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가능노선 - 3호선, 4호선
3호선은 다른 노선과의 편애가 좀 심한 노선이다. 6호선의 경우 무려 3회나 만날 정도로 자주 접하지만, 의외로 한 번만 만나는 노선도 상당히 많다. 특히 1기 지하철 가운데서는 순환선이라 2회를 만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과 4호선과는 단 한 번 만남에 불과하다.
더 나아가 5호선 하남검단산 방면을 비롯해서 7, 8, 9호선도 모두 하나의 역에서만 환승이 가능한 점도 특징이다. 그만큼 3호선이 다른 노선이 다니지 않는 지역까지 다녀준다는 뜻이기도 하다.
3호선과 4호선이 만나는 유일한 환승역은 충무로역으로, 2, 5호선이 만나는 충정로역과 혼동하는 승객도 꽤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충정로역과 달리 충무로역은 환승이 아주 편리한 역으로, 빠르면 1분 내에 다른 노선의 열차를 갈아탈 수 있을 정도다.
◆ 3호선이 4호선보다 아래에 위치한 독특한 역
충무로역은 같은 날(1985년 10월 18일) 개통했다. 아마도 이렇게 환승을 염두 해두고 개통을 했기 때문에 환승 동선에 있어서 다른 역보다 더 잘 계획했던 모양이다. 재미있는 것은 3호선이 4호선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점이다.
아무래도 3호선의 경우 충무로역을 지나 북쪽으로 올라오면 아주 짧은 거리를 두고 을지로3가역과 청계천 그리고 종로3가역이 나란히 이어지기 때문에 충무로역의 승강장 위치도 영향을 받은 듯싶다. 4호선의 경우 인접 역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이 있긴 하지만, 역 간격이 제법 길기 때문에 3호선보다 위쪽에 있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역 모두 인접 역은 섬식 승강장으로 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단, 3호선은 그 섬식 승강장이 계속 이어져서 충무로역에도 반영된 반면, 4호선은 충무로역에서만 갑자기 상대식 승강장으로 모양을 바꾸었다.
한편 3호선의 경우 승강장 폭이 워낙 넓어서 4호선이 지나는 길 아래로 지하 광장을 연상하게 하는 상당한 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아마도 승강장이 곡선으로 많이 꺾여 있어서 그 영향도 분명 있는 것 같다.
◆ 승강장에도 특징이 있는 역
원래 3호선 충무로역은 동굴을 연상하게 하는 승강장 디자인으로 인상이 깊었다. 그러나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이후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고 지금의 모습처럼 평범한 외벽으로 바뀌었다. 대신 6호선 단선구간을 연상하게 할 정도로 맞은편 선로가 보이지 않는 구조는 여전히 남아있다.
대신 4호선과의 환승통로를 비롯해서 중간 중간에 반대편 승강장을 연결해주는 통로가 있다. 그래서 예전에 동굴과 같은 분위기가 더 잘 어울렸던 것 같다. 나중에 다시 리모델링을 해야 할 날이 오면 불연재 소재로 안전한 인공동굴을 꾸몄으면 하는 바람이다.
3호선에 비해 밋밋할 것만 같은 4호선 충무로역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재미있는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지금은 스크린도어로 인해 반대편 승강장을 보기가 힘들지만, 조금 민감한 승객이라면 4호선 승강장 앞쪽과 뒤쪽이 서로 다름을 인지할 수 있다.
우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방면의 승강장은 다른 역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형태의 승강장 구조로 되어있다. 그러나 명동역 방면의 승강장은 3호선 못지않게 중간이 뻥 뚫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열차 내에서도 확연하게 구별할 수 있는데,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방면을 기준으로 할 때, 반대편 열차가 멀어졌다가 갑자기 가까워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물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도 섬식 승강장이어서 이렇게 가까이 두 열차가 만나는 시간은 아주 잠깐에 불과하다.
태생과 동시에 환승역이 된 충무로역은 두 노선이 만나는 유일한 환승역이라는 이름답게 승객들에게 강인한 인상을 남기려는 무언의 노력도 엿볼 수 있었다. 오히려 짧은 환승거리로 인해 이런 점을 못보고 지나치는 승객이 많은 것이 오히려 아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