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가능노선 - 3호선, 7호선, 9호선
고속터미널역은 세 개의 노선이 딱 한 번씩만 만나는 아주 중요한 환승역이다. 역 이름처럼 이곳에는 서울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는 고속버스의 총 집합소인 강남 고속버스터미널과 센트럴시티가 함께 위치한 곳이기도 하다.
노선 별로 가까이 위치한 터미널도 각각 달라서 같은 역이라고는 하지만 상당히 멀게 느껴지기도 한다. 가장 먼저 생긴 3호선의 경우 두 터미널을 모두 걸쳐있는 형태이며, 7호선은 센트럴시티 부근에, 9호선은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부근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대로 3호선과 7호선 그리고 9호선은 다른 어떤 역에서도 서로 간의 환승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연장이 예상되는 노선도 3개 노선은 상호간에 만날 일이 없다. 따라서 고속터미널역은 버스터미널이라는 중요한 교통의 성지를 넘어 지하철 환승역에 있어서도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는 역이다. 이를 반영하듯 고속터미널역은 신도림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환승객이 이용하는 역이 되었다.
◆ 종로3가역과 비슷한 듯 살짝 차이가 나는 고속터미널역
고속터미널역을 연 3호선은 종로3가역과 마찬가지로 나머지 2개 노선을 잇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3호선 하차 위치에 따라 7호선이 가까울 수도, 9호선이 가까울 수도 있다.
1호선과 3호선, 5호선이 나란히 만나는 종로3가역과 마찬가지로 3호선과 7호선, 9호선이 만나는 고속터미널역 역시 약속이나 한 듯 짝수노선은 찾아볼 수 없다. 그리고 두 역 모두 3호선 대합실을 관통해야 다른 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점도 동일하다.
단, 종로3가역은 3호선 대합실을 바로 관통하지만, 고속터미널역은 3호선 대합실 옆으로 평행하는 다른 통로로 이어지고 있다. 아무래도 3호선 대합실과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간 단절을 피하기 위해서 돌려놓지 않았나 생각된다.
지하 4층과 지하 5층에 위치한 7호선과 9호선이지만 환승을 위한 통로는 3호선 대합실과 같은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7호선에서 9호선 간 상호 환승 시 2개 층 이상 되는 장대 에스컬레이터를 두 번 이상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환승거리가 상당히 길어지게 되었다. 7호선에서 9호선까지 승강장 사이에는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조합해서 4회, 무빙워크 2회 등 총 6회에 걸친 엄청난 이동이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7호선과 9호선이 다른 역에서 환승이 안 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환승통로에도 승객이 많다.
◆ 주변을 봐도 비슷한 점이 있는 종로3가역과 고속터미널역
종로3가역과 고속터미널역은 3호선만 한정해서 볼 때 또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바로 다음 이어지는 역이 모두 2호선과의 환승역이라는 점이다. 종로3가역은 을지로3가역, 고속터미널역은 교대역이 거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3호선의 동쪽에서 한 블록을 두고 떨어져있던 두 노선이 서로 교차하는 것도 묘하게 닮았다. 1호선과 5호선은 종로3가역을 지나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교차가 이루어지며, 이는 7호선과 9호선도 마찬가지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서로 교차한다.
3호선은 이렇게 가교역할을 하고 갑자기 나머지 2개 노선과 방향을 같이하는 것(진행 방향이 남북방향에서 동서방향으로)도 비슷하다.
단, 방향은 서로 반대여서 종로3가역 이후에 이어지는 안국역은 좌측으로 꺾이는 방면, 고속터미널역 이후에 이어지는 잠원역은 우측으로 꺾인다. 이 역시 2호선 환승역과 반대방향으로 이동할 때이며, 꺾인 후 나오는 역은 3호선 단독 역인 것도 같다.
종로3가역은 물론 고속터미널역은 딱 하나의 승강장을 제외하면 모두 직선 승강장으로 되어있다. 유일하게 7호선 고속터미널역 승강장만 어디서 봐도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꽤나 심한 곡선을 볼 수 있다.
한편, 9호선 고속터미널역은 다른 두 역에 비해 상당히 넓다. 이는 다른 노선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기도 하다. 10~20년 터울로 역이 하나씩 생긴 고속터미널역은 시기 별로 우리나라 건설 현장의 변화하는 흔적을 가장 잘 나타낸 곳이 아닐까 싶다.
9호선 고속터미널역에는 다른 노선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한 에스컬레이터를 만날 수 있다. 그것도 양 방향에 걸쳐서 동일한 것이 아니라 딱 한 곳에만 있기 때문에 쉽게 지나칠 수 있다.
중앙보훈병원역 방면 열차에서 내리게 되면, 승객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중간 에스컬레이터로는 내려오는 승객이 없다. 이곳은 에스컬레이터가 2기 설치되어 있지만, 모두 위로 올라가는 방향으로만 운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9호선 개통 때부터 중앙보훈병원역 방면으로 타는 승객보다 김포공항역 방면에서 탑승하여 고속터미널역에 내리는 승객이 월등히 많았기 때문에 이렇게 바뀐 것이 아닌가 싶다. 환승승객이 가장 많은 신도림역에도 2호선 승강장에 일방통행 에스컬레이터가 있었는데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3호선의 승객이 월등히 많지만, 9호선도 승객이 집중되는 시간에는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일반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좀 더 승객들이 편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강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