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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ya Jun 11. 2024

03. 선물 같던 날의 악몽(2)

고난의 시작

- 지난 편과 이어지는 글입니다 -


"여보! 잠깐만 있어봐. 금방 구급차가 올 거야. 괜찮지? 괜찮은 거지?"

"태리야, 잠깐만. 태양이 옆에 잠시만 있어줘. 아빠가 조금 아픈 것 같아서 그래."


남편이 어딘가에 걸터앉을 수 있게 자리를 옮겼다. 그 순간 남편이 의식을 잃고 내 눈앞에서 쓰려졌다.




"악!!!!!!!!!! 안돼!! 도와주세요~~~~~ 어떡해...."


숨 막히게 무서웠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놀라면서 이미 기운이 빠져버렸지만 이를 악물고 남편에게 심폐소생술을 시행했다. 남편은 점점 의식을 잃어가고 있었고, 아무리 기다려도 구급차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여보~ 제발 정신 차려봐. 제발.... 일어나 봐... 제발.... 응? 여보!!!!!" 


오열하며 남편의 심장을 압박하고 또 압박했다. 온몸에 힘이 빠지면서 하나님께서 우리 가족에게 1년이라는 시간을 허락해 주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태양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는 것을 볼 수 있었고, 태양이는 아빠 품에 안겨보았으며, 그렇게 우리에게 추억을 쌓을 수 있게 1년의 시간을 덤으로 주셨다고... 그리고 이제 이별의 순간이 왔다는 것을... 그렇게 멍하게 그의 심장도 나의 호흡도 멈추어 버릴 것 같았던 순간 희미하게 사이렌소리가 들려왔다.




바닥에 정신을 잃고 엉망이 되어 쓰러져있는 남편을 발견하고 구급대원들도 적잖게 당황한 눈치였다. 대원들을 보자 안도감에 내 정신이 돌아왔고, 난 흥분된 상태로 빨리 남편을 병원으로 데려가 달라고 애원했다. 


구급대원들과 주변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남편을 구급차에 태웠다. 나는 남편을 따라 응급실로 가야 했지만 아이들은 함께 갈 수 없다고 했다. 생각하고 고민할 시간이 1초도 없었다. 누군지 모르는 여자분에게 태리와 태양이를 부탁했다. 난 분유와 기저귀가 담긴 가방을 아기와 함께 넘겨주었고, 처음 본 여자의 핸드폰 번호만 겨우 받아 서둘러 구급차에 올라탔다.


"태리야, 걱정하지 말고... 태양이를 잘 부탁...." 재빨리 구급차 문이 닫히고 사이렌이 켜졌다. 


멈추지 않는 눈물을 숨기지 못하고 친정엄마에게 바로 연락을 해야 했다. 우린 얼마나 더 놀라고 아파야 하는 걸까... 식겁한 엄마를 안정시키며 낯선 여자의 전화번호를 일러주고, 빨리 아이들을 데리러 가달라고 부탁했다. 심하게 요동치는 구급차에서 구급대원의 여러 질문에 답변을 하고, 이리저리 부딪혀가며 남편을 꼭 부여잡고 기도했다.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하며 빌고 또 빌었다.


햇살에 비쳐 반짝거리는 호수를 끼고 굽이굽이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너무 예뻐 조금 전까지 행복한 눈물을 흘렸던 길. 그 길이 고작 몇십 분 뒤에 구급차조차 빠르게 속도를 낼 수 없는 꾸불거리고 덜컹거리는 최악의 길이 되어 오열의 눈물이 뿌려지고 있었다.


아름답던 모든 순간이 후회로 변했다. 모든 상황을 눈앞에서 바라본 큰아이에게 트라우마가 생기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 태양이가 낯을 가려 모두가 힘들어하지는 않을지.... 우리 아이들을 맡아주신 분은 어떤 분이고, 그렇게 맡겨도 되는 상황이었는지.. 미안하고, 불안하고 괴로운 여러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남편이 우리 곁을 떠날까 봐 심장이 조여 오고 온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남편의 심장은 멈추지 않았다. 섬망증상이 나타나 이상한 행동을 하며 날 공포 속에 밀어 넣었지만 죽지 않아서 고맙고, 다행이고, 감사했다.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구급대원의 판단에 한참을 달려간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여러 검사를 진행했다. 그 사이 남편은 점점 의식을 되찾고 안정되고 있었다. 검사결과 특별한 이상은 없었다. 1년 전 입은 뇌손상 후유증 같으니 대형병원에서 뇌파검사를 진행해 보라는 소견서를 받고, 얼마뒤 안정을 되찾은 남편을 시부모님께서 데리고 가셨다. 아이들도 무사히 집으로 돌아와 있었다. 한바탕 소동을 겪고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 해진 그날 밤. 남편이 우리 곁에 있다는 안도감에 마음이 평온했지만, 나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또 반복될 것이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2021년 9월 어느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한 젊은 부부가 어린 아들 TY를 데리고 자연휴양림으로 주말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그곳에서 TY의 엄마는 우리의 사건을 마주했습니다. 그리고 처음 만난 5살 태리와 9개월 태양이까지 책임져 주었습니다. 친정 부모님이 TY네 집으로 우리 아이들을 데리러 갔을 때, 태리는 TY와 너무 행복하게 놀고 있었고, 걱정했던 아기 태양이는 TY집 안방에서 큰 대자로 누워서 너무나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고 합니다. TY이네 가족 덕분에 큰 위기를 무사히 넘겼습니다. 나중에 작은 사례를 하긴 했지만, 늘 마음의 감사함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소중한 주말 오후를 우리 가족의 아픔에 선뜻 내어준 고마운 TY이네 가족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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