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에게 필요한 덕목 4가지
나는 영업사원이다.
뭔가 영업사원이라고 하면, 서류봉투에 서류 가득 넣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자기 회사의 물건을 설명하고 팔고 하는 이미지가 쉽게 떠오르지만, 내가 하는 영업은 그것과는 좀 다르다. 나는 한국에 투자한 외국업체에서 대기업들과 손을 잡고,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역활을 주로 한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 제품을 팔아야 하니, 나 또한 영업이다.
다만, 외국에서 한국에 투자하여 법인을 만든다는 건, 한국에 자신들의 물건을 충분히 팔아 온, 또는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굳이 내가 발품 팔아가며 돌아다니지 않아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셈이여서, 흔하게 생각하는 그런 영업 이미지와는 좀 차이가 있다.
그런 회사에서 입사 10년도 안되어, 나는 차장 자리에 올랐다. 과장에서 차장으로 2년 만에 올랐으니, 나에 대한 평가자체는 나름 좋았다는 반증일 것이다.
신입사원들에게 영업이라고 하면, 꽤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뭔가 매출 계획을 잡고, 실행하고, 매월 월말 결산에 실적 압박 등등, 그리고 거래처와의 술자리 및 각종 행사에 참석해야 하는, 좋게 말하면, 회사의 최전선에 서서 고객들과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그 사람들과 겪는 갈등과 어려움을 오롯이 느껴야 하는, 진정한 나는 없는 힘든 위치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업은 여러모로 성취감은 있다. 결국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이니, 사람 간의 관계 형성에 자신만 있다면, 어떤 식으로라도 영업은 매력적인 부서이다.
실적 압박은 있다. 이달 계획한 100개를 팔아야 하는데, 그렇게 팔지 못했다면,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는 상당할 것이다. 그게 회사이며, 회사는 이익을 내야 운영이 되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여기, 내가 생각하는 영업사원의 자세에 대해 써볼까 한다. 어느 책에 나와 있는 같은 말의 반복일 수 있지만, 만일 중복되는 내용이 많다면 그게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거래처와의 신뢰는 한 번에 쌓이지 않는다. 정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고, 그렇게 공을 들여도 쌓일까 말까 하는 게 신뢰의 어려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신뢰가 쌓였다면, 그다음은 탄탄대로임에는 틀림없다.
신뢰는 어떻게 쌓아야 할까.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에 팔면 되는 것인가. 회식자리를 많이 만들어, 접대를 잘하면 되는 건가. 거래처의 요청에 충실하게 잘 대하면 되는 건가.
비슷한 얘기들이지만, 내가 말하는 신뢰는, 겉으로만 보이는 신뢰가 아니다. 겉으로만 쌓인 신뢰가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그런 건 신뢰도 아니고, 그냥 업무에 있어, 서로 필요한 인간관계를 만들었을 뿐이다. 절대 신뢰라고 단언해서는 안된다.
상대방으로 하여금, [나는 지금 당신에게 우리 회사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이 제품을 사용함으로 인해, 당신도 충분히 이득이 될 것이며, 나는 그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그렇게 실천하면 된다. 그 진심을 알아주는 데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겠지만, 꾸준히 대하면, 상대방도 당신의 진심을 알아준다. 결국 사람대 사람이 하는 가장 원초적인 업무임으로, 자신에게 진심으로 대하는 사람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영업은 절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
영업전략이라고 있다. 스토리를 잘 짜서, 그 스토리에 맞게 흘러가게 만드는 것도 영업의 기술이다. 하지만, 이러한 스토리에 맞추기 위해 모르면 모른다 하겠지만, 거짓말은 안된다.
이런 스토리에서의 거짓말을 흔히 쓰는 네거티브 캠페인(negative campaign)이라고 하는데, 즉, 상대 경쟁사를 비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이용해서, 불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그나저나, 요즘 B회사 어때요? 뭐, 라인에서 문제가 있는데, 계속 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하던데, 그래도 물건이 나오는 거 보면, 왠지 수상해서요... 일시적으로 품질 수준을 낮춰 출하하는 건 아니겠죠?
