상 그렇게 믿고 뽑아도,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이 있더라구. 내가 틀릴 수도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