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선과 6호선은 총 세 번에 걸쳐서 접점을 이룬다. 그 가운데 환승역은 단 두 곳이며, 그나마 하나의 환승역도 개통한 지 20년이 지나지 않은 신생 환승역이라고 봐도 무방한 역이다. 그 역이 바로 동묘앞역이며, 처음부터 1호선과 6호선이 서로 마주하던 역은 석계역에 불과했다.
석계역은 지상에 위치한 1호선과 지하에 위치한 6호선 간 높이 차이로 인해 환승통로가 자연스럽게 길어졌다. 물론 통로 사이사이에는 에스컬레이터가 여러 곳 설치되어 있어서 기자의 걸음으로도 3분이 넘을 정도로 환승시간도 제법 소요된다.
▲ 1호선 석계역 승강장에서 바라본 주변 풍경, 우이천이 흐르고, 북부간선도로가 지나는 등 복잡하다.
환승역이 늘어나면서 지상과 지하를 잇는 역도 늘어나고 있다. 지상과 지하 승강장을 잇는 역의 대부분은 장대 에스컬레이터로 직접 승강장을 연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 환승거리를 짧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석계역 역시 두 노선의 승강장을 직접 연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고속도로의 입체 진입 방식인 ‘P턴’을 하면서 두 노선을 잇고 있다. 물론 두 노선을 직접 잇는 엘리베이터 또한 따로 설치되어있지 않다.
◆ 주변 지형과 1호선 승강장 구조가 만들어낸 독특한 환승통로
석계역이 이렇게 P턴의 환승통로를 만들어낸 데는 1호선 승강장과 주변 지형의 영향이 많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우선 1호선 승강장은 섬식 승강장 형태로 되어 있어서 장대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하게 되면 승강장 폭이 그만큼 좁아지게 된다.
아니면 에스컬레이터 폭을 1인이 탑승할 정도로 줄여서 1호선 승강장을 이용하는 승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할 수 있겠지만 그럴 경우 병목현상이 불가피해진다. 그런 영향으로 승강장 끝 쪽(신이문역 방향)을 활용해서 승강장 폭을 모두 활용한 환승통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 석계역의 역 구조. 에스컬레이터가 여러 대 이어진 환승통로가 시선을 끈다.
▲ 석계역의 역 구조. 고속도로 P턴을 보는 듯한 장면이 연상된다.
물론 1호선 석계역의 승강장 중간에는 환승통로가 아닌 출구로 이어지는 연결통로가 만들어져 있다. 이곳으로 1번 출구를 비롯해서 6번, 7번 출구가 나란히 이어져 있다. 그런데 이 통로에서 출구로 올라가지 않고 오히려 계단을 통해 아래로 내려가면 6호선 개찰구를 마주하게 된다.
마치 비밀 통로처럼 폭도 좁고 이용하는 승객도 드문 이 계단은 1호선과 6호선이 아주 짧은 거리로 환승이 가능함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실제로 1호선 개찰구와 6호선 개찰구만 없다면 환승통로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통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 그러나 이 공간은 환승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너무 협소한 공간이어서 부득이하게 새로운 환승통로를 만들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새로운 환승통로 위로는 중랑천에 합류하는 우이천이 흐르고 있다. 이런 우이천의 영향 때문인지 그곳 아래로 지나는 환승통로는 아래로 내려갔다가 다시 위로 올라오는 V자 모양을 그리며 연결되어 있다. 마침 이곳에 설치된 평면 에스컬레이터 역시 환승통로 모양을 따라 V자 모양으로 설치된 상태다.
▲ 우이천의 영향으로 V자 형태로 꺾인 평면 에스컬레이터.
이처럼 1호선 석계역 승강장 아래로 흐르는 우이천은 보기에는 그렇게 깊은 하천이 아니지만, 환승통로의 모양을 바꾸는데 일조했다. 다른 환승역과 마찬가지로 석계역의 평면 에스컬레이터 역시 특정 시간대만 운행하고 있어서 환승통로를 협소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경사 에스컬레이터와 거의 붙어있는 상태로 평면 에스컬레이터가 이어지고 있어서, 종로3가역과 달리 운행을 하지 않을 때도 개방은 해놓은 상태다. 기자가 관찰해 본 결과 운행하지 않을 때는 평면 에스컬레이터로 걸어가는 승객이 생각보다 적었다.
그만큼 이제는 평면 에스컬레이터 운행 시간에 맞춰 그곳으로 통행할 뿐, 운행하지 않을 때는 의식적으로 가운데 통로를 통해 이동하는 듯 했다. 아무래도 운행 중이지 않은 평면 에스컬레이터는 일반 통로에 비해 걷기가 불편했던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이처럼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석계역 환승통로는 단 하나의 연결통로에 불과하지만 최대한 승객들의 동선이 서로 겹치지 않게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 1번 출구와 연결된 출구는 6번 출구...5번 출구는 환승통로에 자리 잡아
석계역은 환승통로와 연결통로가 꽤 많은 편이다. 그만큼 개찰구도 여러 곳에 산재되어 있다. 그런데 개찰구와 연결된 출구 번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다른 출구로 나가버릴 수 있다. 물론 출구 번호에 대한 정보는 자세하게 안내가 되어있어서 그 번호를 따라 이동한다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환승통로 끝단에 자리한 5번 출구는 완전히 독립된 공간에 자리하고 있어서 마치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1번 출구가 있는 1호선 개찰구에는 2번 출구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6번 출구와 7번 출구가 인근에 붙어 있다는 것도 흥미롭다.
▲ 출구가 여러 군데 퍼져있는 석계역. 환승통로에 있는 5번 출구만 따로 표기되어 있다.
1번과 가장 가까워야 할 2번 출구는 1호선 승강장을 두고 서로 반대 방향에 위치하고 있어서 1번 출구에서는 2번 출구가, 2번 출구에서는 1번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사용하고 있는 개찰구도 달라서 1번 출구에서 2번 출구로 이동하는 것도 환승하는 것처럼 만만하지 않다.
5번 출구는 1호선에 가까이 있지만 6호선 소속의 개찰구가 설치되어 있다. 6호선이 개통하면서 5번 출구가 새로 만들어지지 않았나 추측해볼 수 있는 장면이다. 석계역의 출구 가운데 규모 면에서는 5번 출구도 상당히 큰 편이지만 6호선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이용 승객은 많아 보이지 않았다.
* 덧붙이는 글 : 본 내용은 <철도경제신문> '매거진R' 코너에 2021년 4월 21일자로 송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