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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롯데콘서트홀

두렴과 설렘사이...

by Sonya Feb 26.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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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참만에 브런치에 글을 씁니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도통 잠이 오지 않아, 노트북 앞에 앉았습니다.


작가님들, 그동안 잘 지내셨지요? 이렇게 인사하려니, 낯설면서도 반갑습니다. 계절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마음속에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아픔과 희망, 두려움과 기대. 오늘은 그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남편 바리톤 이대범이 오늘 저녁 8시, 롯데콘서트홀 무대에 오릅니다. 꼭 서고 싶었던 장소인데, 시간이 갈수록 설렘을 두려움이 잠식합니다. 무대 뒤에서 쌓아온 수많은 날들. 눈물과 땀, 인내와 기도로 버텨온 시간들이 이제 무대 위에서 울려 퍼지려 합니다.


정말 우연한 기회로, 메조소프라노 김학남 선생님의 데뷔 45주년 기념음악회에 함께 하게 되었습니다. 2부 프로그램 중 Merry Widow에서 Zeta 역할을 맡았습니다. 하고 싶었고, 해낼 수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공연 준비는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가사를 외우는 일이 남편에게는 역시나 너무 힘든 도전이었습니다. 정확한 발음, 몸이 기억해야 하는 움직임까지. 남편의 장애는 그가 그토록 사랑하던 오페라 무대에서 가장 거대한 벽처럼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최고의 자신감으로 에너지를 뿜어내야 하는 성악가에게 모든 것이 쉽지 않은 과제였습니다. 순간순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지난 12월 출연이 확정된 후, 매일 연습과 재활에 몰입했습니다. 춥고, 유독 눈이 많이 온 이번 겨울.. 혹여 감기라도 걸릴까 노심초사. 밥 먹고 씻을 때를 제외하곤 잠잘 때까지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습니다.

쓰러지기 전 이탈리아에서 했던 오페라 연습을 마지막으로, 5년 만에 양재동 어느 오페라 음악원으로 첫 연습을 다녀왔던 날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약봉투 대신 오페라 악보를 들고, 병원이 아닌 연습실을 함께 찾아가며 남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요? 남편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긴장과 떨림으로 첫 연습을 무사히 마쳤습니다. 매번 따뜻한 카리스마로 이끌어 주시는 지휘자님과 연출감독님... 함께하는 성악가분들의 세심한 배려. 그리고 기도해 주시는 지인분들 덕분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이 깊은 밤, 무대에 설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인사를 남깁니다.

그리고 이 글을 읽고 계신 브런치 작가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작가님들의 응원과 따뜻한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누구나 크고 작은 산을 마주합니다. 때로는 주저앉고 싶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누군가의 작은 손길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우리를 다시 일어서게 합니다. 여러분이 저희에게 그런 존재였습니다.


2025년 2월 26일, 8시. 롯데콘서트홀에서 이대범의 목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 소리가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삶이 우리에게 묻습니다. 포기할 것인가, 다시 일어설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노래로 답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 저녁 잘할 수 있겠지요?




P.S.

1. 김학남 선생님, 오페라 데뷔 45주년을 축하드립니다. 기회를 주시고, 믿어주시고 용기주심에 진심을 담아 감사드립니다.  


2. 공연을 함께 보고 싶은 분들께 티켓을 드립니다.

오늘 시간이 되어 공연을 보기 원하시는 작가님 두 분(각 2매씩)께 티켓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후원해 주시고, 댓글로 기도로 응원해 주셨던 모든 분들이 떠오르지만, 댓글 먼저 남겨주시는 두 분께 티켓을 드리겠습니다.

댓글에 <성함(or 작가명) + 공연관람가능>이라고 남겨주세요. 두 분께 각 2매씩 준비해 놓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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