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이란 막힌 길도 뚫어주는 마법

by 하찌네형
- 팀장 : 본부장님. 거래처 품질팀에 A과장때문에 미치겠습니다.
- 본부장 : 왜? 또 말도 안되는 걸로 잡아서, 물류진행을 세워놨어?
- 팀장 : 무슨..똘아이도 아니고, 다른데는 다 문제없이 잘 쓰고 있는데, 이상한 기준 들이밀면서 안된다고 해서, 지금 지난주 중국에서 선적된 것까지, 전부 올스톱이에요. 이거 피해가 막심합니다.
- 본부장 :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
- 팀장 : 말로 설득도 해봐도 안되고, 그 자식 종교때문에 회식도 안해요. 무슨 벽에다가 얘기하는거 같아서, 미쳐버리겠습니다. 지난 한달동안 그 자식때문에 받은 손해가 수천만원입니다.
- 본부장 : 나참....에휴.


지날달부터, 거래처 품질팀에서 깐깐히 구는 바람에 납품되어야 할 물건이 창고며 배 위에 쌓여, 문제가 이만저만이 아니였다. 담당자를 만나서 설득을 해도, 뭔가 다른방법을 쓰려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본부장님 손을 빌리기 싫어서 노력한 지난 한달간의 스트레스는 어마어마했고, 내 밑에 직원들까지도 손을 놓은지 오래이다.


본부장이 전화를 한다.

아~ 형님. 잘 내세요? ...예...뭐 그렇죠...네. 저기..저, 이번주 일요일에 시간있으세요. 운동이나 하시요. 때마침 양평쪽에 자리가 있다고 연락이 와서요. 네네..네.. 그럼 6시에 뵙겠습니다.

희멀건 패널 저쪽, 본부장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무심코 귀가 기울여졌지만, 당장 내앞의 폭탄을 어떻게 해체해야할지 머리속은 백지상태이고, 나는 당장 시말서조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이 상황에 대한 엄청난 압박에 시달려야 했다. 이건 내가 노력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였다. 오늘은 금요일이지만, 나에게 주말따위는 사치에 불과했다.


다음주 월요일, 본부장이 부른다.

본부장 : 오전에 그 A과장한테 연락올꺼야. 일단 죄송하다고 하고,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하면 돼. 알겠지?
팀장 : 네??
본부장 : 암튼, 그냥 죄송하다고 해. 딴말 말고.


그리고, 30분정도 지났나?....A과장한테서 연락이 온다.

A과장 :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일을 이런식을 처리합니까? 앞으로 안볼꺼에요?
팀장 : 아..네 죄송합니다.
A과장 : 아무튼, 이번달 들어올 물량은 내가 SCM에 얘기했으니깐, 예정대로 납품하세요. 그리고, 앞으로 이런 일 있으면 나랑 먼저 얘기해요, 알겠어요?

하면서 전화를 끊는다. 난 뭐가 죄송한지도 모르면서 그에게 보이지도 않지만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그 말만 되풀이한다. 내가 자기한테 얼마나 사정 사정하면서 얘기했는지 모른다는 건가...싶다. 아무튼 물건들은 예정대로 움직였다.




이런 일이, 회사에서 얼마나 자주 일어날까. 어머어마하게 자주 일어난다. 세상에 갑질을 없애주겠다면 갑질방지법이니 갑질금지등, 대대적으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갑질이 줄어들었다 한들, 갑질로 보이지 않는 갑질은, 회사생활하면서 어디에서건,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에 대기업을 비롯, 얼추 큰 회사들은 나름의 감사팀을 운영하고 있어서, 여차하면 갑질을 한 본인이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래도 조금은 몸사리면서 갑질을 하는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해야할지 의문이 든다.


특히, 요즘같은 불경기(*뭐, 언제는 호황이었나 싶지만..)가 되면, 노골적인 갑질은 없어도, 서로서로 협업하면서 잘 하자라는 생각, 회사 전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난 모르겠고~" 식의 대꾸만 해 가면서,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는 식의 갑질같은 갑질이 성행한다. 이유야 제각각이겠지만, 일단 내가 다치면 안된다..라는 본능이 자리잡고 있는 한, 최대한 갑질로 보이지 않는 갑질로, 소위 태클을 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진다.


이러한 불필요한 갑질에서 해방되는 방법중에 가장 효과적인것은 아쉽게도 인맥이 효과적이다. 회사의 부장, 임원들이 많은 돈 받으면서 가만히 앉아있는것 같아도, 우리 평사원급들이 해도해도 안되는 그런 철옹성 같은 벽을, 그들은 전화한통에 [형님~]하면서 풀어주곤 한다. 정말 말도 안되는 것으로 억지를 부리는게 아니라면, 대부분 사람들이 하는 업무이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인맥은 마법과도 같은 것이여서, 신입사원들 입장에서 보면, 다소 신기할 수도 있다. 과거 인맥이란 것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보여주는 [마~ 내가 니 서장하고~ 마~]하며, 경찰관을 혼내던, [범죄와의 전쟁]의 최익현(최민식분)과 같은 사람들이, 그렇게까지는 노골적이진 않을지라도, 아직 회사에는 많이 남아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또, 지금도 빈번하겠지만, 대기업에서 적당히 몸담고 있다가 적절한 시기에 나와, 그 대기업에 납품하던 1차 및 2차 원재료회사로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이직한 사람들이 많은 회사의 경우, 해당 대기업과 회의할때 들어가면, 뭐, 다 형님이고 동생이다. 회의초반 30분은 늘 신상에 관련된 얘기로 웃음꽃을 피운다. 생각해보면 대기업입장에서도 처치곤란 사원들을 적당히 1~2차 원재료업체가 받아줌으로 해서, 나름 HR관리도 될 수 있을 것이라 보기때문에, 관행이겠지만, 이러한 생태계가 나쁘다고 보진 않는다.




내가 회사내에서 성장하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겠지만, 사실 사람들간의 관계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회사내외부에서 쌓는 인맥은 분명히 그 빛을 발하는 경우가 온다.


옳지 않은 방법이 있을 수 있고, 자기만의 소신으로 인해 이러한 인맥에 대해 곱지않은 시선과 생각을 가질 수 있다. 나도 충분히 그러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식의 인맥에 인색한 사람들은,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겼을때, 누구도 선뜻 나서서 도와주려고 하지 않고, 또 아쉬운 소리하며 돌아다니는 것도 상당히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선택은 또 자기 몫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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