B회사가 C회사에 가격을 엄청 내려줬다고 하더라고요. 귀사는 어떠세요? 요즘 뭐, B회사가 C회사에 들어가고 싶어서 무리하게 움직이는 거 같은데, 다른 업체들이 보면, 괜히 진흙탕 만드는 거 같기도 하고..... 좀 지저분하게 하는 거 같아서, 다들 멀리하더라고요.
영업을 하는 데 있어서, 이런 거짓말은 한 다리 건너 확인하면 전부 탄로 나고, 오히려 역으로 내가 당할 수도 있다. 네거티브 캠페인도 영업의 한 전략이기 때문에 무조건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영업에서도 지켜야 할 선이 있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그 선은 꼭 지키자. 지금 당장은 이득을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
공부하자.
의외로 영업하는 사람들은, 그 제품에 대해 많이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수박 겉핥기]라고, 판매에 필요한 딱 그 정도의 정보만 가지고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영업을 하다 받는 기술적인 질문에는 [나중에 확인해서 알려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좋은 제품인 것 같군요. 참고로 이 제품 스펙의 CpK는 어떻게 되나요?
응? CpK..... 이게 뭐지? 하는 사람, [확인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은 일단 보통의 영업사원이다. 그중, 한 영업사원이,
3mm 기준으로 봤을 때, 이 제품은 1.3입니다. 다만, 요청하신 부분까지 대응한다면, 1.1까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이쪽 제품이 저희 쪽 입장에서는 유리하게 제공해 드릴 수 있습니다.
물어보나 마나, 이렇게 말한 영업사원의 입지는 순간 엄청난 플러스가 될 것이다. 사실, 영업사원의 경우, 문과 출신이 많다. 따라서, 제품과 관련된 대략적인 내용들은 알고 있지만,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간 품질관리나 기술 관련 내용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이해는 되지만, 영업이 기술적인 내용까지 이해하고, 업체와 대화할 수 있다면, 거래처에서 느끼는 그 사람에 대한 신뢰는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팸플릿에 나와있는 정보 정도 이해하고, 생산, 재고, 가격에 대한 지식으로 무장해, 거래처와 맞붙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공부도 게을리하지 말고, 사내 관련 회의가 있을 때, 부지런히 참석해서 그 역량을 높이다 보면, 분명 어느 순간에 다른 사람들보다 눈에 띌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온다.
잘 정리하자. 그리고 섬세해지자(디테일)
거래처와의 만남 또는 같이 업무를 진행해오면서 발생한 모든 일들은 반드시 따로 정리해두자. 사실, 기억력의 한계가 있으므로, 자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회의가 끝나면, 그 안에서 논의된 중요한 내용, 덜 중요한 내용, 잡담 등등으로 잘 정리하는 것은, 영업사원뿐만이 아니라, 모든 회사원들에게는 필수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영업사원은 거래처의 한마디 한마디를 잘 기록하여, 다음 만남 때에 실수하면 안 되고, 그런 실수를 줄여나간다면 상대방도 충분히 인정해 줄 것이다.
A팀장님. 지난달 회의 이후에 잠깐 저에게 품질 스펙에 대한 저희 회사의 관리기준 및 향후 관리방안에 대해 물어보셨는데요. 시간은 걸렸지만, 제가 사내에서 좀 확인한 내용이 있습니다. 괜찮으시면, 잠시 만나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지나가면서 슬쩍 물어본 내용이라도, 절대 무시말고, 한 번쯤 챙겨주면, 상대방은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그러면서, 한번 보고 두 번 보고 계속 보는 횟수를 늘려가고 서로 친해줄 수도 있으니, 본인에게 불리할 게 없다.
만약, [그때 뭐, 그냥 지나가면서 슬쩍 말한 거라, A팀장도 자기가 뭐라고 물어봤는지 기억 못 할 걸?]이라고 지나쳐버릴 수 있다. 실제로, 그 A팀장은 기억을 못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업의 역량은 남들이 다 하는 큰 부분보다, 작은 부분이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다.
영업을 하는 데 있어서, 사실 제일 좋은 것은, [좋은 제품을 파는 것]이다. 물론 좋은 제품은 굳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팔린다. 좋은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안 팔리는 것은 영업의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한다. 그런 역량을 성장시키기 위해, 시장을 읽고, 적시적소에 좋은 제품을 좋은 가격으로 제시할 수 있는 영업의 힘이야 말로,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감히 얘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영업은 회사의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